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시장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격한 부침을 겪었다. 비대면 경제와 유동성 확대가 시장을 급격히 확대한 반면, 엔데믹과 고금리, 인플레이션은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승승장구하던 모바일 게임 시장조차 성장이 주춤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어떤 회사는 여전히 선전한다. 2018년 시작된 대한민국의 여성향 스토리 게임 기업 스토리타코가 대표적인 예다.
스토리타코는 어떻게 경기 침체와 얼어붙은 시장 상황 속에서도 선전할 수 있었을까?
스토리타코는 2018년 설립된 대한민국의 모바일 게임 제작사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등 모바일 시장을 대상으로 여성향 게임을 주로 개발하고 있다. 주력 장르는 인터랙티브 스토리 게임으로, 업력은 오래되지 않았지만 이미 국내 최대의 스토리 게임 전문 개발사이자 퍼블리셔로 자리 잡았다.
더 주목할 점은 그 성장세다. 2021년 이후,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함께 스토리 게임도 급변기를 맞이했다. 특히 기존에 스토리 게임 장르에서 압도적인 파이를 자랑하던 3대 게임, <에피소드-추즈 유어 스토리(Episode – Choose Your Story)>, <초이스: 스토리 유 플레이(Choices: Stories You Play)>, <챕터스: 인터랙티브 스토리(Chapters: Interactive Stories)> 등의 매출이 급감한 게 특징적이다. 이들 게임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출시되어 스토리 게임 분야의 최상위권을 차지해 왔으며, 일러스트나 플레이 스타일이 미국 콘텐츠 특유의 질감을 띄었다.
하지만, 스토리게임 장르를 주도하던 미국 스토리게임의 쇠락이 전체 스토리게임 장르의 쇠락을 의미하진 않았다. 전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특히 2020년대 이후 대한민국 게임 시장이 전체 시장의 활황을 주도했는데, 이는 스토리 게임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미국 3대 스토리게임이 2020년 이후 부진에 빠진 사이,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향 스토리게임 제작사인 스토리타코는 오히려 연 50~60% 수준의 성장을 달성했다. 이와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스토리타코는 대한민국 스토리게임 분야에서 약 22.7%의 매출 점유율로 시장 1위를 달성했다.
여성 게이머 시장이 양적으로 급격히 성장한 것과 달리, 여성 게이머의 특징이나 개성에 대한 연구는 이제 시작 단계다. 덕분에 여성 게이머의 과반 이상이 게임에서 여성으로서 불쾌한 경험을 겪는 등, 여성 게이머를 이해하지 못한 게이밍 환경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구글의 ‘체인지 더 게임(Change the Game)’ 프로젝트의 2022년판 백서에 따르면, 여성 게이머들을 위한 게임은 특히 세 가지 문제에 유의해야 한다고 한다.
우선 여성을 위한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것뿐 아니라, 다양성과 상호교차성이 옵션으로 주어지면 높은 만족도를 느낄 수 있다. 또 여성 게이머들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하며,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는 엄격한 행동 강령이 필요하다. 마지막 세 번째로, 콘텐츠 제작자들이 게임을 바탕으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스토리타코는 어떨까? 스토리타코의 가장 강력한 힘이 바로 이것, ‘여성 게이머를 이해한다’는 점이다.
스토리타코의 임직원 중 여성 직원의 비중은 n%, 그중에서도 특히 현업을 직접 수행하는 직원 중 여성의 비율은 n%에 이른다. 여기서 또 게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기획이나 시나리오 라이터 중에서는 여성의 비율이 n%로 압도적인 수준이다.
임직원들 스스로가 여성향 게임은 물론 넷플릭스 드라마나 웹툰, 웹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여성향 콘텐츠를 직접 플레이하고 적극 권장한다. 이처럼 임직원들 스스로가 여성 게이머이기에 여성 게이머로서의 욕구, 게임에서 느끼던 불안이나 불편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밖에 없다.
여성 게이머와의 소통에 있어서도 유리하다. 그들 스스로도 여성 게이머이기에 여성 게이머들이 어떤 점에 불안해하고 어떤 것을 원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활발하게 소통하며, 여성 게이머들의 목소리를 누구보다 귀담아듣는다.
여성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한 ‘게이머 커뮤니티’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스토리타코의 무기다. <위험한 그놈들>을 시작으로 5년째 스토리게임을 운영하면서, 스토리타코는 그만큼 오래된 팬덤 베이스를 갖게 되었다.
실제로 인스타그램, 텀블러, 왓패드, 틱톡 등에는 스토리타코 게임을 베이스로 한 유저 창작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토리타코 공식 계정의 SNS 구독자만 60만 명에 이르며, 누적 유저 창작 콘텐츠는 2만 건, 틱톡 내 조회수는 4500만 회에 이른다.
게이머들은 일반 모바일 사용자 대비 틱톡, 스냅챗, 트위치, 디스코드, 인스타그램 등 영상/사진/그림/미디어 위주의 SNS를 즐겨 사용하며, 반면 페이스북 등 텍스트 위주의 SNS는 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data.ai+IDC, 2022 게임 스포트라이트 리포트) 이런 미디어 기반 SNS는, 팬들의 재창작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토양이 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각국에 스토리타코 팬덤이 형성돼 있다는 점도 중요한 부분이다. 스토리타코는 한국은 물론 미국, 러시아, 브라질, 독일 등 세계 각국에 진출해 높은 성취를 거두고 있다. 매출에서는 미국(28.5%)이 한국(21.1%) 시장을 누르고 최대 고객이고, 사용자 수에서는 러시아(17.0%), 브라질(16.9%) 등이 사용자 비중이 더 높다.
이런 팬덤은 신규 제작사에 있어 진입장벽이자, 반대로 자리를 잡은 스토리게임 제작사에겐 높은 수익 구조를 가져갈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스토리타코는 이런 강력한 유저 베이스를 기반으로, 협력사나 콘텐츠 보유자들과의 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디어 프랜차이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페이트(Fate) 시리즈는 미디어 프랜차이즈 전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페이트는 2004년 출시된 스토리게임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Fate/Stay Night)를 기원으로 하는 시리즈로, 2006년 페이트 제로(Fate/Zero)라는 소설이 발매되었고, 같은 해 페이트 스테이 나이트(Fate/Stay Night)의 애니메이션도 발표되며 공고한 미디어 프랜차이즈로 확립되었다. 가장 최근작인 페이트 그랜드 오더(Fate/Grand Order)의 매출은 약 6조 4천억에 이른다.
좋은 웹소설은 좋은 웹툰이 되고, 좋은 웹툰은 또 좋은 드라마가 된다. 이미 국내에서도 <재벌집 막내아들>이 웹소설과 웹툰, 드라마로 모두 대성공하는 등 미디어 프랜차이즈가 대두하는 중이다. 웹소설과 웹툰으로 쌍끌이 흥행을 하는 작품은 셀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미디어 프랜차이즈도 게임화에는 쉽게 발을 들이지 못한다. 게임화를 위해서는 개발 능력과 기획 능력은 물론 그동안 쌓인 노하우, 그리고 유저 커뮤니티 등 더 많은 진입장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게임화 가능한 훌륭한 아이디어나 캐릭터, 웹툰, 웹소설 등 강력한 미디어 콘텐츠가 제대로 발굴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스토리타코는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파트너십을 맺은 협력사에서 게임의 캐릭터 디자인이나 스토리, 기획안 등을 제공하면, 여기 스토리타코가 UI와 UX 디자인, 앱 개발 능력을 얹어 한 편의 게임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작년까지 <루나소나타>, <러브 페로몬> 등 다양한 게임이 이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되었다.
올해는 더 많은 게임을 파트너십 프로그램으로 선보였다. <마왕님은 로맨스가 싫어>, <아쿠아 로맨스>, <이터널 애프터 라이프>, <플러팅 아일랜드> 등 웬만한 스토리게임 개발사도 내놓기 버거울 만큼 많은 게임이 파트너십 프로그램으로 출시됐다.
스토리타코는 이를 기반으로 한 차원 더 나아가, 하나의 영구 동력 장치를 가동하고 있다. 스토리타코 자체 게임은 물론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통해 잠재력 높은 새 미디어 프랜차이즈를 발굴하고 게임화한다. 모바일뿐 아니라 스팀, 닌텐도 스위치 등 게임 플랫폼도 더 확장하고 있다. 회사 차원만 생각할 게 아니라 생태계 전체를 바라봐야 한다는 거시적인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