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봄(청춘)

by Barista K

주문을 받는 계산대 맞은 편에 남자아기 둘과 아기엄마 둘이 앉아 있었다.

두툼한 허리라인을 감추려는 듯 한 아기엄마는 짙은 색의 원피스를, 반대로 날씬한 아기엄마는 흰원피스를 우연히 입고 있었는데

둘 다 가운데 아기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아이스크림 두 개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까만 스푼을 두 아기 손에 쥐어주곤 서툴게 아이스크림을 떠먹는 아기의 귀염을 바라보고 있다.

그 중 한 아기가 유독 눈에 띄었다.

내딸의 17개월 때 모습과 똑같이

세련된 바가지머리를 하고 볼이 터져라 통통한 사내아기였다.

제 입에 들어갈 아이스크림을 떠먹기에 바쁠 욕심많은 개월수로 보이건만 엄마의 입속에 까만 스푼에 하양 우유아이스크림은 떠서 먹여주고 있다.

통통한 볼따구와 불룩나온 배와 바가지머리 스타일이 미워보이지도 않게 둔해보이지 않을만큼 아기는 귀여웠다.

나이드니 어쩜 아기들이 이리 귀여운지 모를 일이다. 볼 통통 아기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내 아이의 아기시절이 떠올렸다.

6살에 멈추었음 한 내 아이의 유년시절은 쏜살같이 지나 어느덧 청년이 되었다.

꽃같은 스물 세살.


며칠 전 딸이 뒤져 찾아온 앨범 속에 꽃같은 나의 스물세살이 있었다.

긴생머리의 흰 니트티를 입고 긴 체크무늬 니트스커트를 입고 부끄러운 듯 서있는 스물셋의 나.

그 빛바랜 스물셋의 꽃은 지금의 나를 상상해보았을까 싶다.

서른을 지나 교통지도를 하는 어머니가 되고 마흔을 지나 사춘기아이를 둔 에미가 되어 힘에 밀리고 마흔 후반에 성인이 된 아이와 술잔을 기울이는 장면을 예견했을까 싶다.

아이가 클 땐 더디 크는 것 같아 세월이 살같았음 좋겠다 싶었는데

아이가 컸을 땐 문득 내 꽃같은 청춘이 다 지나갔음이 덜컥 두렵고 서러웠다.

더디 늙어갔음 좋으련만 지금의 시간이 빌어먹게도 살같이 지나가고 있다.

잡고 싶지만 잡히지 않는 순간들.


내 청춘은 있었던가.

나는 꽃같았던 그 때 내 청춘을 보았던가.

봄같이 따스한 내청춘은 가난에 지쳐 겨울 속에 떨고 있었고 두려움에 서 있었다.

아무도 날 지켜주지 않고 나도 날 지키지 못했었던 것 같다.

스스로조차 추스리지 못한 내가 한아이를 낳아 지키고 의지하고 그 아이의 청춘을 보고 있다.


술자리에서 이모들과 술잔을 마주칠 때,

아이는

검사가 되고 싶은 이유를 밝혔다.

그 이유는 의외였고 나는 적잖이 놀랐었다.

공의를 위해, 정의를 위해, 이루어낼 성공을, 명료하고 산뜻한 삶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단 하나.

가족들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 검사가 될것이고 그들을 위해 살것이라 했다.

내 아이의 청춘을 내가 갉아먹고 부담을 주고 있진 않은지 되새김질 해보고 잠을 설쳤다.


봄꽃같은 청춘을 지나고 있는 딸아이는

자신의 청춘을 놓치지 않고 보고 있는 것일까.

충분히 행복한 이 때를 넘치게 행복했음 좋으련만.


볼 통통 아기는 두 눈에 사랑과 귀염을 듬뿍 담아 엄마를 보며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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