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평범한 30대 미혼 공무원의 성장일기
국어사전 속 ‘어른’은 1.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 2.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 3. 결혼을 한사람 세가지 의미로 정의된다.
20대 초반 진로를 고민하며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을 때, 나는 매일 밤 잠들기 전 내가 꿈꾸는 어른의 모습을 상상했다.
‘30대 초반, 원하던 직장에 들어간 지 어느덧 10년차.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하는 열정적인 커리어우먼이다. 옷차림은 항상 단정했으며, 공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순간적인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외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성숙한 여성이다.
10년 연애 끝에 결혼한지 5년차에 접어들었으나 아직 아이 없이 신혼을 즐기고 있다. 퇴근 후 함께 운동을 하고, 주말이면 근교로 나들이 가는 평범하지만 소소한 행복이 가득한 일상. 결혼과 함께 마련한 내 집은 가장 편안하고 안락한 휴식처다.’
이렇게 나는 30대 초반이면 어른이 되어있을줄 알았다.
역시,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는 것은 인생이 아니지.
깔끔한 정장에 굽높은 구두 대신 헐렁한 청바지에 편한 운동화가 나의 OOTD.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퇴근하고 싶다를 외치는 평범한 직장인이 됐다. 9년 연애가 이별로 끝나면서일까? 결혼은 하지않기로 결심했고 마음 맞는 사람과는 연애만 하는 비혼주의자다. 주말 중 하루는 무조건 집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집순이지만, 그 집은 여전히 부모님 소유다.
꿈꿔왔던 모습이랑 일치하는 게... 아!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는 것, 휴.. 하나 있긴하네
과거와 비교했을 때, 취업, 결혼, 출산 모든 것이 확실히 느려졌다. 10년 전 사촌언니가 30살이 되던 해, 친척들이 얼른 시집가라 잔소리하며 노산을 걱정한 것과 다르게, 첫 직장을 30대 중반에 가지는 것은 다반사이고, 결혼은 선택사항이 됐다. 물론 출산은 더더욱 지양하는 분위기다. 그보다 우리들은 운동, 피부관리, 자기계발 등 본인에 집중하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외모 또한 제 나이보다 한참 어려보이기도 한다.
30대 중반은 한 가정의 가장인 동시에 모든 일에 책임을 지는 어른으로 대접받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사회초년생이자 무언가에 한창 도전할 나이라고 말한다. 오죽하면 현대나이는 실제 나이에서 0.8을 곱해야 한다고 하겠는가.
그렇다면 나는 국어사전 속 ‘어른’이 됐을까?
다 자란 사람? 조금 애매하다. 나이나 지위나 항렬이 높은 윗사람도 아닌 것 같다. 결혼을 한 사람은 완전히 아니다.
나는 어른과 어린이가 합쳐진 ‘어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