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매미의 울음으로부터
"진짜 여름은 매미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때부터야."
언젠가 한 지인이 제게 이런 마를 해줬습니다. 그에게서 매미는 여름의 상징과도 같았을 터입니다.
사실. 여름이라고 떠올릴 때. 여러분은 무엇을 떠올리나요?
아마 많은 분들은 '바닷가, 계곡, 휴가' 같은 낭만적인 단어를 먼저 떠올릴 법도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매미'야말로 어릴적부터 나이들면서까지도 우리에게 여름이라는 단어와 동일시된 단어도 드물거 같습니다.
햇살보다, 더위보다, 장마보다 먼저 계절의 전환을 알리는 건 어쩌면 매미소리였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있는 도서관에도 지난주 후반부터 매미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거주하고 있는 남양주에서는 아직 매미소리는 아직인듯 싶습니다)
예전 기억을 더듬어보면 매미는 장마 중간쯤부터 울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때는 빗소리에 묻혀, 매미의 노래가 귓가를 파고들지는 않습니다.
매미소리가 제 존재를 드러내는 순간은 언제나 장마가 지나간 뒤 , 7월 말에서 8월 초, 여름이 가장 뜨거운 그 시점입니다.
"매미는 그 자체로 하나의 짧은 여름이다."
– 나쓰메 소세키
소세키의 말처럼, 매미는 여름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15년이라는 어둡고 긴 땅속 시간을 지나, 이제 막 세상 밖으로 나온 매미는 잠시 눈치를 보다가, 가장 뜨거운 계절에 힘껏 운다. 그 울음은 삶에 대한 전율이고, 존재의 선언입니다.
“매미는 울기 위해 태어난다. 그것이 여름의 본질이다.”
– 다자이 오사무
그 말이 사실이라면, 매미의 생은 짧고 장렬하기만 합니다.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울어대던 매미도, 8월 중순이 되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하나둘, 나무 밑에서 싸늘하게 식어가는 모습으로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소리 높이 울던 매미의 사체를 마주할 때면,
짧은 생의 절정이 남긴 여운이 이토록 길다.”
– 윤동주
짧게는 한 달, 길어야 두 달.
지상에서의 그 짧은 여름을 불꽃처럼 살아낸 매미는 아무 미련 없이 흙으로 돌아갑니다.
그렇게 여름은, 한 생의 탄생과 절정과 소멸을 매미라는 작은 생명체 하나로 다 들려줍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울음을 들으며 계절을 느끼고, 자신의 삶을 가만히 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