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잠깐이면 될 거라고 했잖아
여기 서 있으라 말했었잖아/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우우 그대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는데
우우 그대 말을 철석같이 믿었었는데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중에서
보랏빛 등꽃이 지고, 꽃잎이 어수선한 유월,
여인은 아이 손에 솜사탕을 들려서 놀이공원을 간다.
처음 있는 일이라, 아이는 행복했다.
“엄마 이제 우리 자주 오자”
아이는 엄마 손을 놓지 않았다.
한적한 마을, 외딴 집 앞에서 엄마가 말한다.
“여기 앉아서 기다리고 있어. 엄마가 곧 올게”
엄마는 해가 저물도록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는 엄마를 기다리고 기다렸다.
거긴 보육원 정문 계단이었다.
아이 우는 소리에 원장이 나오고, 아이를 안으로 들이려 했다.
아이는 엄마가 꼭 올 거라고 하면서, 꼼짝하지 않았다.
밤이 깊어 지쳐 쓰러질 때까지, 그 자리에서 꼼짝없이 기다렸다.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엄마를 기다리며 하염없이 울었다.
열여덟이 되면 누구나 보육원을 떠나야 된다.
나이가 들고 그녀는 남의 집 가정부로 떠났다.
추석 무렵 여자가 보육원을 찾아왔다.
친정집에 들렀다고 했다.
연중행사로 대학생들이 보육원 봉사를 하던 날이었다.
그날 그녀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다.
세상은 왜 그렇게 냉혹한 것인지
신은 왜 이런 세상을 구원하지 않는지
그날은 아무런 기도도 할 수 없었다.
누군가의 배신과
미움과 원망이 한숨으로 들려왔다.
여자는 어른이 되어서
엄마를, 세상을 이해하게 되었을까.
꿈이 무어냐고 물었다.
시를 쓰고 싶다고 했다.
가끔 그녀의 시를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은 그녀도 아이의 엄마가 되었을까.
누군가 끝없이 봄 길을 걸어간다.
물렁한 것들이 거미줄을 치고.
붉은 뿔이 자라서 길을 막는다.
햇빛이 가리워져 어둡고,
뚫린 구멍으로 바람이 불어온다.
가면은 종종 배가 아프고
그럴 때마다 계단에 앉아 누굴 기다린다.
텅 빈 골목길엔 언제나 바람만 불어왔다.
저 바람을 기다리는 것인가.
바람은 어디에서 불어오기 시작했을까.
바람이 불면, 뿔들이 부딪친다.
꽃도 초록도 안으로 들일 수 없다.
표정을 잃은 가면이 소리 없이 웃는다.
웃음은 독이다. 유기다. 체념이다.
일기장에 봉인된 밀어들이 낙엽처럼 쌓인다.
밀어를 해독하며 그녀의 시를 쓴다.
초록 넝쿨이 울타리를 넘어가고
꽃 가시가 단단해진다.
세상을 향한 외침을 듣는다.
기울어진 계단에 연두 바람이 분다.
끝없이 난 길을 따라
한 여인이 걸어온다.
신기루가 하늘 높이 퍼지는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