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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긍정 오뚜기 Dec 23. 2023

2023 한 해를 정리하며...

Chapter2. 도전과 포기, 그리고 도전

내년에 내야 할 소설 과제를 미리 하는 이유는 이번 방학 때 내가 매일 10시간씩 주말 없이 알바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이렇게 고강도인 알바를 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를 결심하게 된 데에도 다 이유가 있다. 

 

 말레이시아 해외단기 파견... 준비하는데 한 달이 걸렸고 선발 전에는 마음을 졸이고 합격하고 난 후에는 기쁨에 부풀어 있으면서도 돈 때문에 걱정했다.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금액은 120만 원, 학생들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대략 300만 원, 하지만 어느 순간 정해져 있던 기숙사가 호텔로 바뀌고, 우리끼리 찾아보기로 한 항공편은 업체에게 맡기게 되어 학생들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에 200만 원 상당이 추가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모르지, 나는 포기 각서를 써서 그 후 사정을 모르지만 그 뒤에도 또 추가된 금액이 있을지도. 포기 각서를 쓰기 전 날, 나는 학과 조교 선생님을 찾아가 학과장 도장을 받아 달라고 부탁했었다. 나중에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죄송하다고 말씀드린 후, 포기각서를 쓰러 갔다.


 포기하라는 주제에 이 종이는 뭐 이리 동의하란 게 많은지. 담당자 선생님은 새해도 끼여 있고, 처음으로 교류하는 학교라 돈이 그렇게 많이 드는 거라고 하셨다. 고개를 끄덕이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포기했다고 했더니 돈을 못 줘서 미안하다고 하시며 대출금을 갚기 위한 돈 300이 필요하시다고 내게서 빌려 가셨다. 그 돈은 내 적금이었고, 말레이시아 파견에 쓸 돈이었다.  엄마는 죄책감을 느끼시는 것 같았고, 나는 도리어 미안해졌다. 하지만 이게 엄마의 잘못은 아니다. 그저 내가 전에 알바를 더 했더라면 지금쯤 돈을 모아서 갈지 안 갈지 선택의 여지라도 있었을 것이다. 내가 내린 결정은 상황에 의해 정해진 답이다. 


   돈이 없다 -> 부모님께서는 내게 돈을 빌려주실 상황이 안 된다 -> 연수를 갈 수 없다. 나는 못 간다는 사실 자체에 눈물을 흘린 게 아니다. 또는 내 처지나 경제 상황에 좌절해서 흘린 눈물도 아니다. 단지. 내가 내 인생에 있어서 마음을 굳게 먹고 내린 결정을 포기한다는 것 자체가 허무하고 속상할 뿐이었다. 그래도 나중에 돈만 모은다면 나 스스로 여행을 갈 수도 있고 앞으로의 다른 기회들도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지금은 다 잊고 앞으로 나아갈 때라고 스스로를 다그쳤던 것이다. 하지만 계획적인 나 자신의 계획이 틀어진 것에 대해서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그 분노는 곧 스스로를 향했고, 결과적으로 나는 내 몸을 혹사시키기로 마음먹었다. 나중에 더 허무해 질지 아니면 연수를 포기하고 대신 돈을 번 선택이 옳았다고 할지 몰라도 지금 돈의 결핍을 경험하고 타오르는 내 의지는 분명 내 인생에서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게 분명하다. 


 이를 위한 경험이면 달든 쓰든 삼켜볼 의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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