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를 잊고 매일 새로 살아가는 중입니다

by 캐리소

딸은 눈을 빛내며 말합니다. 엄마가 퍼프소매가 어울리는 건 처음 알았어. 우린 자주 통화하고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자주 까르르 웃기도 하는데. 이렇게 서로를 매번 새롭게 알아갑니다. 사실 저도 잊었더랬습니다. 언젠가 제 튼실한 팔뚝을 가리고 그보다는 작은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게 부풀어 오른 소매모양이란 사실을요. 새로 돋는 태양은 새것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저는 날마다 저를 잊고 또 오늘을 잊습니다. 어제의 비 오는 날씨가 새로이 어닝을 단 것처럼 해로 반짝입니다. 입 싹 닦고 다시 선 것처럼요. 새로운 거 좋아하는 나는 매일 이렇게 잊다가 당신을 다시 만나면 반가울까요. 당혹스러울까요. 친구라고 꼬리표가 붙은 이들을 만났습니다. 학교를 같이 다녔다는 그 시간이 지금의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전 어쩐지 퍽 멀게만 느껴지는 그들을 다시 마주해야 할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언제고 시간의 또 다른 문을 닫을 날이 예감되어서 담담한 마음입니다. 제가 좀 별난 사람일까요. 그렇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에 창턱에다 머리를 기댑니다. 모든 걸 좀 더 덜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한 방울 톡 하고 눈두덩을 건드립니다. 그런 저를 응시합니다. 바람에 실려가는 머리칼을 그대로 바람에 싣고 바라봅니다. 밤하늘은 여상하여 잠시 움찔합니다. 한 켜 한 켜 쌓아 올린 것들이 기억 안에서 유착됩니다. 더 단단해지면 그게 내가 될까요. 아니면 내가 만나는 새로움이 될까요. 부질없이 자꾸 묻고 싶은 건 아직 그쪽의 문이 닫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겠죠. 침대에 누워 있다 보면 거실에 나갈 일이 생깁니다. 거실에 있으면 방안에 들어와 발라야 할 크림이 생각나고요. 이렇다 보니 가만히 있어지지 않는 여자가 됩니다. 그런 여자인 나는 책으로 내 눈을 묶어두어야만 잠시라도 머물러 있게 됩니다. 눈만 묶어둔 내 안에선 호안끼엠 기찻길 마을의 쩐푸거리처럼 기차가 가운데로 지나다니고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북새통이 벌어집니다.








*대문사진은 블로거이신 '세상을'님의 블로그에서 가져다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