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바이 4분 전이라는 말에 분장실에 잠깐 적막감이 돈다.
“지금부터 힘찬 박수와 함께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사회자의 멘트 후, 음악과 함께 시니어 모델 교육생들이 차례로 무대에 등장했다. 처음 해보는 행사이기에 긴장한 얼굴이 역력하다. 화려한 의상이 어색한가? 많은 관객들의 시선이 불편할까? 당당한 자세와 걸음걸이가 자주 흐트러진다. 그동안 살아온 궤적과는 다른 모습을 오늘 이 순간에 시현 중이다.
오늘은 편한 복장에 마음대로 걷던 일상의 생활 습관에서 잠시 일탈(逸脫)하는 날. 맘껏 목에 힘을 주고, 관객에게 손을 흔들며 유명 연예인 같은 연기도 해본다. 덤덤한 일상에서 긴장되고 떨리는 새로운 세계의 경험이다.
이들에게 얼굴의 주름과 흰 머리칼은 연륜이 선물한 최고의 장식이요, 약간의 복부비만도 세월이 주는 풍요로움이다. 실수도 애교스럽다.
한번 돌아와서 새롭게 태어나 다시 살기 시작한다는 회갑((回甲), 60세 전후반 시니어들에게 새로운 도전은 오랜 시간 방전되어 온 심신의 재충전이다. 가족과 사회를 위해 치열한 시간을 보낸 뒤에 다시 나를 충전시키는 기회요 시간이다. 삶의 무게로 고개 숙였던 할미꽃 할비꽃에서 갓 피어난 꽃봉오리처럼 신선한 모습으로 당당히 도전해 본다.
오늘만이라도 내가 삶의 주인공이 되어 맘껏 뽐내본다. 사람은 남이 알아주는 맛에 살아간다고 한다. 내 인생 최고의 날, 모두가 나에게 시선을 주고 관심을 가져준 멋진 날이다.
첫사랑의 아름다움을 오래 간직하듯, 오늘의 떨림과 기쁨을 만끽하며 두고두고 꺼내 볼 일이다.
혹시라도 발견 못했던 끼와 재능이 이제 발견되어, 60년 후까지 건강하게 계속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촬영자로 참석한, 패션 발표 행사 사진을 처음 찍어보는 시니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