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로 산다는 것은

이해가 너무 잘돼서 화가 납니다

by 칼미아

내 동생은 내년에 중학생이 된다. 그래서 요즘에 많이 예민해졌는지 감정 기복이 심하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으면 바로 짜증을 내며 사람을 무시하는 눈빛을 하고서는 대화를 거부한다. 나는 자칭 착한 언니다. 우리는 6살 나이 차이가 나고, 동생의 키는 저주를 받았는지 크지 않아서 거의 초등학생 2학년 키로 쭉 이어지고 있다. 동생이 해달라는 걸 웬만하면 다 해주는 편이고, 좋아하는 어쿠스틱 노래를 보고 동생이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한다는 걸 기억해서 악보가 없어도 편집하고 붙여서 직접 만들어서 동생에게 프린트해서 가져다주면 내가 항상 어려운 악보만 가져온다고 쉬운 악보를 찾아서 뽑아달라고 한다. 하지만 오늘 아침 바로 달라고 하면 어떡하란 말인가. 바빠 죽겠고, 나도 고3인데. 약속인데 안 지킨다고 사람을 정말 뭣 같이 바라보는 태도에 울컥해서 눈 그렇게 뜨면 찔러버리겠다고 했다.


엄마는 나한테 참지 말고 기강을 잡으라고 한다. 그래서 엄마한테 허락도 받았다. 쟤가 중학생이 될 때까지 기다렸고, 그때는 인정사정 안 봐줄 것이라고 다짐했으나 키 때문인지 저 꼬맹이한테 이겨 먹으려고 하면 내 꼴이 우스워진다. 나는 저 때 어땠을까? 내가 만약 동생이 하는 대로 오빠한테 했다면 바로 처 맞았을 텐데. 눈치 보면서 바락바락 대들던 내 모습이 기억난다. 하지만 오빠 피지컬이 두려워서 결국에는 하고 싶은 말을 못 했었다. 나는 항상 오빠가 나를 말발로 찍어 누르려고 하고 엄마가 옆에서 거들 때마다 너무 답답해서 화도 내봤고, 그냥 안으로 삭혀 보기도 했다. 결국 병이 나서 앓아누었지만. 안으로 삭히는 건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다. 하지만 화를 내는 것과 짜증을 내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아침에 동생이 한 행동은 일방적인 떼쓰기와 짜증에 불과하다.

논리적이지도 않다. 갑자기 들고 와서 아침에 당장 해달라고 했으니까. 그리고 자기가 삐쳐서 갑자기 하지 말라고 하지를 않나. 정당하게 화를 낸 게 아니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정말 감정의 변화로 인해 힘들었었다. 그래서 오빠가 나한테 한 대로 절대 동생한테 안 하기로 다짐하고, 절대 오빠처럼 사회에 찌들어서 화풀이를 하는 인간으로 전락하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사실 아무도 모른다. 사람은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나는 동생이 힘든 시기를 지나갈 때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때가 되면, 나도 내 상황 때문에 동생의 감정을 바라봐줄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오빠가 마찬가지였을까. 중간으로 태어난 나는 오빠도 이해하고 동생도 이해하는데, 나 자신은 이해하고 있을까. 예전에는 중간으로 태어나서 억울한 게 많았다면, 지금은 둘째라서 어쩔 수 없이 모두를 이해하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이해는 하는데....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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