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공무원 공개채용 공고가 도청 게시판에 2월 말 떴다. 병원 근무 경력 2년이 되는 해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소방공무원 시험에는 공개채용, 경력 채용, 소방간부후보생 3가지 종류가 있다.
공개채용은 21세 이상 30세 이하, 지방공무원법에 따른 결격사유가 없고 거주지 제한이 없으면 공개 채용시험은 누구나 볼 수 있다. 공개채용으로 임용되면 화재 진압 일을 한다. 경력 채용은 구급, 구조, 운전 분야가 있다.
내가 지원하는 시험은 경력 채용인 구급 분야 시험이다. 구급 분야는 병원 2년 근무 경력이 있으면 지원할 수 있다. 내가 시험을 보는 해에는 공개채용 소방 6명, 구급 3명(남자 2명, 여자 1명)을 뽑는다. 공무원 인원을 줄이는 분위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적은 인원을 뽑는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구급 분야 여자는 1명만 뽑는다는 사실이 충격이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지원자가 많지 않아서 합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일단 저지르고 도전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병원 근무가 끝나는 저녁 시간 이후부터 공부 일정 짜고 매일 4시간 이상 공부했다. 4개월 동안 문제지 풀 시간이 부족했기에 기본서를 반복하고 이해하는 데 집중했다. 과목은 국어, 국사, 소방 실무, 소방법규였는데 국사와 소방 관련 시험은 좋아했던 과목이고 암기라 할 만했는데 마지막까지 힘들었던 과목은 국어였다. 비문학과 문법 부분이 약해서 마지막 시험 날까지 최선을 다했다.
시험 당일에 국어 시험지를 확인했는데 비문학과 문법이 많이 나와서 문제 푸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시험 끝나는 시간까지 마지막 문제를 풀고 나았다. 시험이 어려워서 합격은 생각지도 못했다.
필기시험 결과가 나오는 날도 평소처럼 병원 일을 하고 있었다. 함께 일반직 시험을 보았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축하해. 너랑 나랑 시험에 합격했어.”
“무슨 소리야?, 나 이번 시험 망쳤는데. 이번은 1명밖에 안 뽑아서 기대도 안 했다고.”
“아니야, 합격이야. 확인해 봐.”
“고마워, 친구야. 너도 합격 축하해.”
친구 전화 급하게 끊었다. 결과를 확인했는데 친구 말대로 합격자에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필기시험 합격 후 신체검사와 실기시험(체력시험), 면접시험을 준비했다.
신체검사는 병원에서 검사받아서 제출하면 된다. 신체검사는 여자 소방관 기준 신장 154cm 이상, 체중 48kg 이상, 시력 양쪽 나안 0.3 이상, 청력과 혈압 측정하여 소방관으로 근무할 수 있는지 판별하는 검사이다.
신체검사에서 시력과 체중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시력은 라섹 수술하면 되었지만, 체중은 아무리 먹어도 늘지 않고 제자리였다. 46kg에서 48kg이 되기 위해 한약도 먹고 2시간 간격으로 간식도 먹고 매일 야식을 먹어야 했다. 친구들에게 물어봐서 살찌는 방법을 총동원했고 야식으로 피자 한 판을 먹기도 했다. 야식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2kg이 부족했기에 살찌기 위한 노력을 다해보았다.
신체검사에서 가장 떨렸던 시간은 체중계에 올라갈 때였던 것 같다. 두 눈을 질끈 감고 기도했다. ‘제발 48kg이 나오게 해 주세요.’ 기도가 통했는지 48kg이라는 수치가 체중계에 찍혔다.
소방관 신체검사에서 몸무게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저체중으로 소방공무원이 되길 고민하는 학생이 있다면 방법을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힘들게 신체검사까지 통과하고 한 달 뒤 예정된 체력검정을 준비했다. 체력검정으로는 1,200m 달리기, 제자리멀리뛰기, 팔 굽혀 펴기, 윗몸일으키기 시험을 본다. 체력검정으로 학원에 다니지는 않았지만, 공원 2일에 한 번씩 5바퀴에서 10바퀴 이상을 뛰며 준비했다. 체력검정 전날에는 푹 쉬고 잘 먹고 잘 자며 좋은 컨디션으로 시험을 보러 갔다.
체력검정 날 비가 많이 왔지만, 일정대로 종합경기장에서 실시되었다. 제자리멀리뛰기 할 때는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190cm 뛰고 만점을 받을 수 있었고, 팔 굽혀 펴기는 2분 동안 40회 이상해서 만점을 받았다. 50m 달리기는 8.2초 이하로 뛰기가 쉽지 않아서 8.5초를 뛰어서 4점 만점을 포기해서 3점을 획득했다. 윗몸일으키기는 1분 동안 42회를 해서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1,200m 달리기 할 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여자 응시자는 나뿐이었고 남자 응시자와 함께 달리고 따라가기는 쉽지 않았다. 남자 응시자들은 이미 1,200m을 달려서 끝이 났고 나 혼자서 마지막 트랙을 돌 때 시험관이신 소방관 선배님께서 “마지막까지 힘내세요.”라고 말씀을 해주셔서 힘을 내서 뛰고 만점을 받을 수 있었다.
마지막 시험인 면접시험을 보러 시험장소로 갔다. 정장 차림으로 대기실에서 내 순서를 기다렸다.
“9번 응시자 안으로 들어오세요.”
면접실에는 3명의 감독관이 앉아계셨다. 감독관이 돌아가면서 면접이 시작되었다.
“소방관 지원동기가 뭔가요?, 지하에 화재 났을 때 화재 대응을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 이외에도 소방, 시사 이슈 등 물어보셨다. 내가 아는 바를 대답하고 소방관이 되고 싶다는 포부와 자신감으로 면접에 임했기에 소방공무원으로 최종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소방관이 되고 싶었던 저는 목표를 향해 간절하게 노력했기에 꿈을 이루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