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소망을 품은 아이들

나의 소망 or 우리의 소망

by 줄탁동시쌤

마다가스카르는 9월에 새 학년이 시작된다.

쓰레기마을의 아카니학교는 다른 학교보다 2주 먼저 개학을 했는데 그 이유는 아이들을 돌보고 점심을 먹이기 위해서다. 사실 대부분의 아이는 점심을 먹으러 학교에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이른 개학을 결정한 학교 측의 마음은 아이들을 향한 진심 어린 사랑이다.


방학을 보내고 오랜만에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 설렌다. 이 날은 새 학년을 맞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나누고자 소망나무 만들기를 했다.

첫 수업에 종이컵놀이에 사용했던 컵을 꽃으로 재활용했다. 고학년 아이들이라 글씨를 모두 쓸 수 있어 각자의 새 학년의 소망이나 다짐을 적어보자고 말해주었다.

이 반의 분위기 메이커인 세데라는 친구들을 도와주고 친구들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적었다. 꽃잎에 'kim kim good'에 하트까지 그려준 사랑둥이 녀석이다.

그동안 우리 가족이 많이 아팠어요.
이제 가족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면 좋겠어요.

"소망나무의 서른 송이의 꽃들이 활짝 피었습니다!"

좋은 친구를 만나고 그 친구에게 나의 사랑을
전해주고 싶어요.


많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가족들을 향한 마음을 적었다. 새 학기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올해는~을 하겠다."라는 목표나 개인적인 희망이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급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담임선생님께도 쓰시라고 꽃을 건네었더니

"개인적인 소망을 쓸까요? 아이들을 위한 소망을 쓸까요?"묻는다. 선생님도 나와 똑같은 감정을 느낀 거다.

당신의 소망은 무엇인가요?


나는 분명 'You', '당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은 '나의'가 아닌 '우리의' 소망을 생각하고 적은듯하다. '우리'가 한국의 대표 대명사인데! ㅎㅎㅎ어쩌면 우리는 '우리'라는 말은 많이 사용하지만 그 마음까지 담겨있는지는 모르겠다.


늘 굶주리고 학교에 안 오면 구걸을 해야 하는 아이들의 삶에서 '우리'의 의미는 무엇일까? 생계가 어려운 아이들이라 각자의 소망이 강하게 있을 거라는 나의 선입견이 있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 순수한 아이들의 마음을 내가 지켜줄 수 있을까?"

.......

수업을 끝나고 나오니 중간놀이 시간으로 함껏 신난 아이들이다. 어린 시절 고무줄놀이를 했던 것이 생각나 용감히 끼어들었지만 예전의 몸이 아니다...ㅎㅎㅎ 결국 고무줄을 들어주는 역할로 함께 했다.


그렇게 아이들과 놀다 보니 문득 친구들을 위해 소망을 적은 아이들은 이미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은 놀면서 이미 친구를 돕기도 하고 그 안에서 사랑을 전하고 있는 거다. 소망은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정말 아이들이 나를 가르친다.


나는 오늘도 수업을 하러 갔지만 수업을 받고 왔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 여러 날을 고민하고 준비해 가지만 아이들은 준비도 없이 알려준다. 삶 자체로 보여주는 거다. 이게 진짜 배움인데...

이번주도 또 배우러 가자! 늘 어떤 수업을 해줄지 고민했는데 반대로 생각하니 설레기까지 하다!

이번주에 아이들이 나를 어떤 수업으로 맞이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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