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르에서 호사를 누리는 방법!(승률 100%)

EPP Ambohidroa, 빚진 자의 기록

by 줄탁동시쌤

새로운 학교를 다녀왔다.


꽤 높은 고지에 위치한 학교로 평지로부터 10분 넘게 좁은 비포장도로를 오르고 올라야 도착한다.

EPP는 Ecole Primaire Publique(공립초등학교)의 약자로 암보히드로아동네의 공립학교라는 뜻이다.


건물을 보자마자 1890년대의 프랑스화가 앙리 장 조프로이의 그림이 떠올랐다.

Class is over

그림 속 아이는 긴장되어 보이지만 오늘 만난 교실의 아이들은 여유롭게 손을 흔들어준다.


이 학교가 1912년도에 개교했으니 그때의 마다가스카르는 프랑스령이었고 조프로이의 그림도 동시대기에 건물이 비슷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당시 프랑스에 의무교육이 들어서면서 마다에도 공립학교가 세워지기 시작했나 보다. 마다에서 프랑스이야기를 시작하면 끝이 없기에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 학교를 방문한 이유는 학교에서 장애인아이들을 돌보는 반을 운영한다는 소식에 그 아이들도 보고 학교아이들 급식을 돕기 위해서였다.

식사 전 기도를 하는 아이들. 자폐, 다운증후군, 발달장애.. 오늘은 시각장애아동은 만나지 못했다.


내가 교실에 들어서자마 활짝 웃으며 손을 내미는 아이들이다. 일반아동이 아니라 다가가기 어려울 거라 걱정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녹아내린다. 비장애인아이들보다 훨씬 살갑다. 스스럼없이 악수하고 궁금해서 나의 팔이나 다리를 쓰다듬는다. 이들의 호기심이 경계심을 압살 한 거다. 그야말로 감정에 충실한 아이들... 이러니 나의 경계도 무너질 수밖에! ㅎㅎㅎ

반 선생님은 우리가 들어오니 아이들이 활동한 노트를 보여주신다. '우리 애들이 이런 것도 했어요!' 하는 부모의 마음이 느껴진다. 수업봉사는 두 학교로 충분하다 여겼는데 이 노트를 보니 해주고 싶은 것들이 떠오르니 이쯤 되면 직업병이라고 해야겠다.

사탕하나에도 활짝 미소 짓는 아이들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먹지 않고 주머니에 넣는다. 집에 가서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걸까? 궁금해진다.

점심시간이 되니 아이들이 자기 밥그릇을 들고 줄을 선다. 매주 목요일 100명씩 밥을 먹는다. 전교생이 400명이지만 오전, 오후반으로 나뉘어 수업을 하기에 오늘 만난 아이들은 200명이지만 재정의 한계로 100명만 먹을 수 있다. 다음 주에는 다른 아이들이 이렇게 줄을 서서 밥을 기다릴 것이다.

식사 후 아이들과 함께 투호와 카드뒤집기 놀이를 했다. 역시나 놀이는 신난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되니 내가 더욱 신나는 신나는 시간이다! ㅎㅎㅎㅎㅎ


사실 새로운 학교에 같이 방문하자는 제안에 선뜻 기쁘지만은 않았다. 기존에 봉사하던 학교에 충실하고 싶은 마음과 오후에 토지독토가 있어 분주할 거라는 염려 때문이었다. 그런데!

토지 17권 '숙이의 호사스런 순간'

독토 마지막에 던져주신 질문이 나를 돌이킨다.

내게 호사스러운 순간이 언제였나요?


사실 '호사'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오늘 만난 아이들이 떠올랐다. 나를 보자마자 웃으며 악수를 청하던 아이들... 내가 어디 가서 이런 환대를 받을 수 있을까? 을 먹다 손을 흔들며 인사해 준 아이들, 게임을 하면서 신나서 하이파이를 해주던 아이들의 귀한 마음들을 생각하니 이것이야말로 내가 누리는 호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오늘 학교를 다녀오지 않았다면 어쩔 뻔했던가...

호사의 순간을 놓쳤을뿐더러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호사임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장애아이들을 만나서, 배가 고픈 아이들을 만나서 내 삶이 호사스럽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다. 그저 밝은 아이들의 사랑을 온전히 받은 것이 호사인 것이다. 그럴 자격이 없는데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받은 사랑을 돌려주거나, 그런 사랑을 받을 자격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라는 사람은 1명인데 100명이 넘는 아이들의 사랑을 받았으니.. 쪽수로 절대 이길 수가 없다. 내가 사랑을 준다고 해도 더 많은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식도, 코인도 백퍼라는 게 없는데 이건 무조건이다..ㅎㅎㅎㅎㅎㅎㅎ못됐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승률 100%인 아이들과의 만남! 가는 길이 험하고 말이 안 통해도 마음만은 늘 기쁨으로 가득 차니 감사하다. 이 맛에 또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거다.


얘들아, 다음에는 내가 더 많이 사랑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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