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번의 우물우물-열두 번째 긷기
우드랜드에 도착하니 컴컴하리만치 짙었던 안개는 완전히 사라져 마치 딴 세상 같다.
화창한 하늘 아래 도시는 반짝반짝 빛이 나고, 백조를 본 따 만든 작은 배들은 선착장에 묶인 채로 흔들흔들 손님을 기다린다. 쇼핑몰 꼭대기에 위치한 기린과 돼지와 토끼로 장식된 회전목마는 아이들이 탈 때마다 몇 바퀴를 돈다. 엄마아빠의 얼굴엔 웃음꽃이 핀다.
까무룩 밤이 되고서야 집으로 가는 도로를 달린다. 연달아 스쳐 지나가는 헤드라이트에 눈이 부셔 오늘이 마치 꿈인 듯 혼몽하다. 마음은 여전히 깃털이고, 분명 빈 손이었던 양손은 무겁다. 늦은 식사를 마치고 욕조에 몸을 담갔다 침대에 눕자 고단한 몸이 노곤하게 풀어진다. 마음은 여전히 산들산들하다.
#무해함일기 #CQ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