딸아,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글을 쓰려고 보니 세상엔 성장이 넘쳐 나더구나.
주변에서 추구하는 성장이 엄마가 생각하는 성장과는 조금 다른 것 빼고는.
국가의 성장은 힘의 크기에 목표를 두고,
기업의 성장은 경제력을 키우는 데에 목표를 두고,
개인의 성장은 직업의 성공에 목표를 두고,
아이의 성장은 학업의 성취도에 목표를 두는 것 같아.
엄마가 생각하는 성장은 이런 양적 성장이 아니라 정신의 성장과 영적 성장이 토대가 되어서 이런 것들을 끌고 나가는 질적 성장이야.
성장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우리의 걱정과 부담을 아는 새벽독서 리더 작가님이 키워드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고 하셨어. 근데 성장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가 어떻게 키워드에 집착하지 않을 수가 있겠니?
왜 이렇게 안 써지지, 걱정을 하다가 생각했어.
손에 꽉 쥔 성장을 놓아야겠다고.
엄마의 작은 손으로 성장을 움켜쥐고 있다고 해서 내 글에 필요한 성장의 소스를 얻을 수 있을까?
엄마 주먹 정도의 성장으로 뭘 할 수 있겠냐고!
그래서 내 손에서 놓아버리고 한량처럼 이 책 저 책으로 옮겨 다니며 시소를 탔단다.
그러다가 이 구절을 발견했지.
인간은 본성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욕구를 지니고 있단다. 성장이란 '지금'보다 나중'이 더 나은 것이지.
'더 나은 자신'이라는 결과를 위해서는 지금과는 다른 '변화'가 작용원인이 되어야 해.
결국, '변화'된 결과를 얻으려면 지금까지 지녀온 '기존의 관념'을 배제할 수 있는 원인이 필요하겠지? 즉, '더 나은 나'로의 성장을 원한다면 '기존관념'을 잠시 멈추거나 의심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해.
그렇게 단단하게 굳은 관념덩어리를 깨거나 부숴 틈을 만들어 '결과'로 이어지게끔 '원인'을 바꾸는 거야.
사람들은 어떤 결과를 원하면서도 늘 원인을 바꾸려 하기보다 결과를 주무르고 있거든.
입력이 잘못되었는데 출력이 잘 될 리 없고 내용물이 부실한데 결과물이 튼실할 수는 없는데도 말이야. P. 38 *
여기서 엄마를 사로잡은 단어들을 늘어놓아볼게.
지금보다 나중
변화
기존의 관념을 배제
잠시 멈추거나 의심
깨거나 부숴 틈을 만듦
원인
입력 - 내용물
출력 - 결과물
엄마가 너희들을 키우며 함께 컸다고 말했지?
키운다는 건 좀 너희에게 미안한 말이니 돌본다고 해야겠다.
생전 안 해본 육아의 세계는 기존의 엄마의 생각을 꼼짝없이 무너뜨리는 일이었어.
먹이고, 입히고, 씻기고, 학교에 보내고, 그게 다인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더라.
너희의 정신에 힘을 넣어주려면 엄마 정신이 바로 서야 하더라고.
엄마가 입력한 대로 너희의 출력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야.
육아 중에도 최상의 난이도를 뽐내는 너희들의 사춘기는 엄마의 사고를 멈추게 하고 의심해 보게 만드는 계기였고.
이때를 기점으로 첫 번째의 틈이 생겼지.
엄마가 그동안 세웠던 생각과 관념과 가치관을 부수고 유연하고 말랑하고 넓게 여는 틈을 발견한 거야.
그 안에서 너희는 너희대로의 성장을, 엄마는 엄마로서의 성장을 가져왔잖아.
이 틈으로 너희도 편해졌고 그러면서 엄마도 숨을 쉬게 되었지.
모든 원인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였다는 결론을 얻은 건 선물이었어.
그렇게 너희들이 자라 다 사회로 나가고 엄만 막내랑 단출한 세 식구가 되었지.
그리고 새벽독서와 엄마의 유산 팀을 만난 거야.
이곳에서 두 번째 틈을 보았단다.
사방이 막힌 인식으로 세상과 사람을 개념화했던 엄마가 변화를 만난 것이지.
50 중반이 넘은 엄마에게 기존 관념의 배제는 어렵지만 희열이었고, 희열이지만 아프기도 했어.
아직 다 정리되지는 못했지만, 기존 관념의 경직성을 빼버리고 새로운 관념의 유연성을 합쳐서 가장 나다운 나를 만들고 있단다.
모든 일의 원인을 내 안에서 찾는 시선도 생겼고.(그러니 불평할 것도, 원망할 것도 없네)
좋은 내용물을 만드는 일에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게 되었어.
그러니 출력되는 결과물도 달라지겠지?
이제 거울 앞에 서 있는 엄마를 본다.
내 겉모습은 전과 비슷하지만 눈빛이 달라졌다고 했지?
예리한 너!
여기서 만져지는 것들을 헤아려본다.
조금은 못났지만, 지난날의 나를 덮어주고 안아줄 수 있는 아량.
부드러운 말투.
따뜻한 시선.
이 말랑한 촉감을 너희에게도 전해줄게.
아직 진행 중인 성장의 길에서 또 어떤 틈을 만나게 될까?
이젠 아주 기대가 된단다.
* 엄마의 유산. 김주원. 건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