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가기로 결심하다

호주가는 비행기 두번 취소하고 공항에서까지 고민한 썰

by 담비

'내가 갈 수 있을까?'


프랑스는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대학생 때 부터 막연히 동경의 대상이자, 환상으로 가득찬 나라

파리에서 먹는 바게트, 하늘에 닿을 듯이 서있는 에펠탑, 어딜가든 들리는 알아들을 순 없지만 프랑스어까지

전부 경험해 본 적이 없기에 죽기전엔 무조건 가고 싶으나 당장은 못 갈 것 같은 나라.

그런데 정신 차릴 틈 없이 파리 행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다.


프랑스 뿐만 아니라 유럽은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다.

외국경험은 호주워홀 1년이 전부였기에, 1년 더 살 수 있는 세컨비자로 호주에서 돈을 모으고 가야지

라고 다짐하였으나, 막상 호주가는 것도 두려움이 앞섰다.

'내가 진짜 최종으로 가고 싶은 건 프랑스인데 돈만 보고 호주를 가야하나?"

그래서 마음 결정에 앞서 두 개 다 갈 준비를 했다.

말도 안되지만, 둘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는 마음이 결정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결정에 대한 부담감은 눈동이처럼 커지면서 내일 진짜 결정해야지,내일,저녁에,7시까지,,

미래의 나에게 결정을 맡기면서 호주, 프랑스 둘 다 갈 준비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고심한다는건, 그만큼 용기가 없었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두가지 선택지 중 어딜가야할 지 물어보고, 두 개 장단점을 이리저리 쓰면서 고민해도 결국

진흙속에 두 발을 담근 채 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누가볼 땐 배부른 소리지, 두 개 갈 수 있는 선택지가 있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냐 하겠지만

그당시 나에겐 누구보다 끔찍한 시간이었다.

그 때에 나에게 말하고싶다. 뭐든지 선택해도 되니까 그냥 일단 가.


그래서 눈이 잔뜩 오는 겨울 날에 프랑스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 ktx역으로 가는 길에

겁이 나서 나는 비행기를 취소하고 다시 돌아왔다. 진짜다.

누구한테 창피해서 말도 못했다. 그 전에는 호주가는 비행기를 2번이나 취소했기 때문이다.

더 창피한 건, 그렇게 돌아와서도 여전히 결정하지 못해 곧 나갈까봐 캐리어도 풀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외국에서의 삶을 동경하면서도, 그만큼의 용기를 갖지 못한 것이 초래한 부끄러운 결과였다.

누구보다 부모님한테 죄송했다. 그 우물쭈물하고 고심하는 과정을 옆에서 같이 겪으시게 하니..


그래서 2월 15일에 프랑스 파리로 도착하는 티웨이 티켓을 다시 샀다.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14일에도 나는 호주를 가야하나 라는 생각을 그때까지도 하고 있었다.

내가 왜 그렇게 강하게 미련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 나는 선택을 그렇게까지 못하고 있었다.

공항에서도 수화물 부치기 전, 이거 부치면 진짜 호주 못가 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인천공항까지 새벽에 데려다준

언니의 수고, 엄마아빠의 불안 을 생각하면 또 번복할 수 없었다. 그래. 일단 부치자.


그렇게 나는 프랑스로 최종 가게 되었다.

이렇게 자기 마음도 모르는 사람이 어찌저찌 최종 결정해서 가게 된 두 달 정도의 얘기였다.

다음 편부턴 프랑스에서 겪은 여러 썰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