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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즈와 알레고리로 틔워내는 포크의 항로 (0)

Castaways and Cutouts / The Decemberists

by 감상주의


| 포크 뮤직에서 이야기를 한다(storytelling)는 것

folk+strike.jpg Storytelling in Music: Folk's Influential Comeback — Strike Magazines

포크에 한정하는 것처럼 소제목으로 하였지만, 결국은 음악에서의 스토리의 작용에 대한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논의일 것이다. 단지, 인식상 포크를 두고 전개해 나가는 것이 가장 편하고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좌우지간, 아주 진부하지만, 그럼에도 언제 꺼내더라도 부적절하거나 무효한 적이 없는 이야기, 스토리텔링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다룰 기회를 얻게 됐다. 물론 근본에 집착해 다가서려는 욕심은 없다. 어디까지나 서문을 위한 것이지만, 어쨌거나 이번에 진정으로 다루고 싶은 주제를 위해선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간단한 상기를 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미 비전문가도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돼 있는 칼럼을 적당한 수준에서 참고할 것이다. 다만, 칼럼의 첫 단락에 대해선 감히 먼저 말하기를, 포크 음악은 멈춘 적이 없으며, 후퇴한 적도 없다.


지위와 별개로 줄곧 소박한 자리와 협소한 무대에서 낮은 위치에 일관해 왔다고는 말할 수 있으려나. 혹은 태도와 서술 방식에 대해 비아냥 어린 지적과 과소평가를 당하기도 한다는 것─유아적이라거나, 회피적이라거나, 시대착오적이라거나, 혹은 무력하다거나...─정도는 인정할 수 있으려나.


그러나 진영으로서 무너지거나 약화된 적은 없다. 저자의 주장이라기보다는 일부 냉소주의자들의 시선을 인용한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반박하기를 포크는 시대에 따라 사라진 적이 없다. 오히려 깊은 곳에서의 지지를 보다 더 꾸준히 얻어 왔으며, 자기 할 일에 바쁘던 사람들에게도 필요할 때마다 한 번씩은 잊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왔다.


그럴 수 있는 이유는 논리적으로 단순하다. 현대에도 사람들이 문학을 찾는 것처럼, 우리는 끊임없이 '말로써 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기 때문이다.




깊은 곳에서의 지지라 하면, 인디 록이 형성된 이래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한 영향과 연관돼 있을 것이다. 반면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라 하면, 팝 시장에서 오늘날의 스타들이나 과거의 노래들이 그들을 대변해 대중 앞에 나서주는 현상과 연관돼 있을 것이다. 칼럼에선 후자를 주제로 하였으니, 제시돼 있는 사례들 중 일부를 바탕으로 본 단락의 핵심을 추출해 보자.



(1) Storytelling In Folk: Pop music


ⓐ "Burn Burn Burn" by Zach Bryan

Deezer

잭 브라이언의 노래는 컴포지션의 관점에서는 컨트리 발라드에 좀 더 가깝더라도 포크의 이야기로 얼마든지 수렴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송라이팅에 있다. 감정을 전달하고자 적용한 '내러티브'라는 방식이다. 일곱 개가 넘는 벌스에는 일종의 시간순행적 구성이 있다. 상황을 부여하고, 인물의 행적을 그린다. 꾸며 입고 시내로 나서는 것을 시작으로 이곳저곳을 방랑하는 동안 만감이 오가는 심정을 고백한다. 그가 펼치는 이야기를 '자전적'인 것으로 볼 여지가 많다는 점과 시대상에 관한 성찰적(혹은 교훈적) 메시지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싱어송라이터 무브먼트에도 직결될 수 있다.




ⓑ Growing Sideways by Noah Kahan

Amazon

물론 스토리텔링의 힘이란 이야기 자체나 전달을 행한 나에게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전달받는 당신들로 하여금 발휘된다. 효과적인 전달에 성공했다면, 외적인 반응과는 별개로 개개인의 안에서 특별한 고취가 일어난다. 우리는 그것을 쉬운 말로 공감이라고 불러왔다. 가령 한 남자의 트라우마와 회복 과정을 전하는 노아 카한의 노래는 나에게 연민을 가져달라고 쓰인 것이 아니다. 각자에게 생겨날 감정과 반응은 서로 다를 것이니 위로라고 확실하게는 말하지 못하겠으나, 그럼에도 당신들 스스로에게 유의미한 어느 것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달인 것이다. 그리고 소통을 매개로 나와 당신들의 감정이 이어질 때, 표면적으로 나의 이야기였던 것이 곧 우리들의 이야기가 된다.


ⓒ Betty & August by Taylor Swift

RYM

이때의 '나의 이야기'란 서술자와 화자가 나로 일치하는, 즉 직접적이고 정직한 방식에 따르는 경우가 일반적인 반면, "베티"나 "어거스틴" 등의 캐릭터와 이들을 둘러싼 삼각관계 등의 가상의 설정을 빗대어 전개할 수도 있다. 이때의 포크 뮤직은 한창 성숙에 물들어갈 즈음 발매된 그녀의 앨범 타이틀처럼 어원 그대로 <Folklore>에 근접해진다. 이러한 접근은 일종의 우화이며, 비유로서의 가능성이 열리는 시점이기 때문에 해석의 폭이 넓어지며, 경우에 따라 공감의 폭도 더욱 넓어질 수도 있다. 표면적으로나마 '나'로 특정하지 않았다는 점이 꽤나 유의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공통적으로 오늘날 메인스트림 팝에서의 송라이팅에 형식을 빌려주고, 영감을 제공함으로써 방향성의 기반이 된 포크의 가치를 업계 스타의 방식으로 존중하고 재고하려 했음이 뚜렷하게 보이는 시도들이다.


그 출처라는 것이 단지 한 때 상업적 유행에 의해 대체되고 사라졌던 과거의 것이냐고 한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그들이 적극적으로 빌렸던 스토리텔링의 활용이 단지 접근법상으로서 포크의 형식적 차원에만 근간한 것이냐고 한다면 역시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이를 납득하기 위해서 우리는 컨템포러리의 관점에서 가장 많은 소스를 제공하는 인디-포크 진영을 다음으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2) Storytelling in Folk: Indie

인디 포크 씬은 닉 드레이크나 누구보다도 엘리엇 스미스의 절대적인 영향권 아래에 씬 전반 특유의 서정성과 송라이팅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왔다. DIY 정신 및 매니악함에 대한 관용에 근간하여,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무기로 삼아 정통성과 실험성 사이에서 감성과 미학을 더욱 복잡하거나 입체적인 쪽으로, 간혹 팝 진영보다 더욱 단순하고 보편적인 테마를 건드리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 더욱 개인적이고 자의식이 강하게 반영된 쪽으로 밀어붙여 왔다. 물론 스토리텔링으로서의 접근 방식은 아티스트마다 각양각색이며, 주류보다도 현저히 많은 이들이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까지 곳곳에 포진해 있는 만큼 훨씬 무궁무진하다.


ⓓ Phoebe Bridgers - <Punisher>

Pitchfork

인디 포크에서는 그래도 가장 스타적(?)이라고 할 수 있는 피비 브리저스의 사례를 보려 한다. 자기 고백적 싱어송라이터에 기반한 인디 포크와 진중한 팝을 하나로 묶는 서장상의 핵심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Vulnerability일 것이다. 피비는 인간적인 결핍과 솔직한 감정으로부터 쉽게 포착할 수 있는 이토록 단순해 보이는 성질에, 애증 관계나 트라우마를 비롯해 전혀 단순하다고 보기 힘든 소재 및 상황을 부여한다. 여기에 때로는 오컬트적인 것, 때로는 우주적인 것, 때로는 종말론적인 것 등으로 하여금 기묘한 모티프에 덧대어 내러티브를 재구성한다. 실은 이것이 바로 신선하고도 정석적인 인디 포크의 방식이다.


ⓔ Sufjan Stevens - Javelin

Pitchfork

목가적인 스트럼 위에 여러 거룩한 세계를 모티프로 삼아 자신의 통찰을 가장 내밀한 것으로, 혹은 가장 거시적인 것으로도, 공통적으로는 우아한 것으로 만드는 능력에는 수프얀 스티븐스만큼 대표적으로 참고할 만한 인디 스타가 따로 없을 것이다. 보편적인 소통을 위함이라고 했던 스토리텔링에는, 그러나 '모두가 살면서 한 번쯤 겪는 일'이라고는 차마 말하지 못할 경험들도 소재로 포함될 수 있다. 적어도 나는 연인의 사별이나 희귀 질환 투병 같은 일은 아직까지 겪어본 바가 없다. 직접 겪어보지 않고선 쉽사리 이해하기 힘들 무겁고 민감한 사적 이야기들도, 기타와 노랫말을 도구로 삼아 세상에 울려 퍼지게 할 수 있다. 이조차 우리의 경험으로 기어이 수렴을 가능케 하는 수필집 하나를 만들 수도 있다.


ⓕ Big Thief - Dragon New Warm Mountain I Believe in You

RYM

물론 수필집이라고 했듯이 로망 플뢰브 소설처럼 서사가 거창할 필요도, 전개를 유장하게 풀어갈 필요는 없다. 즉, 유기성과 치밀함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빅 시프의 작품처럼 20곡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마저 각각의 이야기는 오히려 평범하고 단출하기 짝이 없더라도, 이야기들 간의 관계에 일관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더라도 의도했던 이야기는 얼마든지 전달할 수 있으며, 악기와 사운드마저 전형적인 포크부터 전혀 포크스럽지 않은 것들까지 자유롭게 섞어도 된다. 인디 포크 씬은 컨템포러리 포크의 가장 큰 매력이 되는 관대함이라는 것을 가장 잘 이해한 집단이다. 그저 노랫말을 주고받을 구성원과 적당한 공간만 있으면 된다.




| 포크에서의 Tales와 Allegories

NeutralMilkHotel_header2.jpg Pitchfork

(1) 알레고리(Allegory)에 대하여

인디 록의 DIY를 수용하면서 이야기의 테마, 볼륨, 스케일, 문체, 태도, 전개 방식 등 모든 면에서 자유로운 허용이 가능해졌기에, 송라이터는 문학가가 되지만 반드시 관습으로서의 문학을 따를 필요가 없다. 이야기 자체보다 분위기 조성이나 방법론적인 혁신에 중점을 둔 일부 프릭 포크/안티 포크 등에서도 그들의 작가로서 긍정될 수 있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포크 뮤지션 및 싱어송라이터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문학적인 방식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곤 한다. 소설적인 허구성을 활용한 테일러 스위프트의 사례를 이미 보았지 않은가.


이 가상의 이야기가 현실에서의 사건, 현상, 관념, 교훈 등을 내포하고 제시할 때, 이것이 곧 알레고리(Allegory)가 된다. 만약 베티와 제임스, 그리고 어거스틴의 삼각관계가 그녀 스스로나 주변인들의 실제 경험(유사성의 정도에 상관없이)을 바탕으로, 더불어 연애에 관한 작가의 깨달음 및 조언을 기반으로 한다면 그것 또한 알레고리에 속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녀의 사례는 곧 관념적 알레고리로 굳이 분류까지 할 수도 있을 테지만, 더 심오하게 들어가진 않을 것이다.


Neutral Milk Hotel - In the Aeroplane Over the Sea

RYM

엄밀한 의미에서 맞든 아니든 간에, 포크 팬들에게 알레고리적 스토리텔링하면 통상적으로 가장 떠오르는 이야기는 안네 프랑코를 향한 제프 망굼의 러브레터일 것이다. 사례의 정합성에 관한 반문적 수식이 따라붙는 이유는, 그것이 상당히 이질적이고 복잡한 방식으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보통 역사적 알레고리라고 부르는 것이 역사적 사건을 이야기하기 위해 환상을 빌려 각색하고 은유하는 것을 일컫는다면, 뉴트럴 밀크 호텔의 이야기는 반대로 자신의 감정체계를 뒤흔든 환상적 체험, 달리 말해 몽상적 관념을 이야기 위해 역사, 혹은 실제 타인의 경험을 빌린 경우에 해당한다.


즉 초현실이 일차적 세계이고, 현실이 이차적 세계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초현실이 내재된 본질인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다시 청중들에게 보편적인 공감─안네를 향한 연민, 시대의 잔혹함을 향한 좌절, 혹은 그녀에게 느끼는 로맨스까지도─을 불러일으키고, 그것으로 말미암아 사회적 의미를 숙고하게 만들기도 한다. 과거의 실제 경험을 끌어들인 황당무계한 꿈이 때로는 앞으로의 현실과 삶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한 번의 비틂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알레고리의 정의와 원칙에 정합하다고 볼 수 있다. 오히려 망굼은 모든 문학가들에게는 아닐지라도, 문학적 능력을 활용하는 인디 포크씬의 음악가들에게는 알레고리에 대해 확장된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Decemberists-620x350.jpg As It Ever Was, So It Will Be Again - The Decemberists / Silent Radio


(2) Tale에 대하여

알레고리를 형성하기 위해 끌어들이는 이야기는 보통 설정으로 이루어짐을 전제로 한다. 간혹 실제의 다른 역사를 기반으로 하더라도, 작가의 주관이 반영된 재구성의 형식이라면 알레고리가 된다. 뉴트럴 밀크 호텔도 그렇기에 경우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역사가 아닌 전적으로 상상에 의존한 이야기라면 그것은 다른 말로 일컬어질 수 있다. 그것은 Tale이다. 그리고 Folklore는 Tale에 해당한다. 명백히 허구임을 드러낸다. 또한 구전(口傳)적 성격을 띠며, 최소한 그러한 뉘앙스를 내비친다. 당연히 동화와 우화(fable)도 Tale의 한 종류다.


음악의 초현실적 이미지와 무관하게 Tale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을 적극적으로 하는 뮤지션일수록, 현실과 환상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음악가이자 작가로 능히 알려지게 된다. 그리고 원초적인 의미로서의 포크를 기대하게 된다. 이를테면 음악에서 볼 수 있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작가'를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노래를 부르는(혹은 악기를 연주하는) 앤서니 브라운이라고나 할까.


콜린 멜로이, 그리고 그가 이끄는 디셈버리스트(The Decemberists)는 이에 가장 완벽한 예시다. 반대로 그들의 음악을 논할 때 테일즈(tales)와 알레고리는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그들의 무기가 포크에서 스토리텔링을 행할 때 제공하는 혁신, 그리고 이를 통한 스토리텔링으로 포크라는 거대한 세계를 관통하는 항로가 곧 밴드의 가치를 결정할 것이다. 본 글은 이를 파헤치기 위해 그들의 항해에 막 돛을 펼치기 시작한 어느 지점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목적이다.


(1)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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