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말을 발견하고 수집합니다.
불도 끄고 사람을 돕는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했다가, 세상을 누비며 공룡 화석을 발굴하는 화석연구가가 되겠다고 했다가, 요즘은 버스운전기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숫자를 따로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버스를 몇 번 타보고, 버스에 푹 빠진 이후로, 번호를 읽으며 숫자를 배웠다. 십 자리와 백자리를 헷갈려 종종 110(십백 번, 십 일 백번...)이라고 읽기도 하지만, 그마저도 귀엽다.
그러던 아이가 사뭇 진지한 얼굴로 버스기사가 되어야겠다고 선언을 했다. 5-2번 버스를 운전하겠다며 버스번호도 점찍어 두었다.
"봄아 그럼 엄마도 태워줄 거야?" 했더니
싱긋 웃으며
"그럼요. 엄마 맨날 태워줄 거예요. 엄마 내가 보고 싶을 땐 버스를 타세요! 그리고 열심히 일해서 월급 받으면 엄마가 필요한 거 다 사줄 거예요!"
천진하게 웃는 아이의 말에 괜히 한걸음 더 나아가 마음이 찡해지고 말았다.
내 눈에 여전히 작고 귀엽기만 한 아기 같은 네가, 시간이 흘러 엄마보다 훨씬 키가 크고, 너만의 세상이 자라나 그렇게 어른이 되겠지. 그리고 어른이 되어 산다는 게 때론 아프고 슬프기도 하고, 치사하고 억울할지도 몰라. 그러다가도 세상 다 가진듯한 행복과 사랑을 느끼기도 하며 살아갈 거야. 그때가 되면 엄마는 그저 너의 삶을 응원하는 수 밖엔 없겠지.
엄마는 네가 보고 싶을 때, 너의 버스를 타야겠다. 운전하는 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너의 삶을 응원해야겠다.
그리고 매일 눈뜨면 만나고, 살 비비며 마음껏 안고, 사랑을 말하는 지금 이순간을 더욱 즐기고 사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