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현실에 너무 치이지 마.
아빠를 닮아 고양이를 좋아하고,
나를 닮아 그리기를 좋아하는 너.
"뭘 그릴꺼야?"
"내가 그리고 싶은 거!"
뭔가 생각하더니 작은 손이 오밀조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고양이의 옷에 좋아하는 수박도 그려주었다.
어리숙하지만 사랑스러운 터치로
쓱쓱 그린 그림 안에
네가 가득 담겨있다.
'어쩜 이렇게 표정까지 저를 닮았지.'
피식 웃으며
그림을 소중히 추억 파일 안에 넣었다.
'나도 어릴 때 그림만 그렸었는데....'
그림으로 먹고살아야한다는 강박은
그림 그리기의 즐거움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다.
그림 그리는 것은 여전히 좋지만,
그 행위를 온전히 즐길 수 만은 없게 되었다.
순수하고 즐거운
너의 그림을 보면서
조금 슬픈 위안을 얻는다.
즐거운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는 너의 순간이 오래 지속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