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암을 오르며

by 스르륵 달팽이 똥

사브작사브작 올라와

무겁고 거친 세상 시름 한 자루

산마루에 내려놓고 간다


절제와 평온을 가득 품고

따박따박

다시 세상으로 내려 밟는 길


이 길이

감사라는 이름임을 안다


매번 같은 기도를 한다

욕심으로 가득한 나를

비워낼 수 있기를

그러나

또다시 가득 채운 채

오르는 나를 보며

참으로 야속해진다


다듬고

쪼아

빛나게 만드는 일

얼마나 고되고 지난한지

오늘도 몸으로 배운다


지금

어둠 한가운데

외롭고 힘겹게 선

나의 인연들아


오늘부터

조금씩

아주 조금씩

어제보다 가벼워질 거야

나의 기도가

그대들의 어지러운 마음에

평온으로

천천히 스며들기를


사브작,

아무도 모르게

그러나 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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