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해외살이 동기
"ㅁㅁ엄마, ~~하이하이.
나 밀라노 출장와서 생각나서 연락해봤어요 ㅎ ㅎ"
까톡 까톡.
남편과 친정엄마 빼고는 나에게 이 시간에 카톡을 보낼 사람이 없는데 누구지?
하며 핸드폰을 밀어올렸다.
어머. 누구신가..
한국으로 귀임한 **네 언니가 아닌가.
반가운 기분에 후다닥 답톡을 보낸다.
"어쩐 일이래요. 너무 반가워요. 잘 지내시죠?"
"그럼~나 출장왔어요. 밀라노 오니까 너무 좋은데요. 우리 얼굴이나 한번 보자."
"저야 너무 좋죠. 언니 일정이 바쁠테니 시간날 때 맞출게요."
그렇게 3년만에 조우했다.
코로나가 터지고 1년여 정도 더 머물다가 한국으로 돌아간 **네 언니를 3년만에 만났다.
언니 남편의 해외발령으로 언니는 휴직을 하고 같이 나와 살았던 터라 남편의 귀임발령 후 언니도 곧장 복직을 했다. 이 언니가 바로 내가 그렇게나 부러워하는 워킹맘이다.
"언니 어쩜 그대로에요. 아니다 살은 훨씬 더 빠진 것 같은데..표정은 너무 밝으신데요."
"자기들도 그대로네..잘 지냈어?"
이리 반가울 수가 없다.
가족이 아닌 어른사람을 만나는게,
학교-집이 아닌 다른 장소에 있다는게,
밀라노에서 코로나라는 특정한 시기를 같이 보낸 사람을 다시 만난다는게 현실같지 않았다.
정말 반가웠다.
그저 반가웠다.
3년 여간의 일을 2시간 동안 털어내려고 하니 우리 입은 모터가 달릴 수 밖에. 항상 같이 만났던 00 언니도 생각났다.
“00언니는 한국에서 만나봤어요?“
“에휴, 한번밖에 못 만났어. 되려 한국에서는 사는 데가 너무 머니까 만나기가 어려워. 나는 회사도 다니고 하니까”
“00언니도 보고싶다.”
한번씩 만나서 커피마시고 점심먹으며 해외살이의 고단함을 털어내던 그때가 그리워질 줄이야.
과거의 기억은 좋게만 남기마련인 듯하다. 시간이 흐르니 그 때를 호호거리며 얘기하는 오늘이 있으니 말이다. 여하튼 그간 아이들이며 남편얘기며 서로에게 있었던 일을 얘기하고 …
아이들 하교 시간에 쫓겨 헤어져던 3년 전처럼, 오늘도 또 급하게 헤어졌다.
"언니 찾아갈 수 있죠?"
"뭔소리야. 여기서 4년을 살았는데..."
"그냥 하는 소리에요. 언니 건강하세요. 그리고 밀라노로 출장 자주 와요."
"나도 그러고 싶어. 만나니까 너무 좋다. 건강하고 잘 있어."
어쩌다 보니, 금방 한국으로 돌아갈 듯했던 나는 여기서 눌러 살고 있고, 나보다 더 오래 이곳에 있을 것 같던 사람들은 하나, 둘 한국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떠나보내니 때로는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나 싶고,
단절된 채 살아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남자들은 군대동기를 만나면 그렇게 반갑다던데 아마 언니를 만난 내 기분이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오며가며 하루가 멀다하고 얼굴보고 해외살이의 고단함을 같이 털어내며 지낸 4년 여의 시간이 군대 시절을 같이 보낸 동기애 같은 감정과 같지 않을까.
항상 별다를 것 없던 일상이 언니 덕분에 활기가 생겼다. 마치 봄 소식을 물고 오는 제비처럼, 언니가 내게 봄기운을 가져다 주었다.
이 기운으로 다시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살아야지
정작 우리 사진은 안 찍고 음식 사진만 찍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