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멤버십은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이는 창작자가 독자에게 강요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독자가 자발적으로 소액을 지불하며 창작자와 연결되는 방식입니다. 유명 예술가가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글과 시간을 진지하게 마주하려는 독자라면, 그 정당한 대가를 내는 일이 그리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많은 글이 무료로 소비되고, 끊임없이 스크롤되며 사라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글을 쉽게 게시할 수 있는 시대에 온라인 플랫폼은 무명 창작자들에게도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그만큼 창작의 ‘가치’가 모호해지고 소비의 속도는 빨라지는 현상을 우려하게 됩니다.
실제로 어떤 이들은 글을 표절하거나,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용도로만 읽기도 합니다. 이때 작은 유료화는 창작물을 향한 최소한의 보호막이 되는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브런치와 같은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유료 콘텐츠와 멤버십 제도는, 단지 수익 수단을 넘어서 창작에 대한 존중, 그리고 저작권의 현실적인 보호장치로도 작용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술 논문 역시 소정의 금액을 지불해야 열람할 수 있으며, 이는 단순한 상업성만이 아니라, 창작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법적 권리 보호의 필요성을 반영한 구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문 표절은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어쩌면 그 ‘불법성’의 존재 자체가,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어느새 우리 사회에서 기본적인 윤리와 질서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반증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유료 콘텐츠나 소액 결제는 단순한 수익 수단이라기보다, 창작자의 세계와 작품의 고유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창작의 진정성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모든 문을 열 수 없습니다. 더 넓은 독자층과 만나는 다음 단계, 즉 출판이라는 제도적 관문 앞에서 많은 작가들이 여전히 높은 문턱을 실감하게 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묻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브런치를 통해 출판 기회가 열리는 구조는 비교적 건강한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내부에서 일정 기간 성실히 글을 올리고, 진정성 있게 독자와 소통하며, 오리지널리티를 지닌 콘텐츠를 지속해온 창작자에게 출판이라는 다음 단계를 제안하는 것은 ‘보상의 구조’로서도 매우 긍정적입니다. 또한, 이런 기회를 제안하는 출판사는 단순한 수치나 유명세보다 작품성과 진정성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생각합니다.
출판사를 차리는 것은 곧 사업을 하는 것이며, 한 작가의 글이 출판되는지 여부는 기획 관리자(에디터)의 판단과 결정에 좌우됩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출판사뿐 아니라 거의 모든 영역에서 소상공인, 1인 사업자, 자영업자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대입니다. 이처럼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진 배경에는 코로나 이전 정책의 단점도 있음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만약 순수한 수익화를 목표로 한다면, 차라리 밖에서 다른 일을 확실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유명 예술가들조차 돈 앞에서는 '장사'를 피할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인지도는 말 그대로 인지도 그 자체일 뿐, 그 다음에 따라오는 수익, 평가, 지속성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출판사 투고나 글쓰기 교육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검증’이라는 행위는, 그 자체가 출판사 대표나 강의 운영자의 입장에서 얼마나 객관적이고 타당하게 수행되고 있는지 면밀히 점검되어야 합니다. 특히 선별자 본인이 글쓰기 강의를 병행하며 동시에 출판권을 갖는 구조일 경우, 검증이라는 이름 아래 주관적 취향이나 시장 중심의 판단이 정당화되는 위험이 분명 존재합니다. 선별 과정이 부실하다면, 이는 곧 문화의 질을 떨어뜨리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문화란, 무엇을 이윤으로 바꾸느냐가 아니라, 가치있는 것을 오래도록 지키고 전하는 것을 향해야 합니다. 개별 예술가들 역시 사회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제도와 절차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겠지만, 그 안에 내재한 단점 또한 날카롭게 인식하고 감각할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또한 그에 걸맞는 제도적 구축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