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감기

by Barista K

5일을 치열히 일하고 쉬는 휴무 이틀째날 밤이다.

스텔스오미크론이 회사를 습격해 파트별로 동료들 몇몇이 차례대로 재택치료에 들어가있는 상태다.

일주일이상 출근을 못하고 있고 그 대신 대체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그나마 대체인력이 있는 팀은 나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얼마전 나는 13일을 연속근무했었다.

내가 일하는 파트는 대체인력이 나이외에 없기 때문이다.

인복이 없나, 일복만 많은 건가라고 푸념했었는데 연속근무 6일째 되던 날 생각이 바꾸었다.

나는 월급쟁이가 아니라 자영업자다라고 최면을 걸었다.

남는 게 없어서 알바생도 없이 사장인 내가 혼자 운영한다 내 가게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몸의 긴장감이 사그라들고 수월해졌다.

눈만 뜨면 가게가야지, 마감하면 집으로 자러가야지 생각했다.

내 체력을 시험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일을 해도 즐겁지 않고 쉬고 있어도 불안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일구어놓았던 내 생활이 어긋나고 그 어긋남이 평가받는 것 같고 그 평가의 시선이 곱지 않겠다 여겨질 때 일에 더 매달렸었다.

일을 하지 않는 휴무일이나 휴가때도 불안했다.

손에 무언가 쥐고 있어야 조금의 불안이 덜어지는 느낌이었다.

정오12시에 출근해서 밤9시까지 수업을 하고 10시반까지 과외수업을 주3회 뛰어다녔던 나의 40대가 있었다. 주말엔 주1회 논술수업 3시간짜리를 했었다.

무슨 정신으로, 체력으로 그렇게 스스로를 혹사하며 살았던가 싶다.

홍삼엑기스를 먹거나 영양제를 챙겨먹지도 않았는데 오랜동안 8년을 잘 버텼다.덕분에 저축은 좀 했다.

정신차려보니 나이 마흔여섯이었다.

나는 마흔여섯에 어쩔수 없는 선택지로 바리스타가 되었다.운좋게 취업도 했다.

커피의 C도 몰랐던 내가 젊은 사람이 포진해있는 이 길을 겁없이 뛰어들었던 것이다.

가식없이 지금도 나는 나를 채용해주신 손사장님께 머리숙여 감사드린다.

명절이나 때때로 감사의 메세지를 드리고 있다.

사장님, 바리스타로 살게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라고.

이럴 진대 대체인력이 없어 동료직원의 코로나확진으로 연속13일을 일하든 2주를 넘기든 불평은 사치다.

정말 일을 하고 싶어도 업무능력이 안되거나 자리가 없는 이도 많고 끈기나 책임감이 없어 일을 잃거나 놓치는 이도 많다.

열심히 해도 인정받지 못하거나 일을 못하네 질타를 받는 동료도 보았다.

하나둘씩 확진되는 동료들을 보며 불안이 엄습하고 위축되고 휑한 매장을 보면 서글프기도 했다.


코로나시국 전.

힘든 하루를 마치고 터덜터덜 걸어 주차장에 서있는 차에 올라앉아 짧은 심호흡을 하고 시동을 걸어 집으로 가는 길.

허탈감과 우울함 외로움에 서럽게 울었더랬다.

일이 목적이었던 나.

돈이 목적이었던 나.

아이 뒷바라지가 목적이었던 나.

여자인 내 인생의 행복이 목적이었던 나.

요즘은 그 목적들이란 것에 한발 물러서게 되었다.


좋은 상사, 좋은 동료, 내가 잘하는 일,

그리고 사랑하고 고맙고 다소 무심한 내가족,

힐링되는 골프 라운딩, 내 집.

이것으로 오십줄을 보내야겠다는 목적이다.

평범하게 별일없이 살기 힘든 지금의 현실에서 저 정도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리라.

지금의 삶에 감사하자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