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프랑스에 왔구나를 실감한 순간들
몇 달간의 고민. 15시간 비행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고
드디어 프랑스, 파리에 도착하였다.
'파리'라는 두 글자만 봐도 설레고 부럽던 내가 진짜 오게 되었다는 사실이 그저 믿기지 않았다.
비행기가 점점 착륙할 시점이 다가오며 눈에 조금씩 파리의 전경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항에 도착하고부터, 이제 모든 게 새로운 시작이었다.
짐을 찾는 것부터 시내 숙소가는 것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하나씩 미션을 클리어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저렴한 방법으로 가고 싶어 다른 사람들이 쓰는 공항-시내 직통 기차를 타지 않고
구글맵에 의존해 환승 3번을 하는 대신 6불에 시내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시내에 가는 동안 엄청난 기쁨, 새로움 등의 감정은 사실 들지 않았다.
여기서 살아남아야 한다+일단 시내까지 가야 한다+무거운 캐리어 등의 책임감과 함께
약간의 소나기와 회색빛의 하늘색으로 파리가 나를 반기진 않는 것 같았다.
다만 버스정류장에 있는 영어대신 적혀있는 프랑스어는 약간의 신기함을 주긴 하였다. 그러나
본격적인 파리를 들어가지 않아서인지 이곳은 하나의 회색빛 세트장 같은 느낌이었다.
여러 번 환승을 거치며 탄 버스 중, 퇴근시간이 임박해서인지 사람이 꽉 차 있는 한 버스를 타게 되었다.
무겁고 부피가 큰 내 캐리어를 들고 타자 한 프랑스 할머니가 ˋoh la la!ˋ라고 말하셨을 때 그때부터 실감이 조금 들었다.
외국에서 내가 외국에 있다는 걸 실감할 때가 그 나라 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가까이서 들을 때이다.
그렇게 첫 울랄라를 경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 내가 파리에 왔구나를 실감한 2번째 경험이 있다.
저녁 먹을 데가 마땅치 않을 것 같아 마트에서 라면을 사야겠다라고 생각하고, 한 마트에 들어갔다.
문부터 깨져있는 형태로 된(살다 보니 종종 깨져있는 문으로 된 마트를 프랑스에서 목격한다) 생소한 브랜드 없는 마트에 들어섰다.
어딘가 모르게 이민자들이 많고, 내가 지나갈 때 마트 물건을 조용히 도둑질을 하는 사람을 보았다. 한국에선 한 번도 본적 없는
제일 저렴한 김치라면 하나를 사고 나서 마트에 나오자마자 니하오 소리를 들은, 고작 10분 내에 경험한 내 인생 새로운 경험들은
아 나 진짜 프랑스 왔네 를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이후 지하철 역을 찾기 위해 어두운 길거리를 걸어 다니며 쇼윈도에 보이는 빵집들, 에끌레어들은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빵도 명품처럼 전시해 놓는 느낌이랄까.
첫 파리 지하철의 개찰구를 지나고, 모르는 사람과 뻘쭘하게 마주 앉아 타는 처음 보는 파리 지하철을 타고, 드디어
숙소에 도착했다. 호텔 직원에게 중국어로 인사받으며 또다시 프랑스에 왔음을 실감하고 나서
나는 파리에서 기나 긴 첫 날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