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오랜 꿈을 이룬 순간

by 박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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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꿈의 실현을 향해

이번 여행의 진짜 핵심은 바로 지중해였다. 오랜 시간 품고 있던 지중해에 대한 꿈, 그 중심에는 카프리섬이 있었다. 아말피 해안도 아름다운 곳이지만, 카프리는 달랐다. 지중해를 대표하는 섬, 수많은 영화와 소설 속에서 봐온 그 파라다이스 말이다. 나에게는 가장 기대하고, 가장 신경을 많이 쓴 여행지였다.

나폴리까지 온 이유도, 나폴리에서 하루를 더 머물며 컨디션을 조절한 이유도 모두 카프리를 완벽하게 즐기기 위해서였다. 그만큼 이 순간을 위해 모든 것을 준비해왔다.

카프리는 혼자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현지 여행사를 통해 표를 구하고 투어를 신청해야 했다. 내용은 단순했다. 표를 받고 오후 3시에 배를 타고 섬을 한 바퀴 도는 것. 하지만 여기서 한국과 유럽의 문화 차이를 뼈저리게 느꼈다.

한국에서는 예약을 하면 문자도 오고 이메일도 오고, 각종 알림으로 일정을 챙겨준다. 하지만 유럽의 현지 여행사는 그런 친절함이 없었다. 물론 이후 여행에서 메일이나 문자를 보내주는 곳도 있었지만, 카프리 투어를 예약한 곳은 아니었다. 그래서 첫 번째 배를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카프리에 대한 간절함이 워낙 컸기에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다시 표를 끊었다. 그 정도로 이 섬 투어에는 진심이었다.

IMG_0562.HEIC 한때 내 프사였던 사진...

기대감으로 가득한 출발

카프리에서의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다. 오전 9시 30분 출발, 오후 5시 55분 복귀하는 배표를 끊었다. 나폴리 항구에 제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바쁘게 준비했다.

배에 몸을 맡기자 예상보다 많이 흔들렸다. 평소 배멀미와는 거리가 먼 나였지만, 이번에는 조금 힘들었다. 그래도 기대감이 너무 커서 잠들 생각도 못 하고 계속 창밖을 바라보며 곧 만날 카프리를 상상했다. 약 1시간의 항해 끝에, 드디어 꿈에 그리던 카프리에 도착했다.

카프리에 발을 디딘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다 구경이었다. 그 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정말로, 진짜로 내가 상상하고 꿈꿔왔던 지중해의 모습 그 자체였다. 에메랄드빛과 사파이어빛이 조화를 이루는 바다, 그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말았다.

더운 날씨였지만 나는 무작정 해안가를 걸으며 바다를 구경했다.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특별한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었다. 수영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해변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도 그들처럼 바다에 몸을 맡기고 싶었지만, 수영복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약 1시간 정도 바닷가를 거닐며 감상에 젖어있다가, 더위와 갈증을 피해 몬테솔라로 향했다. 가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항구에서 사람들의 발걸음을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카프리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기대감과 이상향에 대한 동경이 섞여서인지, 내 인생 최고의 바다 풍경이었다. 그 순간부터 본격적인 카프리 탐험이 시작되었다.

평소 극 J 성향의 나는 모든 여행에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간다. 하지만 카프리만은 달랐다. 정말로 계획이라고는 1도 없었다. 그냥 걸으면서 다양한 곳을 구경하고,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카프리에서의 컨셉은 자유로운 도보 여행이었다.

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걸었다. 그 길을 그냥 느꼈다. 사람들이 많기는 했지만, 나만의 사색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햇빛을 따라, 길을 따라 계속 걸어가다 보니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레스토랑들도 눈에 들어왔다.

점심시간이 되자 미리 알아본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맛보다는 뷰로 유명한 곳이었다. 운 좋게 발코니 자리를 잡을 수 있었고, 카프리의 절경을 배경으로 피자를 주문했다. 솔직히 음식 맛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뷰에서 먹는 피자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평소 유럽 여행 중에도 식사할 때면 무한도전을 보며 먹는 것이 습관이었는데, 이날만은 달랐다. 바다의 풍경을 친구 삼아 식사를 했다. 평소에는 마시지도 않는 맥주도 한 잔 시켜서 여유를 만끽했다. 맥주 한 잔의 여유를 느끼며 카프리의 모든 것을 내 마음속에 새겨 넣었다. 지금도 그 풍경이 눈에 선하다.

여유롭고 환상적인 점심을 마친 후 다시 움직였다. 이번에는 유명한 전망대로 향했다. 덥고 힘들었지만, 사람도 많았지만, 전망대에서 바라볼 바다 풍경에 대한 기대감으로 발걸음이 가벼웠다.

전망대에 도착하니 예상대로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나도 혼자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서양인에게 부탁해서 사진을 찍었지만, 역시 서양인들의 사진 실력은... 아쉬움이 남는 결과물이었다.

KakaoTalk_20250929_155439803_01.jpg 길거리에서 한 장

페리 투어로 완성된 하루

전망대 투어를 마치고 나니 오후 2시 30분이 되어 있었다. 다시 항구로 향했다. 앞서 놓쳤던 페리 투어를 위해서였다.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현장에서 즉석으로 신청했다.

페리를 타고 카프리섬을 한 바퀴 도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유명한 푸른 동굴 안까지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밖에서도 그 신비로운 동굴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섬을 둘러싼 모든 풍경을 눈에 담았다. 바다도 아름다웠지만, 카프리섬의 하얀 건물들과 절벽이 어우러진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출발이었다. 페리로 한 바퀴를 돌고 다시 항구에 도착했을 때,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에 휩싸여 있었다. 그냥 환상 그 자체였다. 푸른 바다와 섬, 그리고 하얀 집들의 조화는 내가 평생 상상하고 꿈꿔왔던 지중해 그 자체였다.

그렇게 나의 카프리 여행, 그리고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날이 끝났다. 이보다 더 완벽한 피날레는 없었을 것이다. 오랜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 그 감동은 지금도 내 마음속에 생생히 남아있다.

KakaoTalk_20250929_155439803_02.jpg 보기보다 더 예쁜 곳. 언젠간 다시 가고 싶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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