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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의 개척자 Mar 25. 2022

05. 선생님,
어떻게 해야 애가 책을 볼까요?

진짜 책 보게 하는 방법을 알고 싶습니까?

"선생님 우리 애가 책을 좀 봤으면 좋겠는데, 방법이 없을까요?"


독서교사라고 밝혔을 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있다. 사실 해답은 명확하게 너무 쉬운데 그걸 말하기까지는 매우 조심스럽다. 그래서 엄마들이 쓰는 몇 가지 방법을 어떤 것들이 있는지 보고, 혹시 나도 그 방법을 쓰는 것은 아닌지 확인해 보자.


1. 거실을 도서관으로 만든다

제발 그러지 마라. 거실을 도서관으로 만드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이다. 집은 애들만 사는 곳이 아니다. 집의 가장 필요한 역할은 쉼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별히 많은 짐을 짊어진 아빠에게 확실한 쉼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어머니의 엄청난 교육열로 거실을 도서관처럼 만들어 버리면 아빠는 갈 곳이 없다. 때로는 등을 벽에 대고 기대서 아무 생각 없이 텔레비전을 봐야 하는데, 벽이 모두 책꽂이가 가득하면 기댈 곳이 없다. 아빠가 기대지 못하는 가정은 상상하기도 싫다. 제발 거실은 거실로 두어야 한다. 


그리고 거실을 도서관으로 만들면서 제발 책 좀 사지 마라. 어릴 때부터 도서관 만든다고 책을 사서 가득 꽂아 놓으면 책 볼 것 같지만 절대 안 본다. 요즘 많이 파는 3*3의 9칸 책꽂이에 책을 다 채우는데 3백만 원이 든다. 각종 유명한 출판사의 전집으로 거실을 꾸미면 천만 원은 훌쩍 넘어간다. 그럴 돈이 있으면 차라리


"고기 사 먹으세요"


그렇게 만든다고 절대 아이가 자라면서 책을 보지 않습니다.




2. 논술학원을 보낸다

초등학교 4학년쯤 되면 이제 학생들은 책을 보지 않는다. 그러면 어머니들이 독서가 중요한 것은 아는데 애가 도통 책을 보지 않으니 이제 논술학원을 보낸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절대 책을 보지 않는다. 이걸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인터넷 서점에 접속해서 초등학교 고학년 독서논술 문제지를 검색해 보시라. 


"없다"


초등학교 고학년 독서논술 수요가 없다. 책을 보지도 않을 뿐더러 그 문제를 풀 생각도 안 한다. 그런데 독서는 중요하다고 하니 궁여지책으로 독서논술 학원에 보낸다. 


보통 토요일 오전에 수업들을 많이 한다. 토요일 오전에 독서논술 학원이라니 너무 잔인하다. 그런데 과연 애가 가서 책을 읽을까? 


도서관에 있으면 많은 학생들이 온다. 그나마 책에 관심 있는 애들이 오는데도 물어보면 재미있는 답변들이 많다. 


"독서논술 학원에서 책 많이 보니"

"아뇨"


"책은 보니, 수업은 어떻게 해?"

"선생님일 일주일 동안 읽어 오라고 하고, 수업시간에는 그 관련된 이야기를 해요"


"이번 주는 어떤 책이니?"

"염상섭의 삼대요"


"너 몇 학년이지?"

"초등학교 6학년요?"


"정말 그 책 읽었어?"

"아뇨"


"그러면 수업은 어떻게 하니?"

"그냥 선생님이 요약한 거 프린트물 주고,  외우라고 해요"


"친구들은 읽어오니?"

"아무도 안 읽어요"


염상섭의 삼대를 읽어 보았는가? 중학교 때 한 달 걸려 읽은 책이 염상섭의 삼대였다. 읽어도 읽어도 이해하기 쉽지 않았고, 작가가 소설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다. 읽을 수는 있어도, 그걸 소화하기에는 어린 나이였다. 독서논술학원 그 돈이 있으면 (일주일에 한 번 가는데 한 달에 40만 원이라는 말을 듣고 진짜!!)


"고기 사 먹자"




3. "넌 들어가서 책이나 봐"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다. 

'넌 들어가서 책이나 봐'


그럼 들어가서 책을 볼까? 절대 보지 않는다. 애도 들어갈 때 기분은 좋지 않지만 마음은 편하다. 방 안에서 자유롭게 놀면 된다. 굳이 요즘 애들은 거실에 나오지 않는다.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서 나올 필요가 없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으니 방 안에서 열심히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을 즐기고 채팅을 하고, 단체방을 만들어 우리가 한민족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런 애들에게 '넌 들어가서 책이나 봐'는 그냥 부모의 입바른 소리일 뿐이다. 애가 귀찮으니 할 말 없을 때 하는 말이다.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있는 한 절대 책을 볼 수 없다. 부모는 아이가 방 안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빠지는 것을 알면서도 '들어가서 책이나 봐'라는 말로 심리적 만족을 얻고, 2-3시간 후 방에 가서 잔소리할 대의명분을 만들었을 뿐이다. 다 알고 있었잖아. 들어가서 게임하고 영상 볼 것을!!


학생들에게 독서에 대해서 권면할 때 분명하게 말한다. 스마트폰과 텔레비전이 있으면 절대 보지 못한다. 참고로 본인은 동탄에 산다. 삼성전자가 동탄 전 지역에서 보이고, 부모님이 삼성에 다니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똑똑한 분들이 저 삼성전자에 입사해서 무엇을 하는지 아니? 절대 너희들이 그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속 붙잡고 사는 방법을 연구한다. 난 그분들보다 똑똑하지 않다 싶으면 그 스마트폰 손에 잡지 말아라, 잡는 순간 우리는 나올 수 없다"



"그럼 책 보는 방법이 없나요?"


있다. 책 보는 방법이 있다. 너무나 쉽게 편하고 아무것도 아닌 방법인데, 애들이 책을 보는 방법이 있다.


"부모가 책을 보면 애들도 책 본다"


거실을 도서관으로 만들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사용해도, 텔레비전이 있어도, 독서논술 학원을 안 다녀도 부모가 책을 보는 집은 애들도 책을 본다. 그게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백퍼 센트라고 장담할 수 없지만 책을 좋아하는 애들은 부모가 책을 보는 집이 대부분이다. 


이런 쉬운 방법이 있는데도 우리는 그 쉬운 방법을 쓰지 않고 가능성도 낮은 어려운 방법과 돈을 쓰며 찾아다닌다. 내가 스마트폰이 재미있으면 애도 스마트폰이 재미있다. 내가 게임이 재미있으면 애도 게임이 재미있다. 내가 드라마가 재미있으면 애도 드라마가 재미있다. 그런데 왜 아이에게는 '넌 들어가서 책이나 봐'를 외칠까? 


아이가 책을 보게 하고 싶은가? 그럼 책 보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대답해주면 다들 실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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