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7: 여유와 낭만이 가득했던 두브르니크

by 박종호
IMG_0790.HEIC 감사하게도 하산할 때는 정말로 뷰가 예뼜다
IMG_0629.HEIC 기쁨의 셀카. 좀 부담되지만, 선글라스 끼었으니!

시작부터 쉽지 않았던 크로아티아행

사실 여행을 기획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지중해를 보는 것이었다. 이탈리아 입국을 첫 여행지로 잡은 이유도, 가장 힘이 넘치고 에너지가 충만할 때 꿈에 그리던 지중해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 다음 고민은 어디로 갈 것인가였다. 과거에 가봤던 스위스와 프랑스를 다시 갈지, 아니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크로아티아를 갈지. 고민 끝에 나는 크로아티아를 선택했다. 가장 큰 이유는 '플리트비체' 때문이었다.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 속에서 살고 싶어 하는 나에게, 플리트비체는 지중해 다음으로 큰 기대감을 안겨준 곳이었다.

크로아티아로 가기 위해 나는 여행 중 유일하게 비행기를 이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비행기로 이동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다. 내 이름은 '박종호'다. 영어로는 보통 Park Jongho라고 쓰지만, 여권에는 Park Jeongho로 표기되어 있다. 지금은 Jeongho가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Jongho가 훨씬 더 손에 익어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습관적으로 비행기를 예약할 때 Jongho로 적어버렸고, 나중에서야 실수를 깨달았다.

혹시나 이름이 달라서 탑승을 못 하면 어떡하나 싶어 예약했던 여행사에 연락을 취해 수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저가 항공사에 외국 여행사라 그런지 답장이 정말로 느렸다. '혹시 이름 때문에 못 타면 어떡하지'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요청을 해도 반응이 없는 여행사에 답답함만 쌓여갔다.

결국 '형 찬스'를 썼다. 형에게 부탁하니 놀랍게도 즉각적으로 답변을 받았다. "10만원 내면 바꿔준다고 하네. 내가 내줄 테니 나중에 메일 오면 확인만 해줘." 형의 든든한 지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제 문제가 해결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10만원을 입금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사로부터는 출발 전날까지 아무런 답이 없었고, 결국 여행 당일까지도 어떤 조치도 받지 못했다. 추가 비용을 냈는데도 내 비행기 예약 정보는 여전히 Jongho로 표기되어 있었다.

정말로 초조했다. 물론 다른 비행기를 새로 끊으면 되지만, 이미 지불한 비행기 값과 수정 요청 비용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그 비행기를 타야만 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여권과 티켓 정보를 제시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직원들은 대충 확인하더니 그냥 나를 통과시켰다. 분명 예약 정보와 여권 정보의 이름이 다른데도 말이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까지 계속 조마조마했지만, 감사하게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고, 나는 무사히 두브르니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괜히 내 마음만 애태운 해프닝이었다.

큰 기대 없었던 두브르니크, 나의 최애 도시로 등극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내가 크로아티아를 선택한 이유는 오로지 플리트비체 때문이었다. 그런 만큼 다른 도시들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또한 극 J 성향인 나는 많은 것을 계획하고 염두에 두면서 여행을 한다. 다만 여행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예약은 최대한 늦게 하는 편이다. 모든 것을 알아보고 다양한 변수까지 고려한 후에 결정하는 것이 내 스타일이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결론적으로 나는 예상보다 두브르니크에 이틀이나 더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만큼 너무나도 좋았던 도시였다.

첫인상부터 좋았다. 공항에서 내린 후 숙소가 있는 성벽 인근으로 향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길이 정말로 아름다웠다. 푸른 산과 에메랄드빛 바다가 나를 반겼다. 게다가 옆자리에는 친절한 스위스 여행객이 앉아 있었다. 그분과 다양한 대화를 나누며 여행지 추천도 받았다. 이 모든 것을 즐기며 크로아티아 여행을 시작했다.

IMG_0612.HEIC 성벽뷰!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내가 생각했던 뷰~

두브르니크 성벽에 가까워질수록 설렘이 커져갔다. 그곳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한가롭고 자연이 가까이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적당히 많았다. 또한 성벽 인근은 걸어서 다닐 수 있을 정도의 크기여서 어디를 가도 눈과 마음이 즐거웠다. 그렇게 나는 가장 먼저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서 만난 사장님은 정말로 친절했고, NBA를 무척 좋아하는 분이었다. 농구를 좋아하는 나와 다양한 농구 이야기를 나눴고, 미국에 관한 이야기도 나눴다. 대화 코드가 잘 통해서인지, 체크인을 하는 중에 사장님께서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와 함께 '수건 무료 제공'이라는 혜택을 주셨다. 게다가 숙소 근처에 있는 해수욕장에 관한 팁과 큰 타월 대여까지 무료로 해주신다고 했다. 가난한 여행자인 내가 이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감사한 마음으로 모두 받았지만, 첫날은 이동으로 지쳐서 해수욕장은 패스했다.


IMG_0660.HEIC 성벽 밖에서 한장, 너무 뿌얗게 나온 것빼고는 정말로 좋아하는 사진이다

낭만이 가득한 성벽 안에서의 저녁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성벽 안으로 들어갔다. 미리 알아본 식당이 있었지만, 골목길의 분위기에 취해 걸으며 가장 가성비가 뛰어나 보이는 식당을 찾았다. 내가 식당을 고르는 기준은 간단했다. '얼마나 사람이 많은가'와 '야외 테라스가 있는가'. 맛보다는 낭만을 찾는 사람이니까.

결국 미리 봐둔 식당이 아닌, 가장 마음에 드는 곳으로 향했다. 음식은 그저 그랬다. 하지만 분위기가 너무나도 좋았다. 테라스에 앉아 평소 잘 마시지도 않는 맥주를 시켜놓고, 주변을 구경하며 분위기를 만끽했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니 성벽 안은 또 다른 매력을 드러냈다.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주변을 보니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다. 도시 전체가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충분히 혼자 즐기고 숙소로 돌아갔다. 그렇게 첫날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본격적인 바다 즐기기

해변 사진 2.jpg 정말로 예쁜 바닷가

나를 두브르니크에 머물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숙소 인근의 해수욕장이었다. 둘째 날 아침, 조금 이른 시간에 나는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수영복도, 따로 준비한 수건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가서 선베드에 누워 햇볕을 즐기는 것이 목표였다. 그리고 실제로 이를 완벽하게 즐겼다.

이런저런 관광 일정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해변가에 누워서 따뜻한 햇살과 그 풍경을 만끽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별다르게 한 것은 없다. 그저 선베드에 누워 책을 읽다가 바다를 바라보고, 다시 눈을 감고 햇볕을 쬐는 것.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오직 '여유'였을 뿐이다. 그렇게 충분히 즐기다 보니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어 있었다.

둘째 날 저녁도 성 안에서 해결했다. 특별한 음식을 찾기보다는 햄버거에 집중했다. 사실 어느 도시를 가든 늘 햄버거를 먹었던 나에게, 이는 하나의 의식 같은 것이었다. 미리 확인해둔 햄버거 가게를 찾아가 치즈버거를 주문했다. 맛은 특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의 풍경과 분위기, 습도와 온도가 모든 것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해변 사진 1.jpg 해변가에서 한 장


계획에 없던 연장, 가장 행복했던 시간

해수욕장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나는 두브르니크 일정을 늘리기로 결정했다. 원래 3박을 계획했지만, 하루를 더 늘려 4박을 했다. 그리고 추가한 날에는 또다시 바다로 향했다. 백수처럼 바닷가에 누워서 하루를 보내는 것은 나에게 큰 '일탈'이었고, 동시에 행복 그 자체였다.

물론 바다만 본 것은 아니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전망대에서 두브르니크의 전경을 내려다보기도 했고, 성벽을 따라 구석구석 돌아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해수욕장에서 보낸 시간들이었다.

많이 타기도 하고 피부도 그을렸지만, 그럼에도 나에게는 귀중한 시간이었고 매우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다. 두브르니크는 그렇게 예상치 못하게 나의 최애 도시가 되었고, 내 행복했던 추억을 그곳 바닷가에 고스란히 남기고 왔다.

두브르니크에서 배운 것이 있다면, 때로는 계획에 없던 여유가 가장 소중한 여행의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플리트비체를 보기 위해 들른 크로아티아였지만, 결국 내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두브르니크의 느긋한 오후였다.


IMG_0778.HEIC 산 위에서 본 뷰
IMG_0622.HEIC 되게 편하게 앉아있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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