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좋은 일의 대표적 강자인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로 했었지?
엄마가 읽은 책 한 권에는 사랑이 영적 성장과 손잡은 구절들이 맛있는 과자세트처럼 펼쳐져 있네.
같이 한 봉지씩 뜯어먹어볼까?
스캇펙 박사의 책 '아직도 가야 할 길'에서 정의 내린 사랑은, '자기 자신이나 타인의 영적 성장을 도울 목적으로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라고 했어.
그러니 그냥 평면적인 사랑과는 깊이가 좀 다르지?
그리고 이런 사랑은 아무한테나 주는 것이 아니고, 성장의 자세를 가진 사람에게 주어야 하니까 지각 있는 사랑 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와, 지각 있는 사랑이라니!
너무 멋지지 않니?
'사랑'이라고 하면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최상의 좋은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인간이라면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어떤 형태로든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해.
이건 무조건 받고 싶고, 받으면 나도 하고 싶어지는 것이지!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의 밑바탕에는 이 사랑이 기본값으로 깔려 있어야 하고, 성경에는 사랑이 매개가 되지 않은 행위는 죄라고까지 말하고 있어.
그래서 엄마는 어떤 일 앞에서 주저하게 될 때 이 기준을 가지고 나를 점검하기도 해.
내가 지금 하려고 하는 일이 사랑이 기본인 일인가, 하고 말이야.
그러면 용감하게 그 일을 밀고 나갈 힘이 생기거든.
뭐?
엄마 아빠의 사랑이야기부터 들려달라고?
그건 옛날에 이야기해 줬잖아.
비록 너희가 알아듣기 쉽게 많이 생략한 내용이지만 말이야.
전에도 얘기했지만, 엄마는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기에 앞서 학교와 숙소 준비까지 다 마쳐 놓고 아빠를 만났어.
그리고 둘이 동시에 콩깍지가 씌어서 만난 지 열 달 만에 결혼했고.
뭐가 그리 급했냐고?
그러게...
급했다기보다는 사랑에 불타서 엄마의 미래를 아빠에게 모두 걸었다고 해야 정확할 거야.
후회하지 않느냐고?
아니, 서로 맞지 않아서 맞추느라 힘들었지만 결혼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았어.
그리고 후회는 너무 비참하잖아.
그건 서로를 선택한 자신을 전면 부인하는 마음이라 너희들에게 부끄러운 거야.
참사랑은 사랑으로 인해 압도되는 그런 느낌이 아니다. 그것은 책임감 있게 심사숙고한 끝에 내리는 결정이다. 주 1)
엄마가 생각하는 사랑의 의미와 부합하는 내용이야. 압도당해서 나를 잃어버리는 사랑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나를 세우고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는 사랑.
그래서 온전한 사랑은 상대를 발전시키고 성장시킨다*고 하나 봐.
사실 결혼은 엄마에게 모험이었어. 용기 고 도전이었지.
어린 나이였고, 준비된 미래가 있었지만 포기해야 했으니까.
아빠를 사랑함으로 엄마는 엄마 자신을 확대시킨 것이지. 그러면 아빠가 영적으로 성장했을까?
물어보니 그렇대.
엄마를 만나고 아빠의 사고가 깨지고, 점점 어른이 되었다고 하니까.
책을 읽으며 엄마가 느낀 건, 바람직한 관계의 형태가 영적 성장과 많이 닮아 있다는 점이야.
서로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
책임 있고 지혜롭게 행동하는 것.
방치해 두는 것이 아닌, 서로를 성장시키는 것.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어때,
사람과의 사이에 이것들이 포함된다면, 정말 아름다운 성장이 일어나지 않겠니?
인생에 있어서 유일하고 진정한 안전이란 생의 불안정을 맛보는 데 있는 것이다. P. 196
사랑은 다른 사람의 성장을 돕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나의 성장도 촉진하는 촉진제란다.
나를 사랑하는 행동은 때론 변화를 위해 모험을 감수하게 만들기도 하거든.
그래서 부모나 남들의 요구를 듣느라 자신을 잃어버리는 삶에서 과감히 탈출하기도 하지.
그럴 때 사랑에 미숙한 사람들은 그런 나의 행동을 비난하기도 하고 손가락질하기도 해.
그런데 진짜 성장하려면, 서로에게 지속적으로 따질 수도 있어야 하고 충고도 할 수 있어야 하는 거야.
그게 진정한 사랑의 모습이란다.
그래야 자신과 타인이 구별되고 서로가 서로에게 보존될 수 있는 거야.
나를 가득 채워 확대시키는 것으로 상대방의 영적성장을 돕는, 이기가 이타인 삶, 그것이 우리 자신과 수많은 너를 사랑하는 방법이란다.
엄마랑 함께 새벽독서를 하는 빛작 작가님은
사랑을 인생 전반의 숨구멍이라고 했어.
빛작 작가님의 이 문장을 읽을 때 엄만 너무나 공감이 되어서 휴~하고 숨이 쉬어지는 마법을 본 것 같았단다.
어둠 속을 숨죽이며 걸어가다가 만나게 되는 햇살 하나, 바람 한 점이 곧 숨구멍이지.
사랑은 그런 거다.
사람을 살게 하는 것!
충만히 채워지는 것!
아까,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었어.
쓰레기를 버리고 집으로 올라가려는데
1층 할머니의 화분 속에 있는 상추며, 꽃잔디며, 돈나물이 싱그러운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더라.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알았지.
얘네들도 사랑하는구나!
스스로를 피어 올리고 있구나!
상추는 상추로, 꽃잔디는 꽃잔디로, 돈나물은 돈나물로, 그렇게 자기의 정체성으로 피어 올리는 게 사랑이라는 거.
봄은 봄이 되고, 여름은 여름이 되며, 계절은 계절로 사랑하는구나.
1층 할머니가 자식들을 생각해서 별로 넓지 않은 밭에다 무, 배추, 쑥갓, 고추를 심으며 김장을 준비하는 것이나 얘네들이 자기의 몫을 다해 피어나는 것이 사랑이구나!
그럼 나는 나로 사랑하면 되겠구나!
이렇게 생각의 가지를 쳐본다.
그러니, 딸아,
너는 너로 가득 채워라!
그게 더 넓은 것을 사랑하는 방법이니까.
주 1) * 아직도 가야 할 길. 스캇 펙. 율리시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