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 마실 페스티벌 - 1. 마실바람 바자회

by 박동규

오늘의 첫 장소는 내가 살고있는 태왕리더스의 경비실이다. 코코를 근처에 세우고 경비실로 다가가니 마침 길을 쓸고 있는 경비원 재만씨가 보인다.


“재만씨 오늘도 열일하시네요. 여기 요구르트 왔어요.”


그는 어딘가 근심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요구르트를 건네 받는다.


“네, 고생많으시네요.”

“오늘 날씨가 참 좋네요. 그렇지 않아요?”

“네, 그렇네요.”


평소 밝고 말 많은 재만씨답지않게 단답이 이어져나온다. 나는 이상함을 느끼고 그에게 묻는다.


“재만씨, 혹시 안 좋은 일 있어요? 안색이 안좋네요.”

“아 그게... 요즘 우리 입주민분끼리의 정이 좀 줄어든 것 같아서 걱정돼서요.”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어제 낮에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고있는데 경비실 인터폰이 울리더라고요. 그래서 받았더니 남자분이신데 그 분이 야간근무를 하고 낮에 잠을 자야하는데 애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못자겠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선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씀을 드리고 아이들한테 조금만 조용히 해달라고 말을 하는데 마음이 참 그렇더라고요. 애들이 뛰어놀 나이에 이런 주의를 받아야하나 싶으면서도, 또 그 남자분 말씀도 이해가 되고요.”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구나. 참 난감하셨겠어요.”

“어디 그뿐인가요. 그제는 또 다른 집에서 인터폰이 와서 층간소음이 너무 시끄럽다고 해서 제가 윗집을 찾아가봤더니 아이가 둘 있는 집이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양해를 바랬는데, 아이 엄마는 또 매트도 깔아놓고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면서 죄송하다고 얼마나 말씀하시는지... 조치를 취해야 하는 입장이긴 하지만 참 그럴 때마다 어쩔 지를 모르겠네요…”

“네,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아이고, 제가 해결해야 할 일인데, 별소리를 다 했네요. 오늘도 고마워요. 수고해요.”


그 말을 끝으로 재만은 경비실로 들어갔다. 나도 코코를 타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며 생각했다.

‘문제는 문제네. 어떻게 방법이 없으려나. 이 쪽 말도 일리가 있고 저 쪽 말도 일리가 있으니.’

그렇게 다음 장소들에 가서 요구르트를 건네주고 마지막 남은 장소로 향한다. 오늘의 마지막은 수정씨네 집이다. 수정씨는 고등학생 아들을 둔 전업주부이자 우리 태왕리더스의 활발히 활동하는 부녀회장이다. 그녀는 자기 일뿐만 아니라, 남의 일도 자기 일처럼 해결해주려는 정신이 투철했다. 마침 아침에 재만씨의 고민을 들었던터라 잠깐 수다를 떨면서 이야기를 한다.


“그니까, 완전 어이 없었다니깐.”

“아, 근데 재만씨 알죠?”

“아 알지알지, 우리 경비원분 맞죠? 아 근데 그 분이 왜?”

“아 그게, 최근에 입주민 사이에서 작은 갈등이 있었나봐요. 근데 또 그게 어린 애들이랑 연관된 일이라, 중간에서 참 입장이 난감하겠더라고요. 입주민끼리 정이 사라진 것 같다고, 걱정이 많으신 것 같아요”

“아 그치, 그게 문제긴 하죠. 나도 요즘 엘리베이터에서 인사 안하거나, 쓰레기 막 버리고 그런거 보면서 마음이 좀 복잡하긴 했어.”

“저도 같은 입주민으로서, 그런 얘기 들으니까 좀 그렇긴 하더라고요.”

“자기까지 그렇게 얘기하니까 또 내가 가만히 있을 수가 없겠네. 조금만 기다려봐요. 내가 머리 좀 굴려볼게.”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나서 아파트 단지 내에 현수막이 커다랗게 걸렸다.


‘리더스 마실 페스티벌 - 마실 바람 바자회/달빛 마실 극장’


내용은 이러했다. 낮엔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바자회가 열린다. 입주민들은 각자 집에서 장난감, 옷, 음식 등을 가지고 나와서 판매를 하고, 그 수익금은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 빔프로젝터로 아파트 흰색 외벽을 이용해 영화 상영을 한다. 사람들은 돗자리를 펴고 각자 음료와 먹을거리들을 들고 나와서 서로 나눠먹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는 행사였다. 과연 수정씨다운 적극적이고 재밌는 취지의 행사였다. 날짜도 일요일 오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참여할 수 있는 시간대였다. 나도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 집에 있는 딸 다혜의 어릴 때 옷, 장난감, 그리고 요구르트 아줌마로서 상품을 구매 시 요구르트를 하나씩 증정하기로 마음먹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또 며칠 후 행사당일, 다혜와 함께 물건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놀이터 앞으로 나갔다. 행사 시작 1시간 전인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물건을 진열하며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자리에 돗자리를 펴고 나도 진열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수정씨가 다가왔다.


“역시 현주씨도 나올 줄 알았어. 물건 많이 가져왔네?”

“네, 저도 아파트 입주민 중 일원으로서 행사에 참여해야죠. 아 그리고 나름 요구르트 아줌마라고 요구르트도 준비했어요. 구매하시는 분들한테 나눠드리려고요.”

“아이고 많이도 준비했다. 역시 현주씨 아이디어가 기발해. 준비 열심히 해요.”


그렇게 진열하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다 하고 나니 어느덧 행사가 시작되었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시작했다.

‘우리한테도 와야할 텐데, 왜 이렇게 사람이 안오지.”

이런 걱정이 들 때쯤 첫 손님이 다가왔다. 다혜가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어서오세요! 천천히 둘러보세요.”


다혜는 마치 점원이라도 된냥 자연스럽게 손님을 응대했다. 첫 손님은 아기를 안고 온 젊은 부부였다. 아이를 안고 왔기에 자연스럽게 다혜 어릴 때 입었던 옷들로 안내했다.


“여기 우리 애 어릴 때 입었던 옷들이에요. 아기가 막 돌쯤 지난 것 같으니까… 이거! 이거 어때요?”

“오 자기야, 이거 이쁘다. 이 옷 애한테 한번 대봐도 될까요?”

“네네 그럼요. 여기요.”


그렇게 첫 손님에게 판매를 하고 요구르트를 챙겨준 후 손님들이 하나 둘씩 다가왔다.


“여기 이 장난감 얼마에요?”

“이 아기 옷 너무 이쁘다. 우리 애한테 맞겠는데? 이거는 얼마에요”


걱정과는 달리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돗자리는 다 비었다. 다혜가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우리 그럼 기부 많이 할 수 있는거야? 좋은 일 많이 하는거지?”

“응 맞아. 우리 다혜 수고했어.”


그렇게 어느덧 해가 저물고, 우리는 밤마실 영화제에 앞서 간단히 나눠먹을 음식을 챙기기위해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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