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켓

깊이 들이마시고 내뱉는 내 숨쉴 곳

by Barista K

오랜만이다 브런치.

오랜 지인과 장장 3시간의 통화를 끝냈다.

목이 쉰거 같다.

이렇게 말을 오랫동안 할 일이 없었건만 오랜만에 삶을 이야기했다.

이 분과 이런 공감의 폭이 넓어져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말랑말랑해지리리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그러니 사람은 겪어보고 지켜보고 부대껴봐야 하나보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어떤 이는 나를 가르치려하거나 본인 자랑하거나 자기 이야기만 펼쳐 자리를 깐다.

점점 지루해지고 피곤해지고 전화기를 들고 있던 팔이 시큰거리고 시계를 계속 보게되고 끊을 타이밍을 재보게 된다.

내일 출근해야되는데...

빨리 끊어야지...하게 된다.


폭넓지 않은 내 인간관계에 깊이 있는 친구 몇몇과 좌절하려하는 날 일으켜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주는 직장동료 몇몇과 바닥에 가라앉아있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좋은 글귀를 찾아 보내주시는 멘토 세 분의 카톡글과 목소리.

그리고 엄마같은 내 아이의 효도문자,효도톡,타지에서 걸려오는 아이의 사랑스런 토닥토닥 목소리가 지금의 내 인생살이다.

부동산재테크로 집이 몇 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재테크 능력을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며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그렇게 할 자신은 없는 나다.

치고빠지기를 잘하는 단타주식투자자거나

길고 크게 보는 해안이 있는 장기투자자도 아니다.

잠시 돈 백만원 걸고 3개월 주식에 새끼발가락만 담갔다가 십이만원 벌고 때려치웠다.

나는 공격적 투자에 소질이 없는, 재테크라하면 적금밖에 모르는 고리타분한 개미다.


며칠 간 일련의 일을 겪었다.

그 일로 화가 치밀어 내속에 화가 가득하니 선잠을 자고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불안장애가 시작되었다.

멘토 세 분께 털어놓고 도움을 바랐다.

화를 풀고 없애버리려고 했지 화를 들여다보고 내가 내게 화내는 화살을 쏘지 마라고 글을 보내주셨다.

인연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 인연은 내게 스쳐갈 것이니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무얼 단시간에 매듭지으려 억지로 묶으려 애쓰지 말고 놔버리라신다.

공허하고 어려운 조언같지만 무척 추상적인데도 마음의 연고가 발리고 붕대감아주는 것처럼 감사했다.

두렵게 닥칠 미래가 여전히 두렵지만 견딜 만하지 않겠나 싶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내뱉고 싶은 때 나는 글을 쓰려 브런치를 참다참다 찾는것 같다.

숨쉴 에어포켓이 있음이 그 어떤 재테크 수단보다 와인 한 병보다 골프보다 감사하다.

나의 에어포켓은 다이아몬드같은 영원불변의 내 아이와 친구, 멘토,동료,십년이상 드문드문 보는 징검다리 지인들이다.

그리고 하나 더.

나의 하나님이다.


가진 게 많지 않은데 많이 가진 내가

지극히 평범하고 선한 소시민인 우리네가

미친 듯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자살하지 않고 그나마 버텨내 살고 있는 힘이 에어포켓이 있기 때문이다.

답답한 답인 것 같으나 이 삶도 감사하다 여기며

좌절이 태클 걸고 누군가의 갑질에 짜증나고 화가 치밀어 미칠 것 같고 쌍욕을 뱉더라도 나를 괴롭히지 말고 방패없이 갑옷없이 서 있지만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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