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탑,
수년간 공들여 쌓은 나의 탑 위에 올라 주위를 보았다.
그토록 고대한 장엄한 광경을 드디어 두 눈에 담을 수 있다니
벅차오르는 마음으로 창을 활짝 열었다.
하지만
밖에 있는 건 나의 탑보다 더 아름다운,
아니, 비교조차 할 수 없이 높고 아름다운 탑이었다.
나의 노력이 부족한 것일까?
나의 특별함은 저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이런 스스로에게 드는 쓰라린 질문들은
밤새 아니, 매 순간 내가 쌓아온 노력의 탑을 공격했다.
그 때문인지 지금껏 자랑으로 여겨왔던,
나의 자식 같던 그 탑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되돌아볼 때마다 볼품없어지는 그 탑은
더 이상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이미 무너져가는 탑을 위로 더 쌓을 수도 없었다.
주위의 탑들은 저렇게나 멋지고 높은데
왜 내 탑만 무너져가는지.
무서웠다.
그래서 늦게나마 창문을 닫았지만 이미 확인한 그 멋진 탑들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그들을 인정하기로
원래 모든 인생에는 각자의 특별함이 깃들어 있으니
그걸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왜 신은 내게 그러한 능력을 주지 않았는지 기도하며 물어보고
때로는 신을 비난하기도 했지만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신에게서 오는 답변은 없었다.
그들의 능력을 뺏을 수도 없는 마당에
더 이상의 고통스러운 외침은 삼가기로 했다.
이제는 그들의 탑을 인정하고, 영화 너머에 있는 주인공을 바라보듯 주시한다.
그들의 특별한 탑이 내 탑을 초라하게 한 적은 없다.
내 탑을 초라하게 만든 것은 나의 마음일 뿐
다시 닫았던 창문을 연다.
나의 탑이 작을지언정,
그것이 나의 탑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바라본 다른 이들의 특별한 탑처럼
그들이 바라본 내 탑 또한 특별할지 모르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오늘도 유쾌하게 탑을 쌓는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