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며, 나는 올해도 몇 가지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물론 평상시에도 할 수 있지만, 새해 첫날은 1년의 출발점으로 결심을 다지기 좋은 날이다.
올해 마음먹은 것 중 하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다. 아주 일찍도 아니고, 아침 7시에 일어나자는 결심이다. 알람을 맞춰 놓아 진동은 울리는데 오늘도 눈꺼풀이 무겁다. 작심 3일이 안되기 위해 몸부림치며 일어났다. 오늘이 7일째 되는 날이니 몸이 7시 기상을 기억할 만도 한데, 아직 힘들다.
퇴직 후, 가장 피부에 와닿는 느낌이 출퇴근시간에서 자유로워진 것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침에는 어김없이 일어나 일터로 나가야 했던 나의 하루 일과. 우리 학창 시절에는 개근상을 우등상 못지않게 높게 평가했고, 수술할 병이 아니면 아무리 아파도 학교에 갔다. 그런 습관이 관성이 되어, 퇴직 후에도 얼마 동안은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아내가 퇴직했으니 여유로운 늦잠을 즐겨보자 했지만 늦잠 자기가 안 됐다. 습관이 무섭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아침 먹고 커피 마시면 10시가 되고, 조금 있으면 점심 먹는 일상으로 변해 있었다. 점심식사 후 산책하고 돌아오면 하루가 지나간다. 퇴직 후 멋진 제2의 인생을 꿈꾸는데, 막상 퇴직 후 지금까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나이 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나이에 따라 세월이 흘러가는 속도가 정비례한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니 생각과 행동이 젊었을 때 보다 어눌하고 느리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정보통신 문화를 따라가는 것도 버겁다. 그런데 잠까지 늦게까지 푹 자니 하루가 짧을 수밖에.
그렇다고 잠자는 시간을 줄여 무슨 대단한 일을 해보자는 것은 아니다. 가끔 삶 안에 맛깔 난 시간을 넣어보고 싶어 서다. 퇴직을 하며 아내와 한 달에 한번 영화나 공연을 관람하고, 국내 여행도 하며 맛집에 다녀보자고 했는데 몇 번의 실천으로 끝났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적은 이 나이에도 시간 안배를 못하며 살면, 훗날 많이 후회할 듯하다. 세계일주 여행은 아니더라도 전철을 종점역까지 타보고, 전철역 근처 음식점에서 밥 한 그릇 먹고 싶다. 동해안 포구는 못 가더라도, 노량진 새벽 수산시장에 가서 TV로 보던 삶의 현장을 실제로 느껴보고 싶다. 책꽂이에 장식품처럼 수십 년 꽂혀 있는 책을 읽어보고도 싶다. 몇 년 동안 말로만 식사 한번 하자고 했던 친구도 보고 싶다. 그동안 살아온 습관에 양념을 조금 섞어 맛을 내보고 싶다.
현대사회의 공동체 일원으로 살아가며 해야 하는 기본적인 하루하루의 일상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상생활과 달콤한 잠에 나의 남은 시간을 다 소진하기에는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하루 30분 잠을 줄이면 한 달이면 900분, 시간으로는 15시간을 맛깔나게 사용해 보고 싶다.
올 2024년도가 끝날 즈음, 일 년 잘 살았다고 나를 토닥토닥 칭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