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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플호랭이 Apr 10. 2024

엄마 내가 보고 싶을 땐 버스를 타세요!

아이의 말을 발견하고 수집합니다.

"엄마 난 어른이 되면 버스기사가 될 거예요!"


불도 끄고 사람을 돕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가, 세상을 누비며 공룡 화석을 발굴하는 화석연구가가 되겠다고 했다가, 요즘은 버스운전기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숫자를 따로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버스를 몇 번 타보고, 버스에 푹 빠진 이후로, 번호를 읽으며 숫자를 배웠다. 십 자리와 백자리를 헷갈려 종종 110(십백 번, 십 일 백번...)이라고 읽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귀엽다.

그러던 아이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버스기사가 되어야겠다고 선언을 했다. 5-2번 버스를 운전하겠다며 버스번호도 점찍어 두었다.


"봄아 그럼 엄마도 태워줄 거야?" 했더니

싱긋 웃으며

"그럼요. 엄마 맨날 태워줄 거예요. 엄마 내가 보고 싶을 땐 버스를 타세요! 그리고 열심히 일해서 월급 받으면 엄마가 필요한 거 다 사줄 거예요!"


천진하게 웃는 아이의 말에 괜히 한걸음 더 나아가 마음이 찡해지고 말았다.


 내 눈에 여전히 작고 귀엽기만 한 아기 같은 네가, 시간이 흘러 엄마보다 훨씬 키가 크고, 너만의 세상이 자라나 그렇게 어른이 되겠지. 그리고 어른이 되어 산다는 게 때론 아프고 슬프기도 하고, 치사하고 억울할지도 몰라. 그러다가도 세상 다 가진듯한 행복과 사랑을 느끼기도 하며 살아갈 거야. 그때가 되면 엄마는 그저 너의 삶을 응원하는 수 밖엔 없겠지.


 엄마는 네가 보고 싶을 때, 너의 버스를 타야겠다. 운전하는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너의 삶을 응원해야겠다.


그리고 매일 눈뜨면 만나고, 살 비비며 마음껏 안고, 사랑을 말하는 지금 이순간을 더욱 즐기고 사랑해야겠다.

 

버스를 타고 있는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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