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이 다 살아계실 때는 매우 우애가 돈독하였다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

by 월인도령

이덕무가 어느 곁엔가 이런 문장을 적었습니다


" 나의 아버지와 숙부들이 다 살아계실 때는 매우 우애가 돈독하였다. 다섯 분 형제가 한방에 모이시면 화기가 가득하였다. 어머니께서는 이 분들을 경경히 섬겨 아침저녁 식사를 반드시 손수 장만하시어 다섯 그릇의 밥과 다섯 그릇의 국을 반드시 큰 상에 차려서 드렸다. 다섯 분은 빙 둘러앉아서 똑같이 식사를 드시는데 화기가 이 애 하였다. 나는 어릴 때 그 일을 보았다. 지금은 네 분 숙부가 다 작고하시고. 어머니도 세상을 떠나셨으며, 아버지 만이 홀로 계시는데. 때로 그 일을 말씀하실 때마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신 적이 없었다.


이 문장을 쓰면서 이덕무는 그저 ' 어릴 때 그 일을 보았다'며, '어머니도 세상을 떠나셨다'고만 말했다. 자기 마음은 하나도 밝히지 않고 은근슬쩍 그 일을 말씀드릴 때마다 눈물을 흘리시는 아버지 얘기만 하더니 ' ~ 하지 마라'는 식의 글이 이어진다


이 문장에서 이덕무가 별말은 없었지만. 나는 그가 어머니와 네 분 숙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들을 여의고 난 뒤 집이 얼마나 조용해졌는지. 아버지와 둘이 앉아 옛 일을 얘기 하노라면 슬퍼 우시는 아버지 때문에 눈물도 보이지 못한 이덕무의 가슴이 얼마나 아팠겠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제야. 나는 이 책에 실린 말들이 사실 이덕무의 말이 아니라. 그 어머니의 말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p20 ' 지금도 슬픈 생각에 고요히 귀 기울이면'


설날이면 떠오르는 문장이다. 이것을 나의 집에 반영해서 글을 적어보면,


' 할머니가 살아계셨을 때는 형제분들이 돈독하셨다. 하지만. 집안의 큰 어른이 돌아가시자, 다들 뿔뿔이 흩어졌다. 그나마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와 벌초가 형제의 끈을 이어줬다. 하지만. 지금도 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 얘기를 하신다. 살아생전 단 한번 장난칠 때 혼내신 걸 빼고는 늘 묵묵히 응원을 해주셨다는 할아버지, 그리고 늘 막내아들을 애지중지하셨다는 할머니. 물론, 지독한 가난이 지금의 아버지를 만드셨다는 것은 늘 술자리에서 하시는 말씀이라 잊히지 않는다 ' 찢어질듯한 가난. 가난을 이기기 위해 늘 반장을 하며 보낸 국민학교 시절, 장학생으로 들어간 고등학교, 그리고 은행에 취직, 돈암동 산동네 단칸방으로 시작한 신혼생활, 그리고 태어난 아이 셋, 그리고 석관동 집 장만, 늘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직장생활, 갑작스럽게 터진 IMF, 힘든 시절을 견디게 해 준 성경, 사회생활 내내 100권을 읽어내던 독서력, 등산, 그리고 좋은 친구들과의 관계' 아버지를 기억하는 말들은 많지만, 그것이 내 삶의 작은 밑거름이 된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다. 힘들 때도 아버지가 겪었던 가난과 그리고 힘든 시절을 떠올려 보게 되니까.


그런 아버지가 늘 자식들이 모였을 때마다 하시는 말씀이 있다.


첫째. 경제적 독립. 사람이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돈이 전부다. 이게 없으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많은 부분을 저축하면서 살아야 한다.


둘째는 '삶의 중심은 나'라는 자존감. 이 세상에 나를 대신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마음으로 살면서 나를 가꾸어 나가야 한다. 그것에 으뜸은 당연히 건강관리다.


셋째는 놀 사람 (벗). 사람이 끝까지 좋은 친구를 유지한다는 게 쉬운 게 아니다. 적어도 3명의 친구라도 있다면 인생에서 성공한 삶이다.


마지막으로 취미. 나이 먹어서는 일에만 빠져 사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적당한 취미를 가지고 살아가야지만, 그 인생이 빛이 난다. 특히 요즘같이 혼자가 대세인 세상에서는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는 필수다.


이 말씀을 반복적으로 하시지만, 늘 나는 새롭게 받아들이면서 삶의 철학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내게 진심을 다해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면. 결국 부모님과 정말 친한 친구 정도가 아닐까 싶다 (물론, 내게는 멘토로 모시는 두 분이 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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