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김치 망한 날

열무의 힘없는 울부짖음

by 캐리소

이번 생은 망했다.

열무는 그렇게 생각했다.

솜씨 없는 안주인은 나를 망쳐버렸다.

내겐 어떤 작위적인 맛이 난다.

들큰한 설탕맛, 쨍한 짠맛.

작은 무에선 쓴맛까지 나는 걸.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 걸까.


마늘을 믹서기에 갈다니

음식에 어떤 철학도 없는 무지랭이 아줌마.

국물에 흰 점박이처럼 떠다니는 마늘의 잔해.

이보다 더 처참할 수는 없다.


몇 주간 열무 국수, 열무 냉면, 열무 비빔밥이

식탁에서 열무 춤판을 벌일 것이다.

깊고 웅숭깊은 열무의 참맛을 절대 낼 수 없는 이 아줌마에게 열무 생이 걸렸다.


작위적인 맛의 향연 속에 참고 지내다 보면

시간이 어디로 나를 데려가줄지

아줌마도 나도 모른다.


다 내려놓고 아스라이 끌려가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