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amason / [Jump Out]
타이틀: Jump Out
아티스트: Osamason
발매일: 2025.01.24
레이블: Motion Music / Atlantic
장르(RYM): Rage / Trap / Pop Rap / Cloud Rap / Southern Hip Hop
리뷰어: Olivier Lafontant
Rating: 8.2
게시일: 2025.02.03
분류: Rap
On his third album, SoundCloud rap’s new-gen torchbearer presents his most volatile and electrifying work to date. His sound is as distinct as it’s ever been.
3집 앨범으로 하여금, 사운드클라우드 랩계의 신세대 선봉장은 현재까지 그의 가장 격동적이고 전율적인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사운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독창적이다.
Headline: 혼돈과 고자극으로 지각변동...
Who's Sitting Behind the Wheel?
- a song leak in real time
- the figurehead of post-COVID SoundCloud
- Trenches
A Thin Line Between Mimicry And Reinvention
- adulation for Playboi Carti
- he has gradually nudged past the threshold
Carnage Propagates in Every Crevice of This Record
- it's all brazen by design
- #okisthehardestisweartogod
- The Whole World Is Free(w/ Skrillex)
How Smug Osama Sounds
- a boyish self-assurance in his bionic cadence
- First place, yeah, bitch, where my winnings?
Maybe it was him in the driver’s seat this whole time
- Jump Out is not a perfect album
- for the new SoundCloud scene
격동(volatile)과 전율(electrifying)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이는 곧 레이지(Rage) 음악의 정수이자, 현세대를 관통하는 미학적 속성이다. 신시사이저와 808 베이스로 구현되는 광란, 혼돈, 역동, 폭발 따위로 형용되는 도파민은 여전히 그 기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레이지 음악의 생명력은 당최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현재까지도 새로운 선봉장들이 끊임없이 등장하며, 그들의 사운드는 사운드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현세대 음악 씬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그 선봉장들조차 '누군가의 영향'으로부터 좀처럼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며, 이는 곧 레이지의 고질적 한계가 됐다. 씬의 과거가 아닌 미래를 이야기할 때조차 그, 혹은 그 앨범, 혹은 그의 사단은 반드시 언급된다.
비평가 Oliver는 이로부터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그는 '독창성(distinctiveness)'로 말미암아 돌파구를 마련할 인재를 찾고 있다. 일단 그 적임자를 오사마손(Osamason)으로 보았다.
우리 역시 그러한 적임자를 찾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실제로 일부 팬들은 오사마손과 Che와 같은 아티스트들을 앞세워, 이들을 **'포스트-레이지(Post-Rage)'**라 칭하며 신진 세대를 구분 짓고 싶은 욕구를 종종 드러냈다. 그들 역시 이전과는 전혀 다른 '넥스트 챕터'의 레이지 음악을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Olivier는 [Jump Out]에서 어느 정도 그 가능성을 본 듯하다. 반면에 일부 팬들이 기대하던 바와는 사뭇 달랐나 보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는 상당히 신선하게 들었고 지금도 즐겨 듣고 있는 쪽인데 말이지... 물론 그렇다고 내가 두 반응의 간극을 해소하리라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10월에 업로드된 [psykotic]에 대한 그의 리뷰를 보면서 돌연 개인적인 흥미가 생겼을 뿐이다. 그가 원래 기대했던 바, 그리고 [Jump Out]에서 만족을 표했던 바가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다시금 확인하고 싶어졌다.
【OsamaSon could probably tell you. En route to the biggest release of his young career, the 21-year-old spitfire has been riding shotgun. The amount of his music that’s leaked in the past year forced several delays for his highly anticipated third album, Jump Out. Osama’s fans spent 2024 begging for official versions of songs meant to stay private, songs that could’ve gone on the album if only leakers hadn’t already released them. Last summer, Osama pulled up on Kick streamer BruceDropEmOff for a livestream and witnessed a song leak in real time. Just three weeks earlier, he’d had 400 songs leaked in one go.】
A rapper, a streamer, and a leaker step into a vehicle. Who’s sitting behind the wheel?
갑자기 사회실험에서나 나올 법한 명제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는 트위치 스트리머 BruceDropEmOff의 방송—오사마손이 게스트로 출연했던 회차—에서 실시간으로 벌어진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그는 자신의 곡이 방송 중 그대로 유출되는 장면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상황을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안타깝게도 운전대를 쥐고 있던 인물은 그가 아니었다.
이 사건은 그가 Jump Out을 한창 작업 중이거나 공개를 앞두고 있을 때 벌어진 일이었다. 무려 400곡이 넘는 유출본 중에는 앨범 수록 예정곡은 물론, “ik what you did last summer”, “me n u” 같은 선공개용 싱글도 포함돼 있었기에 앨범 발매는 불가피하게 미뤄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앨범을 아예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선택지도 있었겠지만, 그는 결국 집념으로 이를 버텨냈다. Oliver는 이 황당한 사태가 어쨌든 그가 ‘화제의 인물’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And it’s not for no reason: After breaking out with two back-to-back projects, 2023’s Osama Season and Flex Musix, the South Carolina rapper has become the figurehead of post-COVID SoundCloud—a high-octane, 808-driven destructionist.】
오사마손은 2023년에 두 정규─[Osama Season], [Flex Musix]─앨범을 통해 부상했다. 우선, 각 작품의 스타일 간략하게 살펴봄으로써 그의 음악 스타일에 대한 이해를 보충하고자 한다. 이에 관해서 Jon Barlas의 리뷰를 참조하겠다.
Jon이 언급한 '사운드클라우드 르네상스(ex Ka$hdami, Tana, Slump6s)'는 오사마손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기 직전, 즉 자가격리가 한창이던 시기를 포함하며, Opium 사단이 메인스트림까지 주무르기 시작한 포스트-코로나를 아울러 '뉴-에라', 다른 말로 '사클 2.0'으로 정의 내리고 있다.
이 사클 2.0에 근간한 주요 양상 중 '플러그-랩 퓨전'에 대한 화두를 꺼내며, 이러한 뉴웨이브를 가장 인상적으로 재해석한 오사마손이 최전선으로 발돋움했다고 말한다. <Osama Season>에 특정해 논하는 플러그-랩 퓨전이란, 2010년대 트랩에 대한 오마주와 일부 다크-플러그나 레이지(혹은 하이퍼트랩) 등이 한 곡에 혼합돼 있거나, 앨범 곳곳을 구성하는 형태를 일컫는 말이다.
본작은 이를테면 Playboi Carti의 셀프 타이틀 앨범과 같다. 일련의 EP와 싱글들로 연마한 펀치-인 디자인을 다채로운 프로덕션(초반에 연이은 "Leh Go", "Werkin", "Vlone", "Summer Sixteen", "Anti" 각각의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에 적용하려는 시도였다. 더불어 플러그와 하이퍼 팝 사이를 오가는 신시사이저, 강렬하게 왜곡된 808 베이스에 대한 남다른 이해를 동반한다.
전작을 [Playboi Carti]에 비유했다면, [Flex Musix]는 [Die Lit]에 비유하고 싶다. Jon은 오사마손이 본작을 통해 Speaker Knockerz와 Future, 그리고 故 Derek McAllister의 정신 및 바이브를 계승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물론 트랩 전형의 브래거도시오와 그 특유의 펀치-인 디자인을 전제로 한다.
내게는 이를 계승하는 방식이 톤앤매너의 차원에서 재현과 특화의 정교한 저글링을 통한 것으로 보였다. [Season]은 상대적으로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이 특정 타겟에 대한 모방이 아닌 선대 트랩 거장들에 대한 전방위적인 영향력의 체화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최대한 여러 스타일을 병용한 것이었다.
반면에 [Flex]는 톤앤매너를 관통하는 일관된 정신을 바탕으로 보다 '응집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였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특히 중반부까지 거칠게 몰아붙이는 듯한 전개에서 이를 똑똑히 보았다. 일관된 정신이 곧 투박한 역동성이 되고, 응집력이 곧 타이트함이 되는 모습을 말이다.
여기에 기존의 다크 플러그 베이스를 덜어내고 Ken Carson이 연상되는 보컬 톤으로 하여금 레이지 세대의 하드코어함으로 자연스럽게 변속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방향성을 더욱 확고한 에너지를 가진 쪽으로 옮기려는 의도인데, 대신에 Opium에 유래한 비주얼 및 콘셉트를 차용하기보다는, 상기했던 2010년대 트랩을 향한 예우를 중점적으로 버무리며 자신만의 철학을 공고히 챙겼다는 점에서 본작은 분명 괄목할만한 발전이었다.
【Songs like “Trenches” are the reason why iPhones come with headphone warnings; the onslaught of bass paired with OsamaSon’s strained, exigent punch-ins are a match made in hell (that’s a compliment).】
https://youtu.be/lTQ8k9uysXo?si=eZYjm9_RkbhcHbCC
다시 Oliver의 리뷰로 돌아오자. 그는 오사마손의 스타일, 특히 사운드에 관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 [Flex]에 수록된 트랙 "Trenches"를 꼽았다─ 808 베이스로 구동하는 매우 폭발적인(high-octane) 파괴주의.
EQ에서 버츄얼리티를 100으로 맞춘 후 헤드셋을 낀 다음 타이틀을 연상하며 들으면 느낌이 확실히 와닿을 것이다(물론 그 때문에 원문에서 경고 메시지를 조심하라고 조언한다). 이른바 '폭격'이다. 이 때문에 그의 무식하고 단조로운 펀치-인은 시카고 드릴에 버금가는 험악함과 긴장감을 조성한다.
베이스를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사운드는 근래 밈으로 거론될 정도로 문제적인 유행이 됐다. 역시나 다크 플러그와 레이지로 인해 생긴 현상이며, 마치 하드코어 안에서도 더 난폭한 형태의 그라인드코어가 발생한 것처럼 이제는 테러 플러그가 기승을 부리고 현실에 놓여 있다. Tdf, perc40 등과 마찬가지로 오사마손 역시 주요한 그 동인 중 하나인 셈이다. 그는 일명 '베이스-부스팅'에 심취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처럼 끊임없이 귀를 때려 부수는 질주감은 곧 그의 미학 전반을 아우르는 속성이기도 하다. 전술한 격동 및 전율이 바로 이러한 속성을 지칭하는 것이다.
【Since emerging two summers ago, Osama’s not-so-discreet adulation for Playboi Carti has been a subject of scrutiny. The influence manifests in his music, in old visualizers, and cover art; some have even compared their ’fit pics.】
어떤 선봉장들도 어느 누군가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고 전술한 바 있다. 그 누군가는 Playboi Carti다. 다만 레이지 씬에서 Carti의 영향력이란 주로 [Whole Lotta Red]에서 비롯된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레이지 씬이 만약 형성되지 않았더라도, 오사마손이 노골적으로 그를 흉내 내거나 영향받은 사실을 고백하는 일은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Young Thug, Future, Chief Keef와 더불어 그의 존재 자체가 영감 중 하나임을 공언한 적도 있다.
특히 [셀프 타이틀] 시절 Carti에 대한 레퍼런스가 오히려 더 노골적이었다. <Osamason Season>의 커버 아트와 비주얼라이저가 대표적이다; Carti는 당시 앨범 프로모션을 위해 종종 뜬금없이 자신의 SNS에 하모리 코린 감독의 컬트 영화 <Gummo(1997)>의 클립을 올리곤 했는데, Oliver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Stan Smith가 제작한 <Osama Season>의 비주얼라이저가 컬트 영화 위주의 콜라주라는 점에서 이를 오마주한 것으로 보았다.
비록 존경의 의미가 전부였을지라도, 그 정도가 지나쳤기에 카피캣 논란에 자연스럽게 휩싸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대상이 어쨌든 Carti였기에, "Carti의 그늘로부터 벗어나야만 하는 레이지 씬"이라는 숙제가 그에게도 적용될 수밖에 없었다.
【But in the same way that Cash Carti once used Chief Keef’s sound as a launchpad, Osama melds his favorite rapper’s early echoic staccato into something more corrosive. There’s a thin line between mimicry and reinvention, and OsamaSon has gradually nudged past the threshold. On Jump Out, his sound is as distinct as it’s ever been, resulting in some of his most bone-shattering work to date. At 18 tracks, the album can at times feel exhausting, but its torrential downpour of synths and 808s is ultimately rewarding.】
그러나 Oliver는 오사마손으로부터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물론 [Jump Out]은 의도를 갖고 분별력 있는 대안을 확실하게 내놓았다기보다는 전술했듯이 감각적 차원에서 '독창성'을 발휘한 결과물에 가깝다. Carti가 Chief Keef에서 영향을 깊게 받았지만 단순한 파스티쉬에 그치지 않고 후대에 새롭게 영향을 끼칠 스타일을 창조한 사례와 마찬가지다.
그 독창성에 대해서 우리가 구체화를 해보자. 원문에 'bone-shattering'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것이 첫째로 본작만의 미학을 특정할 수 있는 힌트가 될지도 모른다.
레이지는 공격성 및 고자극이 기본이다. 고딕 호러, 사이버-퓨쳐리즘, 인터넷 크리피파스타 콘셉트 등을 아티스트 특색에 맞게 버무릴 수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그 안에는 80년대 하드코어 펑크를 코어로 삼아 왔다.[Jump Out]가 앞선 사례들과 차별점이 있다면, 그것은 신선한 콘셉트 차용로 말미암은 레이지의 이미지 변화보다도 미학에 포인트를 다르게 둠으로써 형질에 변혁을 꾀하려 했다는 것이다. 이는 더 근본적인 차원에서의 혁신일 수 있다.
다만 그 미학적 변혁이란 전복보다는 극대화에 가깝다. 그러나 그 '극대화'라는 포인트는 충분히 유의미하다. 다크 플러그라는 하드코어가 테러 플러그라는 그라인드코어로 진화되는 순간을 앞서 예로 들었다. 이와 비슷한 맥락일 수 있다. 말하자면 단순한 해체주의 및 반달리즘에 '브루탈리즘'을 제안한 것이다.
앞으로 하나씩 후술하겠지만 본문에서 제안한 '브루탈리즘'이라는 개념이 원문에는 '혼돈'이나 이에 준한 표현으로 주로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혼돈을 곧 '신시사이저와 808 베이스의 폭우(downpour)'를 기반에 두는 것으로 간주했다.
【Carnage propagates in every crevice of this record. The seismic jolt of “Fool,” the demented showmanship of “Round of Applause”; it’s all brazen by design. If the drums sound like they’re suffocating the mix, it’s because they’re supposed to.】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fool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round-of-applause
폭우, 살육(carnage), 그리고 요란함(brazen; also 대담함) 등의 성질이 모든 트랙의 사운드 디자인을 관통한다는 것이 Oliver의 주장이다. 그 예로 'Fool'을 "지진성의 덜컹거림(the seismic jolt)", 'Round of Applause'를 "미친 듯한 쇼맨쉽(demented showmanship)"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두 곡의 실제 인상은 꽤나 묘하다. 먼저 "Fool"은 무지막지함보다 천진난만함이 더 와닿는다. 요란하기는 매한가지지만 하이햇은 거칠게 몰아붙이는 게릴라군이라기보다는 재간둥이에 가깝다. 멜로디 신스는 밝고 통통 튀는 느낌을 부각한다.
반면에 "Round of Applause"는 베이스가 폭우라고 할 만큼 요동친다. 그럼에도 과격함 뒤에는 아웃트로에 걸맞게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하는 듯한 여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마치 강렬함을 한 큰 술 첨가한 "Had 2"나 "Top"과 같은 느낌이다.
요컨대 두 트랙은 왜곡과 증폭으로 거칠게 팽팽해진 텐션에 이질적으로 밝고 서정적인 요소가 기이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본작을 브루탈리즘의 미학으로만 단정 짓기에는 내재된 사운드가 꽤나 오묘하고 복잡하며, 따라서 살육(carnage)보다는 혼돈(chaos)이라는 낱말이 본작을 더 그럴듯하게 상징한다. 그리고 본작의 혼돈은 '베이스-부스팅' 자체보다, 그 기법과 다른 요소들의 이종교잡으로부터 나온다고 봐야 할 것이다.
【When the beats crackle on “GTFO the Room” or “Mufasa,” I feel like a kid in Florida again, watching SUVs slide by with speakers so loud you could feel the music more than you could hear it. Is it jarring? Sure, maybe. But all I remember thinking back then was, “What song was that guy playing?”】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gtfo-the-room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mufasa
그럼에도 어쨌든 베이스가 에너지를 추동한다. 멜로디 신스가 서정성을 부여하더라도 그 특유의 꺼끌꺼끌한 질감과 압도적인 볼륨은 브루탈리즘 혼돈의 중심부가 맞다. 그 에너지로 하여금 이질다형성을 띤 혼돈 사이에서도 카타르시스를 자아낸다.
그렇기에 "Trenches"처럼 거의 음보다 진동으로 음악을 느낀다고 봐야 할 수준인 것은 매한가지다. Oliver는 플로리다에서 거리의 SUV들이 하나같이 볼륨을 맥스치까지 올리고(아마도 창문도 당당하게 열었겠지?) 크렁크 같은 음악을 틀어놓고 지나가는 쏜살같이 지나가는 모습을 회상했다. 특히 "GTFO The Room"이나 "Mufasa"처럼 삐걱거림이 한층 강화된 트랙을 들을 때면 그렇다고.
【A major architect behind this sound and Jump Out’s overall chaos is Charlotte-born beatsmith ok, the album’s executive producer, who’s credited on 15 tracks. Practically every rapper born after 9/11 has a song with that “ok is the hardest” tag on it (Glokk40spaz, xaviersobased, fakemink, YhapoJJ); last year, he executive-produced Nettspend’s BAD ASS F*CKING KID. Inevitable is an understatement.】
https://www.youtube.com/watch?v=03Qwn_TXaRg
ok는 이 브루탈리즘을 설계한 총괄 프로듀서다. Oliver가 상술한 것처럼 많은 Gen-Z 아티스트가 그와 교류하고 있다. Nettspend의 [BAD ASS F*CKING KID]는 그가 총괄 프로듀싱을 담당한 대표적인 작품이다. 마침 Nettspend의 음악 스타일도 오사마과 비교할 점이 많으므로, 이들의 미학을 묶어서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Jump Out]에서의 혼돈은 2010년대 중반 트랩의 브래거도시오에 충실한 오사마손의 태도에 따라 승리감, 쾌락, 호전성 등이 무작위적으로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이었다. [BAD ASS F*CKING KID]는 반면에 사춘기 소년의 불안정한 충동이라는 앨범의 심리적 테마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동일한 비트크러쉬(bitcrush)와 베이스-부스트가 꾸준히 파열음을 형성하면서 그것이 멜랑콜리한 톤을 일관되게 운반하는 양상이다. 아무래도 그 톤에 변주가 마땅하지 않다 보니, [Jump Out] 보다도 더 극명하게 평가가 엇갈렸다.
그러나 톤 자체에 대해서는 내게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플로우만 들었을 때, 게다가 두 앨범에 있어서는 특히나 한 작업실에서 같은 레퍼런스를 참고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Nettspend와 오사마손의 스타일이 매우 흡사하다. 냉정하게 말해 둘을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오토튠의 미세한 정도 차이나 태생적인 목소리뿐이다. 그러나 두 앨범의 온도는 사뭇 극과 극(이를테면 Net이 살얼음이라면 Osa는 지옥불)처럼 느껴진다. 나는 여기에 ok의 공이 지대하다고 보고 있다.
【On lead single “The Whole World Is Free,” ok presents Osama with the brightest, most forward-thinking piece in his catalog: A feverish, polychromatic Skrillex flip completely submerged by volcanic percussion】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the-whole-world-is-free
두 앨범의 극명한 차이를 빗댔을 때, 가령 "The Whole World Is Free"의 사운드가 [BAD]에 수록될 것이란 상상은 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Jump]에서는 앨범 전체와 어울릴 뿐만 아니라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수도 있다. ok의 역대 비트 중에서도 인상적일 만큼 밝기도 하다. 반면에 은근히 Poter Robinson의 "Sad Machine"에 등장하는 AVANNA처럼 묘한 애처로움이 깃든 보컬로이드풍의 샘플도 들린다.
이는 다름 아닌 Skrillex의 "Scary Monster And Nice Sprites"를 리믹스한 것이다. 리버스, 피치-다운, 업템포 등 별의별 방법을 동원해 원본을 헤아릴 수 없는 수준의 형태로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그의 취향이 이스터에그처럼 교묘히 녹아든 결과로도 볼 수 있겠다. 정확히는 브로스텝과 컴플렉스트로, 일렉트로 하우스 등 현재 2030 세대 남성의 취향 및 노스탤지어라고 봐야겠지.
그렇기에 이를 재해석한 "The Whole World Is Free"는 그 비밀을 알고 난 후 좀 더 키치함을 발휘한 천재성의 영역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것이 "most forward-piece thinking"이라는 문구에 대한 내 해석이다. 원곡의 아드레날린 카타르시스를 SF 노스탤지어로 전복시킴으로써 말이다. 여기에 잘게 쪼갠 하이햇과 ok의 전매특허 화산 폭발 같은 베이스가 이를 뒤덮으면서 앨범의 혼돈에 수렴시킨다.
【Amid all the turmoil, what makes Jump Out so fun is how smug Osama sounds as he runs amok. Clever punchlines have never been his strong suit, but there’s a boyish self-assurance in his bionic cadence that makes his one-liners feel volatile. He raps every bar on the intro like a bully dunking your head underwater, and, on “She Need a Ride,” he babbles and points his finger at you for smoking mid.】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southside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she-need-a-ride
앞서 사운드에 살펴보았다면, 이번에는 오사마손의 랩에 대해 논의할 차례다. Oliver가 지적하듯 그다지 그를 재담꾼으로 인정하기는 힘들지 모르겠다. 그의 브래거도시오는 이미 다른 트래퍼들에게도 수없이 봐왔고, shit-post 미학으로 여기더라도 폭소를 자아내기에는 다소 무미건조해왔으니 말이다. 이는 본작에서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또한 일부 트랙에서는 여지없이 톤을 조금 더 높인 버전의 Ken Carson이 오버랩될 때도 있다.
그럼에도 그의 랩에는 이러한 지적 사항에 대해서 소위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태도가 여실히 보이며, 그 점이 오히려 이러한 한계를 그럴듯하게 상쇄한다. 그는 자신의 제스처를 본작에서 더욱 일관되게 밀어붙인다. 그리고 그 일관성으로부터 혼돈의 주인이 바로 자신임을 공고히 알리는 자신감과 자유분방함이 돋보인다.
인트로 "Southside"에서부터 이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그의 랩은 전적으로 기세라는 것을. 그 의기양양한 기세는 거칠다 못해 폭력적이다. 마치 냉혹하게 상대를 괴롭히는 불량배 같다고. 펀치-인에 따른 라이밍이기 때문에 지극히 단순하고 간결함에도 저돌적인 프로덕션에 아무렇지 않게 녹아든다.
"She Need A Ride"에서는 톤을 살짝 누그러뜨려 로보틱한 클라우드 랩을 구사한다. 그 건조한 디자인에 조소가 자리를 차지한다. 이는 [WLR]에서 들쭉날쭉한 톤으로 돋보이는 격앙과는 분명 다르고, [A Great Chaos]에서 공격성을 더욱 하드코어하게 내세운 Ken Carson의 에너지와도 다르다. 이모 감성을 곁들인 Destronely Lonely와는 아예 반대급부에 가깝다. Nettspend처럼 애처롭지도 않다. 마치 그저 '재해를 일으키는 자연은 실제로 아무런 감정이 없음'을 청각화한 것만 같다.
【“You had that check and fucked up? Huh, oh wow,” he taunts on “Waffle House,” the (ironically) sinister centerpiece of Jump Out’s best three-track run. This stretch, from “New Tune” to “I Got the Fye,” is where OsamaSon stakes his claim as leader of the new school: infectious melodies, abundant personality, and production firing on all cylinders. “First place, yeah, bitch, where my winnings?” sounds more like a demand than a question.】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new-tune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waffle-house
https://osamason.bandcamp.com/track/i-got-the-fye
New Tune, Waffle House, I Got The Fye로 이어지는 중반부에서는 베이스-부스트와 냉소적인 기세의 맞물림이 정점을 이루며 가장 파괴적인 구간을 형성한다. 말하자면 브루탈리즘이 극대화되는 지점이며 Oliver는 이 구간을 하이라이트로 꼽았다.
가령 "New Tune"에서는 ok가 아닌 SKAI가 프로듀싱을 담당했는데, 그의 비트는 "Trenches"의 폭격을 재현하되 로우파이함과 스타일리쉬함─이 두 가지 요소 역시 브루탈리즘에 이종교잡형 매력으로 간주할 수도 있겠다─을 더욱 살렸다. 이를 추진력으로 삼아 "Waffle House"와 "I Got the Fye"에서는 기세가 연쇄적인 위력이 되도록 한다. 그에 따라 “You had that check and fucked up? Huh, oh wow”와 같은 조롱을 노골적이고 무자비한 수준으로 비춘다.
오사마손의 랩은 분명 브루탈한 레이지에 거의 일체화를 이룬 것처럼 보일 만큼 자연스럽다. 내재된 호전성과 무의미한 농담 간의 균형이 기세를 추동한다. 그러나 로보틱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것처럼 그의 톤은 관조적이다. 장르의 이름대로 따라간다고 굳이 감정을 과장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일리 있는 스탠스다. 물론 초기 레이지의 과잉이 불편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모두가 과잉의 미학만을 따라가면 그때는 진부함이 될 테니까.
【There was a moment before the album’s release when I worried whether the constant leaks might derail Jump Out altogether. The situation got so bad that Osama’s own team allegedly dropped a 10-song placeholder called Leaks Tape in an apparent attempt to sate his audience. Fortunately the delays proved fruitful. Jump Out is not a perfect album; the rapping on “Frontin” and “Room 156” feels catatonic compared to the rest of the tracklist. And while “GTFO the Room” is a fresh rendition of Uzi’s “Of Course We Ghetto Flowers,” the way “Insta” turns into a pastiche of an old Carti song is too heavy-handed.】
Oliver 역시 무수한 유출과 지연으로 앨범의 발매 여부마저 걱정하던 팬 중 하나였을 만큼 결과물이 만족스러울수록 그 흥분이 더 배가됐을 것이다. 오사마손은 격노로 아울러지는 여러 세부 키워드 사이에서도 장난인지 진심인지 등 감정을 헤아릴 수조차 없이 그저 몰아붙이는 혼돈이 다른 레이지 스타들에 비해 자신만의 무기임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브루탈리즘과 이종다형성이란 표현을 별도로 사용한 것은 어찌 보면 그만의 캐릭터의 면면을 미학적 차원에서 좀 더 그럴듯하게 포장하기 위해서였을 뿐이다.
다만 그 미학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았거나, 여전히 모방의 흔적이 보인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한 트랙도 있다. 전자는 "Room 156"(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앨범에서 사운드 특유의 한없이 추락해 가는 듯한 무드 때문에 해당 트랙을 가장 좋아하지만 글쎄... 내 취향이 그런 것뿐이다), "Frontin"을 예로 들었다. 랩에 관련해 지적한 것을 보면 아무래도 기세가 덜 하다는 뜻일 테다.
후자는 "Insta"를 예로 들었는데, 반면에 재해석을 신선하게 이끈 "GTFO the Room"과 대조했다. "GTFO the Room"은 Lil Uzi Vert의 "Of Course We Ghetto Flowers"를 레퍼런스로 삼으면서도(샘플링을 정말로 했거나, 아니면 시퀀싱 과정에서 비슷한 프리셋을 활용했거나), 전형적인 클럽의 호스트 입장용 뱅어대신 비디오 게임에 에러가 생긴 듯한 뉘앙스로 전혀 다른 감성을 자아냈다.
그러나 "Insta"에서는 셀프 타이틀 시절 카티─이를테면 "dothatshit!"─에 대한 레퍼런스가 지나치게 노골적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우리는 앞서 "Carti의 그늘로부터 벗어나야만 하는 레이지 씬"이라는 숙제를 해결할 기미가 본작에서 겨우 보였다고 평가해 왔다. 그렇기에 영락없는 파스티쉬(pastiche)인 트랙일수록 본작의 성취에 위반되는 치명적인 스크래치로 다가올 것이다.
【But there’s something about Jump Out that rewards close attention: As new quips and quirks reveal themselves beneath the murky surface, its peculiarities eventually feel like novelties. In spite of the obstacles, OsamaSon’s third album has raised the bar for the new SoundCloud scene. Maybe it was him in the driver’s seat this whole time.】
그럼에도 Oliver는 [Jump Out]의 미학이 충분히 기존 레이지 씬에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했다. 베이스 부스트와 서정적인 신시사이저의 멜로디의 기이한 조합, 과장을 덜어내면서도 내재된 기세로 몰고 가는 펀치-인 디자인, 장르의 극대화 와중에도 선대 트랩 거장들을 향한 예우 등, 충분히 난폭하면서도 마냥 전형적이지 않은 그의 레이지는 분명 이종이다.
그 혼돈의 성질을 기존과 미학적으로 구분 지어 설명하고자 '브루탈리즘'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물론 데스 메탈의 '브루탈하다'라는 형용사로부터 영감을 얻어 차용했으나(당연히 건축학과는 무관한 의도로), 메탈과 레이지에서 각각 이를 이해하고 적용하는 방식은 달라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대체할 만한 다른 단어를 찾거나, 개념을 재고하기 위한 여지는 남겨두며 본문에서 일단은 편의를 위해 그대로 사용한 점을 뒤늦게나마 알린다.
그러나 그 미학이 발생한 원인과 흐름은 얼추 같다고 볼 수 있다. 장르적으로 코어를 극대화하고자 했고, 역설적으로 그것이 선대에 의해 정립된 틀에 머무르지 않고자 했다. 그렇기에 헤비메탈이 스래쉬메탈로, 그 스래쉬메탈이 나아가 익스트림메탈로, 그중에서도 그 진화로부터 가장 영향권에 직접적으로 있던 데스 메탈은 브루탈 데스 메탈로 일부 진화했다. 이들은 단지 강도가 높아진 것이 아니라 성질 자체로 하여금 변종으로 거듭난 것에 가깝다. 레이지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다음 차기작 [psykotic]에서는 정말로 레이지가 익스트림 메탈처럼 돼버린 것은 아닐지 착각이 들 수도 있다. 그만큼 차원이 다르게 시끄럽고, 혼란스럽고, 기괴하고, 매섭다. 팬들의 호응을 보면 그들이 기대하던 것은 [Jump Out]보다 [psykotic]에 가까웠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Oliver의 반응은 오히려 사뭇 다르다. 못 봐주겠을 만큼 박한 평가를 내린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어째서 또다시 서로의 기대가 어긋난 것일까. 그렇다면 우리가 진정으로 앞으로의 레이지 씬에 대체 무엇을 기대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에 대해서도 조만간 다루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