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

역지사지

by 보리

한 아이에게 과제를 주니

돌아서며 혼잣말을 한다.

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어로.


그 말을 알아들은

중국에서 온 친구들은

일제히 웃는다.

언어를 모르는 나는 갸우뚱하다.


도대체 무슨 말을 했지?

혹시 나에게 투정 부리는 말인가?

그럼 지금 바로 교육할까?


같은 언어를 쓸 수 있는 아이들은

한데 무리 지어 자신의 언어로 즐겁게 이야기한다.

때론 즐겁게 이야기하는 것 같고.

때론 장난치는 것도 같고.

아니면 싸우는 것도 같고.


지금 혹시 둘이 싸우고 있는 건가, 싶어서

“둘이 싸우고 있는 거야?”라고 물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웃는 표정을 지으며 아니라고 한다.


맞는 것 같은데…

저 목소리는 분명 서로 싸울 때

나는 소리인데…


모르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한다면 그때그때

바로 옆에서 듣고 지도할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는 상황은 처음이라 당황스럽다.


“저 친구가 방금 뭐라고 말했어?”라고

다른 친구에게도 물어본다.

그런데, 본인도 한국어로는

잘 못 말하겠다고 한다.

실패다.


근데, 돌려 생각하면

친구들, 선생님이 모두 한국어만 쓰는 교실에서

나 혼자 다른 언어만 쓸 수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이 이것이겠구나..


내가 직접 이러한 상황이 되어서야

비로소 느끼게 된다.

역지사지란 것은 어쩌면 직접 느낄 때

가장 잘 와닿는 것이구나.


아니 실은 직접 느껴야만

알게 될 수 있는 것인가.


머리로는 이해하고 공감했던 상황들이

비로소 마음으로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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