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2025)

레제로부터 오는 팜므파탈의 매력과 한계

by 김지환

영화의 부제인 '레제편'에서 알 수 있듯 이 영화는 레제의 이야기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레제를 다루는 영화'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레제라는 캐릭터의 매력으로 영화를 이끌어간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관객들에게 레제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설득하는 행위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 영화는 이를 위해서 레제에게 팜므파탈의 캐릭터성을 부여하여 그런 캐릭터성에서 오는 성적인 매력을 부각한다. 첫사랑이라는 순수해 보이는 개념조차 이 맥락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다.


또한 영화 스스로 다소 노골적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런 면모가 강하게 드러난다. 그 예시로 덴지와 레제가 나체로 수영하는 장면을 들고 싶다. 아무리 서로에 대해서 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완전 나체로 함께 수영을 한다는 사실은 비현실적이다. 다만 레제는 덴지를 향한 미인계를 통해 목적을 이뤄야 한다는 팜므파탈의 기능을 수행받았기 때문에 이런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해낸다. 레제가 덴지를 향해 노출했다는 비현실적인 사건을 경유한 후, 영화는 여러 연출을 통해 낭만을 과잉적으로 분출하며 레제라는 캐릭터를 향해 관객을 홀리는 데 성공한다.


다만 이런 면모는 역설적으로 레제가 부재하는 장면이 따분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대표적으로 마키마와의 데이트 시퀀스와 아키와 천사의 악마가 등장하는 시퀀스 등이 있다. 이 장면들은 원작 만화에 존재했고, 서사적인 면모를 보충해 주기 위하여 필수적이었겠지만 결국 이 영화의 주목적이 상실된 장면들이기에 큰 매력을 느낄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어쩌면 이런 점이 TV 애니메이션의 극장판이라는 매체의 한계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다소 아쉽다는 생각을 지우기는 힘들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로서 기능하는 전투신에 대해서도 말해보자. 일단 전투신 자체로서만 본다면 아주 매력적인 전투신이라고 할 수 있다. 전기톱과 폭탄이라는 각 무기의 기능이 잘 드러나면서도 마치 하나의 안무를 보는 것 같은 묘한 조화가 화면을 꽉 채운다. 특히나 빔과 덴지가 함께하는 상어와 전기톱의 조화는 괴상하면서도 동시에 매력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이런 정신없는 전투신에서도 속옷 한 장 걸치고 반나체로 싸움에 임하는 레제의 모습은 여전히 그녀의 성적인 매력을 영화에 담아낸다.


이런 독특한 활력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지울 수 없는 의문점들을 세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영화가 감정을 담는데 서투르다는 인상이 든다. 여러 영화 오마주들의 차용과 음악 및 연출의 과잉으로 감성 자체는 담아냈으나 그것이 감정을 온전히 드러내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특히나 덴지와 레제 사이의 일련의 사건들은 그저 영화에 나열시킨 것처럼 보였고, 결과적으로 피상적인 매력만 남았다. 이것이 이 영화를 레제의 매력으로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영화로 정의한 이유다. 영화 전반에 등장하는 상징물이나, '시골쥐와 도시쥐'의 은유 또한 감정을 담아내기에는 뻔하고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점은 전투신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사실 가장 크게 드러난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러 오브제가 섞이며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전투신은 겉보기에 화려하긴 하지만 딱 그게 끝이다. 그 안에는 어떤 에로스적인 감정도, 엇갈린 사랑의 슬픔도 없다. 그저 딱 전투신 만의 기능을 한다. 중간에 덴지와 레제가 서로의 사랑을 얘기하는 장면이 나오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감정의 부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과적으로 덴지와 레제의 사랑은 말 그대로 그 둘에게만 작용하게 된다. 이런 상태로 마주하게 된 엔딩신은 슬프다는 생각보단 어중간하다는 인상을 낳는다.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마치 상대의 외적인 부분만을 보고 이뤄진 연애가 사랑으로서 이뤄졌다고 착각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 캐릭터들의 표상적인 매력은 쉽게 포착할 수 있으나 그 안에 깃들어있는 감정은 영화의 관심에서 배제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명확한 한계를 지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외적인 매력이 주는 묘한 쾌감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전투신에서의 활력은 여타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힘든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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