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 무서웠다.
내가 준비하지 않았다는 걸 명백히 드러내서.
시험 점수는 나의 수준을 보여준다.
나의 위치가 거기까지라는 것.
마치 마침표처럼.
그렇게 생각했다.
2021년.
DELF B2를 보고 불합격하고 그 뒤 시험을 더 보지 않고 그만뒀다.
'지금은 아닌 것 같아.'
'나중에 다시 해야지.'
그렇게 미뤘다.
2025년, 지금.
프랑스어 공부를 다시 시작한 것을 돌아보며 생각했다.
'그때 꾸준히 했다면 지금 이미 합격증이 있었을 텐데.'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생각하기로 했다.
시험은 마침표가 아니라 방향표.
나의 정확한 위치가 어디인지 알려주는 것.
뭘 더 공부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
이번 시험에 합격하면 좋겠다.
하지만 불합격해도 괜찮다.
낙심하지 않기로 했다.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2021년의 아쉬움을 더 이상 갖지 않기로 했다.
'그때 했다면...'이 아니라,
'지금 하고 있다'로.
해라.
그냥 해라.
더 잘하려고 하지 말고.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해라.
지금 나에게 필요한 말.
시험은 끝이 아니다.
과정일 뿐이다.
30대 초반의 나는 이제 안다.
시험이 무서운 게 아니라, 시작하지 않는 게 무섭다는 것을.
준비가 안 된 게 아니라, 포기하는 게 문제라는 것을.
2026년 3월.
시험장에 들어갈 것이다.
합격하든 불합격하든, 나는 거기 있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