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리운 할머니에게 쓰는 편지
내가 봄이 왔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
실내에서 나의 발이 시린지 그렇지 않은지 이다.
손발이 찬 편인 나는
양말을 신고 있어도, 이불을 덮고 있어도
바깥의 온기가 아무리 따뜻해도 정작 나의 몸속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
그래서 더욱 시린 발 때문에 겨울이 괴롭다.
발이 시리다는 느낌이 없어야만 그제야 진짜 봄이 왔구나 한다.
며칠 전 돌아가신 할머니가 꿈에 다녀가셨다.
꿈속에서 정확한 상황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그 문을 나서면 이제 다시는 할머니를 보지 못할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참을 그 문을 나설지 말지를 망설이다가,
할머니를 꼭 안아드렸다.
마치 살아있는 할머니를 안은 듯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그렇게 할머니는 한참을 말없이 나를 꼭 안아주셨다.
그렇게 눈도 뜨지 못하고 한참을 울었다.
눈을 뜨면 할머니가 정말 사라질까봐 할머니를 조금 더보고 싶어서.
돌아가신 지 두 해가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살다가 문득문득 할머니가 보고 싶다.
아마 평생 할머니가 보고 싶을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손발이 찬 나를
우리 할머니는 참 많이 걱정하셨다.
나만 보면, 집에서 가장 따뜻한 자리에 앉히고
항상 두꺼운 이불을 폭 덮어 주셨다.
그리고 한참을 내 손과 발을 만지작만지작해주셨다.
아이고 내 새끼 손발이 이렇게 차서 어쩌누... 하시면서
할머니 손은 지난 세월의 고단한 만큼 참 거칠고 두꺼웠지만,
그래도 참 따뜻했다.
이제는 이불을 폭 덮어줄 할머니가 계시지 않는다.
할머니와의 그 장면이 그리울 때면
아이의 작고 귀여운 손발을 만지작만지작 해본다
"할매, 나는 잘~~살고 있다. 이제 봄이 와서 이제 손발도 안찹데이. 혹시 내 추울까봐 왔는교...
내걱정은 너무 하지 마래이. 그저 지금처럼 가끔 꿈에서라도 만납시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