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격려차 방문한 시장 그리고 긴박한 강의
[연수 참여]
결대로 자람 학교 행정직 연수에 참여했다.
장소는 인천교육청 정문에 위치한 샤펠드미앙,
교육청에서 산업안전보건 업무를 담당할 때, 내가 주최한 연수 장소 중 하나였다.
그래서 익숙하다.
학교의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부랴부랴 도착했다.
15시 30분 강의 예정인데, 30분 전이다.
다행이란 생각으로 숨을 고르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주제는 행정직 공모 제도에 대한 사례 발표다.
여러 이야기를 준비했다.
왜 공모에 임했나.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공모 제도에 대한 소감과 면접 준비 등이다.
대상은 일반직 후배들이다.
교육청 근무와 사무관 승진 컨설팅, 내가 발행한 도서들,
운동과 스트레스 그리고 맨발 걷기와 공부까지 두루두루 섞어가면서 이야기하다 보니 한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연수 참여 전 학교에서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이유는 시장의 학교 방문 때문이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본다.
[통지]
며칠 전 '수능 전날 교육감과 시장의 학교 방문' 예정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교육청 담당 부서와 강사 참여 약속을 했고, 이미 공문으로 통지된 상태다.
행정실장은 학교 구성원으로서 외빈을 맞이하는 데 있어서
사전 준비 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연락을 받자마자 교육청 담당자와 상황을 공유하면서, 가능하다면 대타 강사를 섭외해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
물론, 담당자는 예상한 바와 같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 매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이어 교장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교장도 내 생각과 별반 차이가 없다.
교육청 행사도 중요하지만, 학교 행사가 더 우선이다.
강사를 바꿔달라고 우선적으로 요청하고, 그래도 부득이하다면 출장을 다녀오라 한다.
다시 교육청 담당자에게 부탁했다.
"강사 교체가 안 된다고 하니,
연수 당일 손님을 맞이하고 출발하겠습니다.
일정 앞뒤를 조정하여 마지막 시간에 강의를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이렇게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월요일 아침 교장실, 교감이 말한다.
'교육감은 다른 일정이 있어 못 오고, 시장만 방문한다'라고.
내가 말했다.
"교육감 일정이 취소되면, 시장 일정도 취소돼야 하는 것 아닐까요?
우리 학교는 인천시 산하 기관이 아닙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속하는 학교를 시장 혼자서 방문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은데,
거절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의전 준비 등으로 선생님들의 수능 준비를 방해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교장은 생각이 달랐다.
"그래도 인천시는 막강한 행정과 재정권으로 여러 측면에서 학교를 지원하기 때문에
거절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견 타당하다.
더 이상 논박을 이어가지 않았다.
누구나 느끼듯, 인천 시장은 인천시를 대표하는 분, 학교를 대표하는 분의 입장이라면 부담감이 있다.
의전도 신경 써야 한다.
[방문]
2024. 11. 13. 새벽에 출근 준비를 하면서 갑작스럽게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다.
'요즘, 차량이 늘어서 지하 주차장에 여유가 없고, 지상 주차장까지 거의 들어찬다'라는 교감의 목소리였다.
어제 점심을 먹고 산보하면서 들은 이야기다.
'그렇다면, 일찍 나가서 주차장을 확보해야겠구나!'
다른 날보다 한 시간 먼저 학교에 도착,
지상 주차장 세 면에 주차금지 표지판을 세워 놓고, 당직자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13시 50분
방문 시간이 임박하여, 주차장으로 나갔다.
복도에서 외부 손님 두 분(남녀 각 1명)과 마주했다.
인사를 나누면서 말했다.
"저야 행정실장이니까, 시장 방문이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지만,
선생님들이 볼 때는 시장이 산하 단체도 아닌데, 왜 오실까 하는 생각도 할 듯합니다."
멋쩍어하던 여자 손님이 말한다.
"원래는 교육감님과 함께 올 예정이었는데, 교육감 일정이 바뀌어서 시장만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셔서 감사드려요."
교장실에서 차를 마실 때 들어보니, 이분은 무슨 담당관이라 한다.
담당관이면 4급 서기관이다.
직급이 있어서인지, 직책 때문인지 모르지만, 다소 불편한 듯한 내 이야기에 유연하게 답변했다.
14시, 예정대로 시장이 도착했다.
사진 촬영자, 비서 등 여러 명이 함께 왔다.
수능을 하루 앞둔 시점, 수험장을 방문하여 현장 확인과 관계자 격려,
시장의 홍보물로는 이 행사가 훌륭할 듯하다.
[배려]
교장실에 들러 차를 나눈다.
손님을 맞이하여 행정실 계장님과 삼석 주무관님이 찻 잔을 준비해 드렸다.
며칠 전부터 부탁드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한다.
손님을 맞이할 때는 누군가의 수고가 반드시 요청된다.
교육청 손님 등 대부분의 경우는 내가 직접 종이컵에 차를 준비해 교장실로 가져간다.
그러나 우리 기관을 방문한 귀빈이 인천시를 대표하는 수장이다 보니
예를 갖추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차원에서는 향기와 맛이 우러나는 찻 잔을 세팅했다.
담소 시간이 유연해질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을 위한 지원이다.
교장이든, 시장이든 차를 준비해 간 직원에게 감사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그들은 차 준비가 당연한 일이라 여길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기대가 없기 때문에 실망스러울 것도 없다.
분명한 것은 일반 직원이든, 실무사든 찻 잔 세팅을 위해 출근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교장과 손님을 위한 배려이고,
배려를 받는 당사자는 간단한 감사 인사는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누가 되었건.
[담소]
교장실에서 이야기를 나눈다.
수능 준비, 상황 등에 대해 간단한 브리핑을 한다.
시장은 자신은 과거 공무원으로 오래 재직한 관료 출신이라면서
"전국적으로 같은 날, 같은 시험을 치르는 수능이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별로 시험을 쳐서 선발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교장이 거든다.
"고등학교 학생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고등학교에서 선발한다. 마찬가지로 대학도 학생을 자유롭게 선발해야 한다."
교감도 맞장구를 친다.
"대부분의 교사도 그렇게 생각한다. 아이들의 평가 제도가 다변화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남은 객관식 일제 평가가 수능이고, 시대에 맞지 않다."
뒤편에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살짝 걱정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구나! 시장이 교육감이 아닌 것이 다행이다.'
우선 자신의 확고한 신념을 가진 것에는 경의를 표한다.
그럴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수 십 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 듣기에 상당히 어색했다.
나도 그처럼 예비고사를 보지는 않았지만, 학력고사와 대학별 입시를 치른 사람이다.
예비고사, 학력고사, 대학별 입시 등이 수년간 시행되면서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이 있었다.
지금의 제도 또한 사회적 공론의 결과물로서 현재에 이르렀지만, 적절치 않은 면이 노출되었을 수 있다.
"조금 더 넓고 수준 높은 토론과 협의를 통하여 좀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 가야 한다."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인천의 좌우,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시장이라면.
교장의 말도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인천의 경우, 고등학교 신입생은 영종도처럼 특수지 고등학교는 학교장이 학생 선발권을 가진다.
그러나 시내의 일반 고등학교는 교장이 아닌 교육감이 배정하는 제도다.
교감의 말도 고개를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다.
교사 누군가에게 들었을 수 있다.
내 생각이지만, 객관식 시험의 장단점이 있고, 찬반 의견이 있다.
교사나 학부모 등 설문 조사 등을 통해 분석 또는 신빙성 있는 통계를 근간으로 말하는 모습은 아니란 생각 때문이다.
[출장]
며칠 전부터 교장에게 허락을 구했다.
'시장을 맞이할 때만 함께 참여하고, 교육청 출장을 다녀오겠다'라고.
교장실에서 10여 분간 담소가 이어졌고, 시험장을 보겠다며 자리를 나선다.
이때다 싶어서 시장 일행과 헤어졌다.
사무실에 들러 출장을 다녀오겠다고 말하며
나선 시각이 14시 20분이다.
적정한 출발이다.
강의 시작 전 여유가 필요하기에.
부산한 하루였지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