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에 가려진 영화의 실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문화계에 상상 이상의 파급력을 선보였다. 수록곡인 Golden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의 공간에서 울려 퍼졌고, 케이팝의 위상을 다시 한번 선보이게 해 주었다. 세계를 돌고 있는 케이팝 열풍에 다소 의아함을 가지고 입는 입장에서도 이 영화의 영향력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영향력에 가려져 영화 자체에 대한 고민은 많은 시청자들에게 간과되고 있다. 난 이 영화가 영화 자체로 굉장히 빈곤한, 높게 봐야 케이팝 프로덕션 비디오에 불과한 작품이라고 하고 싶다.
분명 이 영화는 스토리가 있고 캐릭터가 존재한다. 그러나 스토리는 뻔하고 빈약한 데다 캐릭터들의 작법은 굉장히 얕다. 이런 경우엔 아예 스토리텔링 자체를 버리고 영화 연출에 힘을 쓰거나 최소한 캐릭터들의 내면 묘사라도 제대로 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뻔한 스토리조차도 소화하지 못하고 중후반부에 들어서 급하게 쫓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니 인물들 간의 드라마에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거기다가 러닝 타임까지 짧으니 영화의 흐름이 심히 부자연스러운 건 당연한 결과일 테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차라리 스토리 쫒기에 바쁜 중후반부가 초반부보다 낫다는 생각이 든다. 빌드업과 영화 공간 구성에 힘이 들어가야 할 초반부가 정말 진부하기 짝이 없다. 가장 심각한 지점은 유머다. 인물들의 모습을 과하게 왜곡하면서 그들의 모습을 과장하는 연출은 웃기지 않고 오히려 불쾌하다는 인상을 준다. 설상가상으로 유머가 없는 장면에서 조차 정말 대단할 정도로 유치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루미와 진우가 부딪히는 순간에 멜로망스의 노래가 나오는 장면은 내가 목격한 걸 의심할 지경에 이르게 했다. (진우의 성우가 배우 안효섭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음악이 나오는 장면조차도 그다지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케이팝 음악들의 퀄리티는 꽤나 괜찮은 편에 속하지만 음악이 등장할 때마다 영화 장면보다는 그냥 하나의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뮤지컬 영화에서 음악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뮤지컬 장면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내포하면서도 영화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지점에서 실패했다. 결국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음악 장면'이 아닌 오로지 '음악'만이 기억에 남는 결과를 낳는다.
영화가 한국적인 고증을 잘 지켰다는 지점에 대해서도 한 번 얘기해보고 싶다. 이 영화에 다수의 한국적인 요소들이 등장했다는 건 사실이다. 이런 게 고증이라면 고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 고증이 다가 아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고증은 철저히 외부인의 시선에서 머무른다. 영화에 한국적인 요소는 많이 나오지만 그것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기보다는 철저히 '우리 이런 거 했어요!'라는 식으로 돌출시켰다고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한국적인 요소의 고증보다는 국내 드라마의 PPL 같다는 인상이 더 커 보인다. 물론 이제껏 나왔던 숱한 오리엔탈리즘 영화들보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이런 비판에 자유로워지진 못 했다고 생각한다.
흥미로운 지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말했 듯 음악 자체는 좋은 퀄리티를 보여주고, 비주얼적인 면에서 정말 화려한 모습을 선사한다. 또한 트위터 등의 SNS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차용한 점도 나름 흥미로운 시도라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런 점으로는 이 영화 고유의 유치함과 진부함을 가릴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나에겐 이 영화가 하나의 영화보다는 어떤 문화적인 산물로 느껴진다. 이것이 전 세계에 퍼진 케이팝 열풍을 탐구하는 데에는 효과적이겠지만 이 영화 자체가 좋은 영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것이 세간이 영화 자체보다는 영화의 외부적 사실에 더 주목하는 이유가 아닐까.
⭐️ 2.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