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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이아빠 Apr 30. 2024

#9-1 번외 편. 극과 극의 두 친구

정말? 진짜?

시간이 흘러 중학교에 졸업하고 15년 정도 시간이 지났다. 힘든 서울에서의 회사 생활을 접고 나는 다시 전주로 내려왔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고, 지겨운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친한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고 우리는 다른 친구가 정한 삼겹살집에서 보기로 했다.


거기에 종길이가 있었다. 종길이는 입구에서부터 나를 알아봤고 반갑다고 안아줬다. 진심으로 나를 반겼던 종길이는 진짜 사장님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쉴 틈 없이 얘기했고 중학생이었던 그 두 친구들의 선택의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종길이는 대학을 가지 않고 삼겹살집을 차렸다고 했다. 전국의 맛집들을 떠돌며 직원으로 일하다가 최근에 친한 사장님의 도움으로 가게를 오픈했다고 했다. 고기도 좋은 걸 쓰고 반찬은 자기가 아는 사장님한테 배워서 직접 만든다고 자랑했다. 다음에 오면 나는 무조건 공짜라고 했다. 나와 있었던 중학생 시절의 그 이야기들을 기억한다고... 미안하니깐 너는 공짜로 먹어도 된다고 했다. 종길이는 그 누구보다 똑똑했다.


덕형이는 결국 의대에 갔다고 했다. 뭔지 모르겠지만 몇 년간 아프리카에 자원봉사도 다녀왔다고 했다. 종길이는 덕형이 말을 하던 중에 나머지 친구들의 눈치를 봤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실 덕형이 몇 년 전에 한국에 잠깐 들어왔는데 다른 친구들하고 술 먹고 집에 가다 교통사고가 났어. 그래서 지금은 없어! 뭐 그렇게 됐다... 아이씨... 됐다 그만 얘기하자... 자~ 다들 먹고 좀 있어 나 일 좀 보고 올게~"


처음에는 무슨 얘기인지 몰랐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더 이상 덕형이를 볼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갑자기 다른 친구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말을 꺼냈다.


"야~ 저자식 그래도 덕형이 가고 덕형이네 부모님한테 엄청 잘하더라. 누가 보면 진짜 덕형이네 아들 같더라니까... 지네 부모님한테는 그렇게 못하면서... 저 자식도 정신 차려야 되는데..."


이제야 이해가 갔다. 

맛있는 음식에서는 돌과 흙맛이 났고 갑자기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렇게 나는 그날 술만 마셨고, 집에 오는 길에 참지 못해 아무도 없는 골목에서 한참을 울었다. 


덕형이와 종길이의 선택은 좋은 선택이었다. 물론 그 친구들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최소한 내가 본 두 친구의 선택은 좋은 선택이었다. 내 선택을 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누군가 좋은 선택이었다고 해준다면 그것은 좋은 선택이다. 나도 단 한 명이라도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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