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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모리 Sep 13. 2023

호기심 가지기

혹자가 썼던 '신경 끄기'와는 상당히 대비되는 글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시간에 이야기하는 호기심은 '지적 호기심'에 관한 글이다. 인류는 호기심을 통해 그들의 역사에 많은 것들을 발전시키고 바꿔 나갔다. 의식주에 대한 호기심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많은 물질들을 만들어 냈다. 호기심에 시작한 많은 행동들이 쌓이고 쌓여 많은 결과물들을 내놓았고 이 결과물들이 널리 퍼져서 인류는 무엇이 해롭고 무엇이 유익하며, 또한 무엇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를 학습할 수 있었다. 만약 인류에게 호기심이 없었다면 그저 하루하루 배부르게 먹는 것 외엔 크게 집착을 하지 않게 되어 아직도 선사시대 수준의 문물을 유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지구상의 생명체들 중 궁금증을 끊임없이 해결하고 모든 진리를 알아가고자 하는 생물은 인류가 최초이다. 먹이와 짝짓기에 호기심이 집중되어있는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은 독특하게 보상이 없는 대상에도 호기심을 품는다. 신이 있다면 신이 인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호기심과 지식이라 해도 무방하다. 인류가 호기심을 통해 불을 발견한 후 음식을 익혀 먹을 수 있게 하였고 언어를 사용하면서 역사 시대가 시작할 수 있게 했다. 본격적으로 인류가 지식에 대해 본격적으로 탐미하고자 한 것이 기록으로 남은 것은 기원전 800~750년경 고대 그리스의 시인이었던 호메로스부터였다. 실존 논란이 있는 인물이지만 고대 그리스의 많은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라는 작품을 통해 고대 그리스 문학의 근간을 마련했던 인물이었다. 인류는 이러한 호기심을 '도전 정신'이라는 명목하에 끊임없이 추구하면서 미시 세계에서부터 머나먼 우주 끝까지 만물에 대한 지식을 쌓아갔다. 


호기심은 메슬로우의 욕구계층이론에 따라 인간의 욕구 중 '인지적 욕구'에 해당한다. 19세기 말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호기심은 "보다 나은 인지기능을 향한 충동, 즉 잘 알지도 익숙하지도 않은 어렵고 복잡한 상황이나 환경을 기꺼이 받아들여 창의성을 높이려는 소망”이라 정의했디. 인지적 욕구는 다른 욕구들보다 그 정도는 낮을 수 있어도 상당히 오랜 기간 느낀다. 어린 아이든 노인이든 지식을 쌓으려는 욕구가 있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인지적 욕구는 생각보다 기본적인 욕구이다. 예를 들어, 세상에 태어난 아기는 의식주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가 해결된 상태에서 그 다음으로 느끼는 욕구가 '인지적 욕구'이다. 호기심을 통해 많은 것을 익히고 배운다. 호기심을 통해 내가 누구와 살아가고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알게 되고 언어라는 소통의 매개체를 통해 한 개인의 삶은 성장해 나간다. 전 전두엽 뇌세포들의 연결이 활발해지는 초등학생 시절에 호기심은 가장 높아진다. 만약 누군가에게 출입이 가능한 방 2개 중 하나의 방에서만 1년을 버티면 일확천금을 준다고 했을 때 책이 가득한 방과 아무것도 없는 방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대부분 아무리 재미없는 책이라도 책이 가득한 방을 고를 것이다. 그만큼 인지적 욕구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뗄레야 땔 수 없는 욕구이다.


하지만 호기심은 리스크가 존재한다. 호기심이 생기는 대상은 대체로 미지의 존재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에 대한 리스크가 생기기 마련이다. 현재의 인류는 불이 몸에 직접적으로 닿아서는 안 되는 것임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인류 역사상 최초로 불을 마주한 존재는 불이 위험한 존재인지 전혀 몰랐을 것이다. 과도한 호기심을 가진 일부 인류는 필시 불을 손으로 만지려 들었을 것이며, 그 결과는 당연히 좋지 못했을 것이다. 과도한 호기심으로 인해 기대수명을 스스로 감소시키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목격한다. 각종 수인성 질병 및 전염병과 높은 영아 사망률로 인해 1800년대만 해도 기대 수명은 겨우 30살 안팎이었다. 산업 혁명 이후 의학이 발달하고 페니실린 개발 및 식생활 개선 등으로 1900년대에는 평균 수명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2020년 기준, 인류의 평균 수명은 73세로, 인도 코끼리를 제치고 포유류 중 기대 수명이 가장 종이 되었다. 가장 긴 수명을 가진 인류지만 인도 코끼리보다 수명을 단축시킬 위험 요소는 훨씬 많다. 질병 이외에도 자동차, 총기, 전쟁, 극단적 선택, 추락사 등 그 요인은 다양하다. 인류는 그 어떤 포유류보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위험에 도전하는 마인드로 인해 기대 수명을 깎아먹는 경우가 많다. 가령, 서양의 경우 청소년이나 청년들의 주요 사망 요인 중 하나는 추락사이다. 여행 도중 위험한 곳에 올라가거나 사진을 찍기 위해 불필요한 모험을 감행하다 발을 헛디뎌 추락하는 경우를 뉴스에서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동양에서는 건설 현장 추락사가 상당히 많다.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위험한 현장이 조성되다 보니 추락하는 경우가 잦다. 1994년부터는 멍청한 짓을 하다가 죽은 사람에게 주는 ‘다윈상’이 제정되기도 했다. 반면, 기대 수명이 깎이지는 않지만 위험한 도전으로 스스로에게 엄청난 정신적 고통과 시련을 주는 경우도 있다. 가령, 주식과 같은 금전적 투자나 도박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무모한 도전으로 인한 추락사 등의 사건사고와 주식, 도박 등 각종 모험성 행위가 횡행하는 이유는, 호기심을 해결하는 행동이 다른 욕구와 같이 우리 자신에게 카타르시스라고 불리우는, 일종의 도파민이 분비되어 나타나는 극단적인 쾌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궁금증을 해결하면 불확실성이 없어져 시원한 마음이 드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인간에는 뇌가 있고 자연보상에 의한 자극을 받아 기쁨과 쾌락을 느끼는데, 극단적인 쾌감을 위해 인위적인 보상에 의한 자극을 계속해서 부여하고, 이로 인해 극단적인 쾌감만을 추구하게 되어 삶이 피폐해지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SNS에 올려 관심을 받기 위해 무모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우리는 호기심을 추구하되, 안전하게 추구해야 한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호기심을 해결하는 행동은 우리에게 어떤 극단적 결과를 가져올 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인류 전체적으로 보자면 불에 대한 호기심으로 행한 접촉으로 인해 인류는 불을 접촉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우쳤을 것이고, 그것이 오늘날까지 내려져와서 우리 모두가 불에 일일이 접촉해보는 불필요한 짓을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최초의 접촉자가 호기심이 없어서 접촉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인류는 불을 미지의 존재로 여겨 불 근처에 얼씬도 안했을 것이고 따라서 불이 가져다주는 이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을 것이다. 


호기심은 삶의 원동력이나 추진력이 되기도 한다. 호기심이 많으면 느끼는 것이 많아 다채로운 창을 통해 세상을 본다. 지루할 틈이 없고 내면의 힘이 생기게 된다. 내면의 힘이 생기면 외부의 압박이나 영향에 덜 흔들려서 타인의 시선에서 조금 자유로워 질 수 있다. 호기심은 치매 예방에도 좋다. 노인이 되면 치매를 늦추기 위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 호기심이 적어지면 생명력이 약해져 무기력해진다. 실제로 호기심을 해결하며 해마를 적당히 자극하면 기억력이 좋아지고,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켜 불안과 우울감을 적게 만든다. 또한 호기심은 일종의 '정신적 가치'이다. 호기심은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한다. 하지만 시간과 돈은 유한해서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없는데, 우리는 '책'과 '영화' 등을 통해 간접 경험이 가능하다. 책을 읽으면 생각이 늙지 않는다. 생각은 루틴의 크기에 맞게 멈추기 마련인데, 책을 읽는 사람은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접하게 되어 생각이 늙지 않는다. 또한 사람은 행동반경이 정해져 있어서 실제로 나와 비슷한 사람만 만나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SNS나 유튜브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고 착각하지만 SNS나 유튜브야말로 닫힌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 중심으로 모이게 되고 보게 된다. 하지만 책을 통해 좀더 다양한 인물이나 저자를 만나게 되고 나와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인물을 만나기도 하며,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세상을 보는 창의 폭이 넓어진다. 책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쓴 것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책은 생각거리를 던져주기 마련이고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삶에 적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책은 들인 비용에 비해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 호기심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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