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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도리 Nov 08. 2024

실수해도 괜찮아

부족한 나의 모습도 받아들이기로 했으니...

  내가 쓴 책을 처음부터 읽어 보았는데, 오타가 몇 개 있었다. 퇴고를 한다고는 했는데 역시 교정, 교열 등은 더 세밀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첫 두 신간이기에 앞으로는 이런 실수를 안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너무 찜찜했다. 더군다나 판매품에 하자가 있게 된 것이니 시무룩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내 첫 작품들인만큼 오타까지도 바꾸고 싶지 않다. 나의 미성숙함과 실수들을 부끄러워하지 않겠다는 것이 내 신간들이 내보이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실수해도, 약간은 엉성해도 내 인생을 담은 이야기를 보여주며 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하게 만들고 싶다. 삼 년 간의 글이었다. 학교에서, 브런치에서 내 일기장에서 꺼내온 소중한 글들. 작가가 되고 싶다고 꿈꿔왔던 순간들이 빛을 발하는 것 같았고, 더 잘하고 싶어졌다. 좋은 글을 쓰며 이제는 성장하는 나 자신의 밝은 면의 비중을 늘려 소설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구상 중인 두 작품이 이미 있다. 아직은 구상 단계에 있지만 언젠가는 꼼꼼한 퇴고를 거쳐 발전한 글을 선보일 것이다. 내가 문예창작학과를 나왔다고 해서 작가로서의 꿈을 포기한 건 아니다. 여전히 내 마음속에 간직해 둔 보물이며, 수업 시간에 배웠던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수업 자료들과 필기는 하나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다. 

   누군가는 나에게 꿈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실도 꿈만큼 중요하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모든 걸 가질 순 없다.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고 그 대가는 언젠간 치러야 한다. 이제 이걸 힘든 과정이지만 어찌 보면 단순하게도 당연한 것임을 받아들였을 때, 그리고 세상에는 단지 한 가지 방법만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맛보았다. 하지만 절망보다는 희망을 선택하고 싶기에 내가 추구하는 것들을 가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모두 다 가질 수 없다고 해도 추구하며 하나하나 성취해 나가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것들과 그 시간들은 참 행복하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결과는 설정했지만 바라보는 건 현재이자 과정이다. 나는 과정주의자가 됐다. 결과에는 자연스레 승복하는 삶. 과정에 최선을 다하고 현재에 집중하는 삶. 여유를 가지는 법을 이제 어느 정도 찾은 것 같다. 나의 어리숙함과 덤벙거림이 담겨 있는 신작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진심과 날 것을 담아낸 에세이. 더 이상 도망가지 않겠다는 포부를 담아낸 것이다.

  그러니 이젠 두렵지 않다. 실패도, 도전도, 우울증도 두렵지 않다. 내가 하고 있는 것들에 긴 의문을 가지지 않는다. 세로토닌 분비를 위한 광합성도 이젠 내가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사람들도 식물처럼 광합성이 필요한 걸지도 모른다. 햇빛을 봐야 행복지수가 올라간다는 연구는 이미 많이 나와있다. 하지만 햇빛 자체가 부담스러울 정도의 우울을 맛봤던 나는 그저 이 작은 행복이, 햇빛을 맞이하는 짧은 산책이 극대화되어 고작 작은 행복이 아니게 되었다. 필수이자, 그 순간의 전부가 된 것만 같았다. 살아있어서 너무 좋다. 노력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아직 만회할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과정 자체가 인생이어서 편안하다. 조금 부족한 책들도 약간 모자란 요리도, 2% 부족한 영어도 다 나를 이루는 것들이고 내 안에서 자라고 있다. 게으른 완벽주의를 조금씩 내려놓는 순간, 나는 발전이 가능함을 느낄 수 있었고, 스트레스의 최소화에 대해 체득하게 되었다. 최선을 다하되, 나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이지 않는다.

   나 자신을 아끼기에,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을 가장 사랑하기에. 이게 자존감으로 변형된 자기애라 해도, 자기 초월감이나, 과도한 자의식이라 해도, 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이 감정은 참 좋다. 이제 더 이상 부끄럽지 않다. 지금 사회에서 내 위치가 무엇이건 역할이 뭐건 간에 나는 다 상관없이 행복하다. 그리고 꾸준히 나아가는 중이어서 평온하다. 불안은 어느 정도 진압이 되었고, 상처는 남아있지만 단단해진 것 같다. 내 마음속 돌의 한 부분이 깎여 맨들 해진 것 같다. 조금은 성숙해진 사람이 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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