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는 편의점에서 1+1으로 안파나요?
나의 소중한 공책의 여자 주인공인 효선이는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대학교 1학년 때 우연히 우리 아파트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효선이를 본 적이 있다. 6년이 지나고 나서 본 효선이에게 다가가 잘 지냈냐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소중한 내 어린 시절의 여자주인공이 사라지는 게 싫었다. 그 이후 더 이상 효선이를 보지는 못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효선이가 보라색, 초록색 볼펜을 사용한 이유는 아주 영리했다.
보통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검은색 볼펜을 쓰는데 그렇게 되면 진짜 내 공책의 주인공이 누군지 찾기 어렵다.
그래서 효선이는 누가 자신의 짝꿍인지 빨리 알고 싶어서 일부러 티 나게 색깔 볼펜으로 적었던 것이다. 그렇다. 효선이는 내가 처음 답변을 적기 시작한 이후로 계속 나를 보고 있었고, 나에 대한 설렘을 상상 속이 아닌 실제로 가지고 있었다.
아직도 내 기억 속에 효선이는 똑똑하고, 영리했으며, 지혜롭고 그 시절 그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로 기억된다.
많이 배우고 많이 알고 있다고 눈치가 생기는 건 아닌 것 같다. 많이 경험하고 많이 사랑하고 많이 좋아하고 많이 또 많이 아파봐야 눈치가 생긴다. 나도 눈치가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