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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없는 중장년이시니까 월 200만원입니다

by 월인도령

며칠전 처가집 형님과 나눴던 얘기 한토막


"중소기업 제약회사 다니던 친구가 있었는데,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작년에 잘렸는데. 퇴직금도 못받고 나왔다고 하네. 그나마 실업급여로 버틴거 같은데. 그마져 기간이 다되고 나니, 중장년 취업박람회에도 가 봤다는데, 회사들은 하나같이 월급 200만 원밖에 못 준다고 해서 그냥 왔다고 해. 사실 .최저 시급을 생각하면 한 달 일하면 280만 원은 되는데. 그런데 ‘기술없는 중장년이라 월급 많이 못 준다’는 얘길 하면서.(후략)”


사실, 나는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다. 5-6년전 군대에서 장교로 제대한 친구가 경험한 현실도 '월 200만원' 이었다. 친구는 수십번의 구직노력끝에 현실을 깨닫고 '대리기사, 심부름' 같은 플랫폼 노동자를 하다가 '음식물 처리기 설치기사'로 들어갔고, 지금은 대기업 하청업체 설치기사로 자릴 옮겨 일하고 있다. 그나마 그쪽은 자기 차량이 있어야 하고, 경험이 있어야 해서 경쟁률은 적다고 했지만, 그마져 자리가 나지 않아서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 몇달전 운좋게 취업에 성공했다. 친구가 받는 금액은 기술이 있다보니 350-400만원, 하지만 베테랑이 되면 100만원 넘게 더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참고로, 그 친구는 군대 전역을 하면 바로 연금 혜택이 있어서 '250만원 +' 가 매월 친구가 버는 월급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부러운건 20대때 결혼해서 자식들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들어 갈 예정이라는 것. 그에반해, 나는 아직 고등학생 자녀에 대학까지 보내야 하는데.. 단순히 적은 월급으로 생활하기에는 미래가 어떨지가 훤히 예상이 되는 상황이다


그만큼 회사를 나온 중장년에게는 돈은 현실이 된다. 혼자면 모르지만, 가족을 이루고 있으면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사업을 계획하기도 하고 프랜차이즈 창업을 알아보지만 내 생각에서는 그건 자신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실, 궤도에 있으면 궤도밖의 세상은 무관심하기 마련이다. 굳이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내 현실에 충실한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없으니까. 문제는 궤도에서 밀려날 이후부터다


어제까지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모래성이었다는 사실은 그런대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내 가치가 기술의 유무나 (영업이나 실적달성의) 활용가치로 판단되면서 경매에 붙여진 물건대접을 받는 것이 쉽게 적응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200만원이라는 금액을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중장년 세계에서는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금액이다. 기술이 없다면 말이다. 그런데 살아가야 할 현실에서는 그렇게 풍족한 금액이 아니다보니 투잡, 쓰리잡도 까지도 몰리게 되는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나라 경기도 무시할 수 없는 법이다. 앞서 말했던 처가집 형님은 오래전부터 인터넷 유통일을 해왔다. 처음엔 구제 청바지로 돈을 많이 벌었고, 그림 그리는 도구를 팔기도 했다. 하지만. 유행들이 쉽게 떴다 지는 상황에, 쿠팡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시장 변화로 투잡으로 최근에는 슈퍼납품 일까지 하게 됐다. 하지만, 월 4천만원까지 올랐던 매출은 최근 1천 4백만원까지 빠진 상황이라 (이게 전부 이익이 되는게 아니라 이익은 여기서 15% 서이라고 했다) 최근 쓰리잡으로 해외 리셀러를 시작했는데, 벌이가 시언찮다고 고민이 많은 상황이었다

지금의 나도 뭐라도 할 수 있다면, 팔 걷어붙이고 뛰어들 고 싶은데. 마땅히 갈 곳도 없고, 사업을 시작할 여력도 없고, 좀더 배우고 싶지만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도 어렵고… 자격증 준비는 막막하고, 그러다보니 주위에서는 쿠팡 물류 알바를 해보라는 조언도 많지만 알바만으론 답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지인들에게 이런 고민을 얘기 하면.


“네가 블로그 잘하잖아? 유튜브 해봐. 유튜브 돈 많이 벌던데~”


현실적 조언은커녕 공허한 격려처럼 들릴 뿐이다.


그나마, 최근 들었던 가장 현실적인 조언은 '만나라'였다



“알던 사람들 많잖아. 연락해서 만나. 그러면 얻어 걸릴 수도 있어.”


하지만, 요즘은 옛날처럼 ‘사람 만나서 얻어가는’ 시대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모두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자영업이든, 사장이든, 부장이든, 대리든 상관없이, 너나 할 것 없이 방황의 시기라는거. 돈이 많든 적든, 직위가 높든 낮든, 중장년이 되는 순간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는 거. 업종을 막론하고, 앞으로 일할 날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현실로 다가오니 슬금슬금 초조해지는 시기가 중장년의 시기다


그나마 현명한? 부류는 ‘걱정은 나중에, 즐길 수 있을 때 즐기자’며 골프를 치고 여행 다니지만, 걱정하는 부류는 나처럼 여전히 다을 찾아 헤매는 중이고,


거리에 나가봐도, 넥타이를 멘 소수의 중장년 외엔 찾아보기 어렵다. 술 한잔 하려면 법인카드가 있어야 하고, 그것도 눈치 보이고… 예전엔 법인카드 덕분에 솔솔 모임도 있었지만, 요즘은 그마저 사라졌으니. 그렇게 돌이켜보니, 우리가 술잔을 기울이며 웃고 떠들던 시간들이 모두 법인카드에 기대 있었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고, 참 씁쓸하기만 하다. (정말 임원들이 퇴직하고나서 기존의 직원들과 연락을 끊고 지내는 것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당시에는 법카로 펑펑 썼지만. 퇴직하고 나서는 퇴직금이 아무리 많이 받고 나왔다고 해도 일을 하지 않는 이상. 결국 까먹는 돈인데. 함부로 쓸 수 없는 것이다)


실업자가 된지 4개월차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질문 앞에서, 답은 쉽게 얻어지지 않지만. 고민만 잔뜩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조만간 뭐라도 움직여야 하지 않나는 생각이다. .


지금 원하는 건 단 하나다. 최소한 ‘삶을 견디며 살 수 있는 일’ 한 가지. 그걸 위해 한발한발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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