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s 로스터리

by 박동규

매일매일 지나치는 골목이 있다. 어떤 골목은 조용하게 들꽃이 피어나는 골목, 또 어떤 골목은 아이들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한 골목, 그런 골목들을 나는 코코를 타고 돈다. 곳곳의 정취를 느끼기도 하고 만남에서의 반가움을 느끼기도 한다. 같은 길을 순회하지만 늘 다른 마음을 갖게 하는 여기 이 곳은 만촌동, 나는 만촌동 담당 요구르트 아줌마다.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매일같이 그렇게 열심히 돌아다니시면 안피곤하세요?”

나는 대답한다.

“피곤 할 때도 있지만, 세상은 피곤 없이 끊임없이 변하잖아요? 늘 열려있던 가게의 셔터가 갑자기 내려가기도 하고, 수십년간 있었던 사람이 훌쩍 떠나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제 일은 그거인듯해요. 이런 변화를 느끼고, 돕고, 함께 해나가는 것. 그래요. 그래서! 요구르트 줄까요 야쿠르트 줄까요?”


오늘도 골목 어귀를 지키고 있는 은희커피를 지나며 은희의 한숨을 듣는다. 에휴. 나는 가게 앞에 코코를 세우고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은희야 요구르트왔다.”

“요구르트가 오면 뭐하냐 손님이 와야지.”

은희는 한숨을 연거푸 내쉬며 말한다.

“또, 개시도 못한거야?”

“아니 개시는 했어.”

“됐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잖어.”

“야 진짜 시작이 반 되게 생겼어. 그 손님 이후에 아무도 없어.”

“아하… 그럼 방금 전 말은 취소”

“여튼 요구르트 잘 먹을게 고맙다.”

“어 너도 고생해”


현주는 그렇게 카페 문을 열고 나온다. 은희가 저러는게 하루이틀이 아니다. 처음 오픈했을 때는 개업발 좀 받는 것 같더니만, 어느 순간부터 파리만 쫓기 일쑤다. 은희커피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가 누군가 “저기 아주머니!” 하길래 뒤를 돌아본다. 젊은 커플이다. 나이는 대학생쯤으로 보인다. 코코에서 내려서 나도 대답을 건넨다.

“네 학생들, 뭐 필요해요?”

“저희 요구르트요! 기본 요구르트 2개 주세요!”

400원입니다 라는 말을 하기 전 갑자기 머리가 반짝인다.

”저기 학생들, 혹시 카페 많이 가나?“

남학생이 답한다.

“네, 특히 얘가 인플루언서라서 인스타 감성 카페 잘 찾아 다녀요.”

내 머릿속이 점점 더 반짝인다.

“그럼 내가 이 요구르트 값 안받을테니 부탁하나 들어줄 수 있어요?”

“부탁이요? 어떤 거 말씀이신지…”

“그게…”

그렇게 은희커피의 사연을 건넨다. 자세한 설명을 하기 전 여학생이 이미 진단을 완료했다.

“이거 완전 문제가 한두개가 아닌데요? 제가 사장님 찾아뵙고 말씀드리는게 좋을 거 같아요.”

“그래요? 그럼 혹시 시간되면 여기 바로 앞인데 잠깐 들를 수 있어요?”


“띠리링”

“어서오세,,, 어 현주야 뭐 놔두고 갔어? 근데 뒤에 두 분은 뭐야?”

“뭐긴 뭐야. 네 구세주분들이지.”


그렇게 본격적인 컨설팅이 시작됐다.

”우선 이름부터 바꿔야해요. 은희커피는 너무 평범해요. 사장님 이름을 넣고, 로스팅을 직접한다는 점을 넣어서 음… 조‘s 로스터리 어때요?“

은희가 내게 속삭인다.

“확실히 젊은 이들이 다르긴하네…”

“그리고, 테이블 배치도 좀 이상한 거 같아요. 공간이 좁지 않은데 중간에 소파가 너무 크니까 테이블 배치가 이상해요. 소파를 치우시고 의자를 들여서 손님을 받는게 좋을 거 같아요.”

“그리고 또,,,”

그렇게 그 아가씨는 상호명, 테이블 배치, 인스타 감성, 메뉴 개편, 그리고 인플루언서의 계정에 홍보까지 해주고 떠났다. 이 정도면 400원 어치가 아닌 400만원어치는 되는 듯하다. 은희는 혼이 나간 듯 받아적기 바빴고, 다음날 1주간 휴업 딱지를 붙였다. 은희커피, 아니 이제 조’s 로스터리의 대대적인 개편을 위한, 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였다. 그리고, 대망의 그 다음주. 나까지 조마조마하며 조’s 로스터리로 향했다. 멀리서 보이는 새로운 간판과 번듯해진 가게 주변과 외관, 그리고 그 앞에, 서있는 사람들의 줄이 보였다. 설마설마 하며 다가갔다. 근처로 다가가니 가게 안이 사람들로 꽉 차 은희가 열심히 커피를 내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조사장, 바쁘네?”

“어 현주왔어? 미안미안 보다시피 많이 바빠서 오늘 수다는 다음으로 미뤄놓자. 고마워!“

”그럼그럼 수고해 조사장~“

그렇게 400원의 어치 되로 주고 값을 매길 수 없는 말로 받았다는 생각과 은희가 좋아할 모습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아 근데 맞다. 그때 그 아가씨 번호라도 물어볼걸!’

보답을 하려고보니 아가씨를 다시 만날 길이 없었다. 할 수 없지만, 난 안다. 이 작은 만촌동 안의 사람이라면, 나를 다시 안 거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흐뭇한 웃음을 짓고 나는 코코를 타고 조’s 로스터리 골목을 떠나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