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과 그 애의 상관관계

김밥을 앞에 놓고

by 캐리소



어쩐지

아이를 기다리고 있을 때는


목련나무가 웅웅 울고

빗방울에 건드려진 푸른 잎이

그네를 타다가

오로라로 벙글어지기까지 하다

자욱한 색조가

툭툭 떨어진다


가지에 깃든 새가

가슴팍에서 흔들리다가

저기서

여기까지 쪼그리고 앉을

지구의 기분이 동그랗게 맺혀

새것 계절이 태어나고

아이가 도달할 시간을 자로 재면서

시계 초침도 같이 달리다




대전에서 일 끝나고 딸이 밤늦게 본가인 집에 다니러 온단다. 저녁을 먹고 난 후 여유자 적하며 커피를 내리던 남편은 내게 시간을 묻더니 하다 만 설거지를 남겨두고 후다닥 차키를 챙겨 나간다. 그의 뒤통수에 대고,

남은 건 내가 마저 할 테니 서두르지 말고.
헐레벌떡하지 말고 천천히 운전해.


남편의 등 뒤에다 잔소리를 메다꽂는다.

낮에 잠시 통화하며 뭘 먹고 싶냐고 딸에게 물었더니 '엄마 김밥'이란다. 느지막이 김밥 재료들을 사서 하나하나 굽고 절이고 썰어서 준비한다.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작년 겨울부터 지나가듯이 김밥 타령을 할까. 지난번 부산 제 언니네 집에서 닭볶음탕을 해달라고 하길래 김밥은 아예 잊은 줄 알았다.

계속 기억 속에서 엄마 김밥을 그려왔을 딸이 목련 꽃잎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밥을, 그것도 엄마 김밥을 먹고 싶은 욕구를 속에 몽쳐 하얗게 터뜨리며 기다려왔을. 의식의 흐름대로 적자면 사실 딸은 목련을 닮았다. 흰 피부, 시원하게 커다란 눈, 가녀리... 지 않은 통통함이 여리한 목련의 이미지와는 와장창 깨지는 부분이지만. 목련처럼 바쁘게 피고 바쁘게 다음 계절을 준비한다. 언제나 그 애의 뒷모습을 보게 되지만 그렇다고 정면으로 마주 보기에 우리는 너무 진한 가족이다. 계면쩍으나마 우리 사이에 놓인 물리적 거리가 참 적당하다.


김밥을 일부러 산처럼 쌓아놓고 이제 도래할 밤중과 내일 아침의 시간을 딸과 심심하지 않게 이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접시에 부려 놓는다.


부리나케 씻고 식탁에 앉은 딸의 표정에 기대감이 반짝인다. 잔뜩 신나서 앉기도 전에 냠냠거리며 먹는다. 김밥을 쥔 딸의 오동통한 손이 거칠다. 물과 불과 반죽을 오가는 그 손은 일터에서 빚은 분주함과 시간을 받아낸 손이다. 안쓰러운 눈빛은 젓가락으로 걷어내고 김밥을 딸 앞으로 밀어 놓는다. 조잘조잘, 시끈새끈, 우왕좌왕 딸이 식탁에 풀어놓은 이야기들이 내 자장가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