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악을 명확히 나누기 힘든 두 집단이 벌이는 전쟁의 참상에 어느 날 갑자기 휘말리게 된 소년 소녀들. 이들 앞에 펼쳐진 것은 삶과 죽음의 끝없는 경계. 하지만 번민과 갈등을 이겨내며 눈 앞에 펼쳐지는 난관들을 당당히 마주한 끝에 마침내 제 몫을 해내는 인간으로 성장한다.'
이는 오늘날 일본을 상징하는 대표 콘텐츠 중 하나인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가 오랜 세월동안 굳건히 견지해 온 플롯입니다.
그러한 까닭에서인지 일본의 10대 청소년들은 '건담'이라는 콘텐츠와 브랜드에서 고루한 이미지와 느낌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제작사가 작심하고 만든 작품이 바로 최근 1기 방영을 끝낸 '기동전사 건담 - 수성의 마녀' 입니다.
대표 포스터만 얼핏 보면 이 작품은 소녀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거기에 더해 소위 말하는 백합(Girls' Love) 계열의 색채를 띄는 10대 취향의 학원물로 보입니다. 그러한 이유로 저도 지금까지 '이런 작품을 (감히) 건담이라고 할 수 있을까?' 라고 예단하며 일절 관심을 두지 않았었죠.
그런데, 건프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건담베이스(반다이남코)의 온, 오프라인 매장 내 상품 재고들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두 눈으로 매일같이 목격하면서 생각을 바꾸게 됐습니다.
(*건프라 -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에 등장하는 로봇이나 전함 등의 메카닉을 조립을 통해 완성시키는 플라스틱 모델 상품, 즉 'GUNDAM PLASTIC MODEL KIT'의 일본식 줄임말)
매주 토요일(신상품 출시일) 오픈런이 일상이 되어버린 오프라인 매장도 그러하지만, 온라인 매장 같은 경우에는 아예 재고가 없어 이미 쇼핑몰의 기능을 잃어버린 게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 지경입니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건프라 조립을 즐겨왔던 저에게 있어 이러한 변화 양상은 크나 큰 고통(?)입니다.
하아... 나도 신상 구경 좀 해보자 이것들아!
지금까지는 30~40대가 주(主)를 이뤘던 건프라 시장이었는데, 과연 무엇이 이들 10~20대 고객들을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것일까요.
이러한 비밀을 풀기 위해 앞서 언급 드렸던 '기동전사 건담 - 수성의 마녀' 1기 전편 관람을 마쳤습니다.
제 소감은...
이야~ 역시 건담은 건담이더군요. 짝짝짝.
작품을 관통하는 묵직한 한 방! 그럼에도 전통적인 플롯을 이렇게나 세련된 내용과 영상으로 풀어놓을 줄은.
(*아직 완결 전이긴 하지만 미리 칭찬합니다.)
군데 군데 풀리지 않는 떡밥들도 상당해서 혼자 정리를 하다가 키워드 중심으로 Youtube와 Google에서 검색을 진행했는데, 세상에나... 이미 수 개월 전부터 게재되었던 관련 분석과 댓글이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오더군요. 나...나만 모르고 있었던 걸까요?
이를 하나 하나 꼼꼼히 살펴보며 잘 만들어진 콘텐츠와 브랜드의 힘을 새삼스레 가슴 저릿저릿하게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유입경로 조성, 심리적 진입장벽 낮추고 허물기, 고객들의 자발적 이슈 생산 및 확산의 성공적 유도 등)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또한 '기동전사 건담'의 경우처럼 오늘날 10~20대 고객들에겐 그저 나이 든 꼰대들이나 즐기는 고루하고도 지겨운 콘텐츠일 지도 모릅니다.
(*2022년 기준 18~29세 연령층의 82%가 프로야구에 관심이 별로 없거나 전혀 없다는 한국갤럽의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신규 고객들의 유입을 이끌 수 있을 만큼 세련되게 '재가공'하여 다양한 온, 오프라인 채널 및 상품&서비스를 통해 소개한다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될 가능성을 얻게 되지 않을까요?
'프로스포츠는 원래 이런 저런 식으로 마케팅을 하는 거야'라는 고정관념은 과감히 깨뜨리고 콘텐츠의 본질 그 자체로만 승부를 보려는 편협함 또한 말끔히 떨쳐낸 뒤 여러 분야와의 협업, 융합 및 오픈 이노베이션, 특히 지역사회의 공공시설물인 경기장을 1년 내내 점유하고 있는 주체로서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임과 의무 이행(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말이죠.
프런트 오피스 및 마케팅 대행사 구성원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앉아 상품 및 서비스 유형과 유통 방법을 결정한 뒤 이를 고객들에게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방식은 이제 지양되어야 합니다.
그 대신 현대판 '관심법'인 ICT기술의 활용과 고객참여의 적극적 유도를 통해 이들의 pain point를 확률높게 알아낸 뒤 이를 근거로 상품 및 서비스의 유형과 유통 방법을 결정지어야 합니다..
저는 기회가 있다면, 아니 없는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향후 위와 관련된 프로젝트들(협업, 융합, 오픈이노베이션, 그리고 이를 위한 지역사회 인재양성 등)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정부의 요구로 리그가 최초로 만들어졌던 패러다임 1.0의 시대와 스포츠산업진흥법 제정으로 본격적인 비즈니스 전개가 가능해졌던 패러다임 2.0의 시대를 지나 이제는 프로스포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나갈 '패러다임 3.0'의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니까요.
Change or Die, Change to Live.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