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쩍 시니어, 또는 어르신이라는 말이 귀에 들어오고, 눈에 잘 뜨인다. 경로 우대, 경노 할인 등 어디에도 붙어있는 글귀다. 70세를 바라보는 나는, 분명 그 단어들이 잘 어울리는 나이임에도, 전철의 경로석에 앉기를 주저하는, 반항 시니어다.
주는 밥이나 먹고, 마을 주변이나 서성이며 소일하기도 거부한다.
젊은 시절, 60세를 넘긴 분들을 보며, 저 나이가 되면, 무슨 재미로 살까 했는데 지금 이 나이에 유튜브를 배우고, 기타 버스킹도 하며, 젊은 때 못지않게 재미있고 다양하게 산다.
젊을 때와는 하루하루 사는 패턴이, 조금 달라졌을 따름이다.
통상적으로 볼 때,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적기에,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꽃보다 낙엽이, 일출 때보다 저녁노을이 더 아름다울 때가 있다. 해가 질 무렵 만들어내는 붉은 하늘과 구름은 고즈넉하며 평화롭다. 떠오르는 태양은 눈이 부셔 쳐다보기 힘들지만, 지는 해는 눈이 부시지 않아 좋다.
뜨는 해는 오랜 시간 하늘에 있기에 아쉬움이 없지만, 지는 노을은 순식간에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며 긴 여운을 남긴다. 비가 오는 날에는 석양을 볼 수 없다.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위해서는, 맑은 하늘이 전제된다. 오전에 날씨가 많이 흐려도, 오후에 비가 내려도, 해 질 녘에 맑으면, 아름다운 석양은 만들어진다. 비 개인 날의 석양이 더 아름답다.
걸어온 길이 험했더라도 남은 길은 맑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이유다. 다양성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간이다.
좋은 삶은 대단한 행복을 추구하는 데에 있지 않다. 복잡하지 않게 절제할 때 삶이 풍성해진다. 페이스북에서 수백 명이 ‘좋아요’라고 하고, 유튜브에 수만 명의 구독자가 있다 해도 고독할 수 있다. 군중 속의 고독이다.
할아버지가 만든 동영상이 최고라고 엄지 척해주는 손자가 있기에 행복하다. 할머니가 만든 깍두기가 맛있다는 손자의 칭찬에, 무를 다듬는 할머니의 손은 가볍다. 하루하루의 웃는 날들이 모이면 행복한 삶이다. 좋아했던 날들을 모이면 사랑이 된다고 한다.
사랑하는 손자의 엄지 척을 받기 위해, 오늘도 동영상 편집을 기쁜 마음으로 공부한다.
어디쯤 왔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제보다 나쁘지 않은 오늘이 맑은 날이기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