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 앞에 앉은 친구가 한 교시 내내 멍을 때리고 있었다. 한숨소리는 10번도 넘게 들린 듯했다. 나는 그때 국어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신경 쓰였다. 왜냐하면 내가 아는 친구이고, 보이는 증상이 과거의 나 같았기 때문이었다. 무기력증과 우울이었다. 한동안 계속 그런 모습을 보이는 친구를 보니, 마음이 안 좋았고, 어떻게든 돕고 싶었지만, 함부로 속단할 수 없을뿐더러,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멀리서 지켜만 보다가 예전에 학교에 봉사 활동하러 갔을 때, 모르는 선배가 격려를 해줬던 게 떠올랐다. 그때 기분이 엄청 좋았다. 처음 본 사람이 나한테 공감과 적절한 위로를 해준다는 게. 상대가 내 상황이 어떤지 그런 거 하나도 몰라도 꼭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들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인간만의 능력이 아닐까. 오지랖이 아니고, 참견과 간섭이 아니고, 멀리서도 타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나는 핼러윈이 지나갔는지 아직인지는 몰랐지만 마침 핼러윈도 챙길 겸 각자 다른 문구를 써서 간식과 함께 넣어 내 친구들을 위한 꾸러미를 만들었다. 남은 거는 동생 몫으로 했다. 각자 딱 한 마디, 꼭 필요할 것 같은 말들을 적었다. 열심히 미술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에게는 조금만 더 버티라고 했고, 같이 수험생으로서 공부하는 친구들에게는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또는 밝은 미래가 앞에 있다. 뭐, 되게 뻔한 말들이지만 지금 시점에서 친구들이 이걸 크게 받아들여주면 감사할 따름일 것 같다. 그렇게 준비를 다 하고 나니, 이번 주 토요일에 있는 사촌언니 결혼식이 떠올랐다. 마침, 부캐라고 되어있는 한송이의 장미가 보였다. 가운데에는 all you need is love라는 사랑에 맞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나는 걸어가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문장이 가지는 힘이 생각보다 크고, 상황에 맞는 문구를 발견할 때 내가 행복을 크게 느낀다는 것을 말이다. 담담하게 던지는 한 마디의 힘이 누구를 얼마나 행복하게 해 줄지는 모르지만, 나는 그 기쁨을 경험해봤기 때문에 다른 이들도 다 그 기쁨을 스스로 찾았으면 좋겠다.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말이 정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 전에는 믿을 수 있는 말, 즉 문장이 필요하다. 내 상황, 상태에 따라 말의 위력은 달라진다. 말은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한다. 펜이 칼보다 세다는 말,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 전부 괜히 나온 말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